제가 알고 있는 바로 무협은 ‘무(武)로써 (俠)을 행하는 것’을 뜻하며 사건은 ‘강호(江湖)’에서 일어나는 것이 특징입니다. 어디에도 없고, 또 어디라도 존재하는 강호는 일종의 평행세계적 개념으로 관부(공권력)의 힘이 미치지 않고 무림인들이 활동하는 영역으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물론 모든 무협에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이 글, 유공전기는 사실 무협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유공전기를 읽으며 매 회 좋아요를 누르면서도 선뜻 추천글을 쓰지 못한 이유입니다. 과연 이 작품이 무협일까? 무협 독자들이 원하는 요소를 충족시켜줄 수 있을까? 라는 질문에 있어 저는 그렇다, 만족시킬 수 있다고 확신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유공전기를 무협이라기보다는 재미있고 감동이 있는 글 자체로 추천하려 합니다.
지금까지의 내용은 유능하지만 낙향한 학사인 주인공 유관필이 병약한 황태자의 요청으로 다시 치국평천하(治國平天下)의 길을 가는 가운데, 어렸을 적 헤어진 동생 유관형이 혈교의 소교주로서 중원 침략을 앞두고 있다 입니다. 그 가운데 유관필로 인해 깨달음(覺)을 얻은 사천당가와 청성, 아미의 무림인들과 민초들의 이야기가 번갈아 등장하구요. 과연 그들이 모여 만드는 천하가 어떤 형태일지 궁금합니다.
이 작품을 추천하는 첫 번째 이유는 어떤 장르의 글이라도 자신만의 색을 진하게 입히는 '불량집사' 작가의 글이기 때문입니다. 그의 유니크한 진행 방식(생각의 연결)은 다른 작가와 구분되며, 호불호가 크게 갈릴 것입니다. 세심한 감정선을 드러내는 대사와 과하지 않은 - 그러나 충분히 현실적인 - 오글거림, 독자보다 반 보 앞선 작가의 생각은 참으로 매력적이지만, 사이다 주인공에게 감정을 이입하는 독자들에게는 '슛은 쏘지 않고 드리블만 주구장창 하는' 형태로 보일 듯 합니다.
두 번째 이유는 매력적인 캐릭터(조연)들입니다. 각각의 조연들은 사연이 있고, 목표가 있고, (유관필을 만나서) 삶이 변화하였습니다. 조연이면서도 주연급 설정을 쌓아 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보는 재미가 좋습니다. 다만 이 또한 장르소설에서 인물이 너무 많이 등장하는 것이 흠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저는 집에 돌아가 그날 있었던 일을 가족과 공유하는 것을 계속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세 번째 이유는 계속 노력하는 작가를 응원하고 싶어서입니다. 2017년 8월 즈음인가 로또2등에 당첨되다를 시작으로 여러 작품을 시도하고 있고, 그 중 인당리 퀘스트는 유료화 후 완결하기도 했습니다. 어떤 분은 이러한 시도를 보고 연중작가라고 눈살을 찌푸리지만 저는 오히려 좋게 보고 있습니다. 독자 입장에서 모든 작품의 유료화를 따라가지 않는 것처럼 작가 입장에서도 여러 작품 중 가장 반응이 좋은 것에 집중하는 것이니까요. 더군다나 작가님은 매일 연재를 하면서 여러 작품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니 오히려 작가의 아이디어나 체력 고갈이 걱정될 뿐입니다.
불량집사 작가는 장르문학보다는 순문학이 더 어울리지 않나 싶습니다. 드라마나 웹툰의 대본 작업도 좋을 것 같구요. 작가의 건필을 기원하며, 불량집사 작가의 매력에 흠뻑 빠져보시기 바랍니다. 매일매일 기다리는 재미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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