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다 괜찮은 음악소설이라는 추천을 보고, 속는 셈 치고 읽어봤습니다. 눈을 떼지 못하고 술술 읽고나서 "아, 이건 혼자 읽긴 아깝다. 추천글을 꼭 하나 써야겠다" 싶더라고요.
막상 그러고선 일주일 가량 추천글을 제대로 써야겠다는 혼자만의 압박감에 눌려서 지지부진하다, 지금 막 이 글을 씁니다.
우선 제목의 "밴드매니아 76"은 작중 주인공 밴드 이름입니다. 주인공이 아재이긴 하지만 76년생은 아니고, 76년에 유행하던 밴드음악이 메인인 것도 아닙니다. 그냥 주인공이 76이라는 숫자가 맘에 들었을 뿐, 작중의 배경은 2015년에서 시작합니다. 그러니까 할배감성이 폴폴 넘치는 오소독스한 밴드음악소설은 결코 아닙니다.
복권 따위에 당첨되어 거액을 손에 쥔 주인공은 다음날 아버지를 암으로 잃습니다. 그리고 건어물처럼 의욕 없이 시간을 보내죠. 막상 필요할땐 없었던 돈을 어떻게 하면 슥슥 치워버릴수 있나 고민하면서요. 그러다 음악이 뭐 별건가? 하곤 작곡을 해봅니다. 가상악기로는 도저히 맘에 드는 기타 소리가 나지 않아서 용감하게 낙원상가로 돌진하죠. 거기서 천재적인 기타리스트이지만 그건 딱히 중요한 게 아니고, 고무공처럼 튀는 성격의 발랄한 여주인공에게 덥썩 얽힙니다.
그리고 밴드매니아 76의 세계가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이 글의 장점은 술술 읽힌다는 겁니다. 높은 텐션으로 진행되다 위기를 맞이해서 땅굴을 파면서 늘어지는 전개가 아니라, 과속방지턱을 스윽 하고 넘어가는 느낌의 전개입니다. 읽다가 지나치게 스트레스를 받을 구간이 없습니다.
"밴드음악, 어디까지 알아보고 오셨어요?" 이러면서 사전지식을 요구하지도 않습니다. 그냥 밴드매니아 76을 따라가기만 해도 충분해요.
정말 혼자 읽기 아까워서 이 글을 씁니다. 속는 셈 치고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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