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의 꽃잎 돋을 때마다
옆구리에서
겨드랑이에서
무릎에서
어디어 눈이 하나씩 열리는가
돋아나는 잎들
숨가쁘게 완성되는 꽃
그러나 완성되는 절망이란 없다
그만 지고 싶다는 생각
늙고 싶다는 생각
삶이 내 손을 그만 놓아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 그러나 꽃보다도 적게 산 나여.
나희덕, <고통에게2> 전문.
<<그곳이 멀지 않다>>, 문학동네, 2005.
삶은 죽음의 다른 이름이다.
죽음은 삶의 다른 이름이다.
삶의 몸부림은 죽음의 몸부림이다.
죽음의 몸부림은 삶의 몸부림이다.
죽음과 공포로 자신을 증명해야만 하는 존재, 존재들.
우리가 죽음으로 내 몰았던 존재들이
죽음으로 존재를 증명하는 존재들의 무의식 안에서,
정용은 죽음으로 삶을 증명한다.
현대인들이 공유하는 근원을 알 수 없는 공포,
심연을 갈구하는 자가 맞이하는
일상의 죽음,
가끔은 삶과 죽음의 경계마저 모호한
죽음으로서의 삶
삶으로서의 죽음,
어두운 긴 골목을 걸어 온 길을 지우며,
어쨌든 자신의 눈을 파내고서라도
가야하는,
시작이 끝이고
끝이 시작인,
내가 너이고
내가 우리인,
오랜 저주 같고
절실한 축복 같은.
# 9편까지 읽으면서 떠올랐던 단어들을 두서없이 적습니다.
건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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