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만하면 추천 글 잘 쓰지 않습니다만 워낙에 좋은 작품인데 알려지지 않아 추천 글 한번 써 봅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출판을 하거나 드라마로 만들어도 좋을 정도로 정말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하는데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이 글은 정통역사소설 입니다.
때문에 작품의 전체적인 호흡이 길다 보니 처음에 같이 즐기던 독자들도 조금씩 이탈하는 경향이 있기는 하나 작품 자체의 완성도나 재미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워낙에 장편 소설인데다 완결이 아닌 연재가 지속되고 있는 작품이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저는 이제 세번째 정주행 준비중인 작품인데 지금도 꾸준히 연재중인 작품인지라 자꾸 글 흐름을 놓치게 되네요.
깜박하면 글의 흐름과 줄거리를 놓치는 거죠. ㅡㅡ
지난 몇 년간 문피아, 조아라에서 수준 높은 여러 작품을 본 적이 있습니다만 완성도나 작가의 필력이나 여러 모로 봐도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현재 숙종의 첫 왕비였던 인경왕후 김씨가 생존해 있고, 아직은 희빈 장씨가 전면에 등장하지는 않는, 숙종 즉위 초반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는데 앞으로 어디까지 갈지는 오직 작가님 만이 알고 있는 상황으로 작가님이 성실하게 연재중인 작품입니다.
이야기는 숙종의 아버지 현종의 억울한 죽음으로 시작된다고 볼 수 있는데, 송시열로 대표되는 신하들과의 피말리는 수싸움, 그와 얽힌 당쟁, 환국의 이면들, 그리고 피붙이들에 대한 그리움과 불신으로 대변되는 숙종의 개인적인 아픔과 고뇌…
실제 숙종 즉위 초반의 역사를 촘촘히 엮어 내고 있습니다.
우리가 숙종과 관련하여 알고 있는 이야기들은 대부분 희빈 장씨와 관련된 궁중 암투와 조선 후기를 관통하는 당쟁과 환국으로 대표 되는데, 46년이라는 긴 재위기간을 갖는 숙종임을 감안하면 희빈 장씨와 관련된 궁중암투만이 너무 부각되어 당쟁, 환국 등과 관련한 숙종의 정치적 진면목과 개인적인 부분이 드러나지 않는다는 느낌이 큽니다.
이는 숙종의 많은 부분 중에서 희빈 장씨와 관련된 궁중 암투가 가장 드라마틱하고 대중의 관심을 가장 많이 받을 수 있는 컨텐츠라 그런 것이겠지요. 관련된 드라마가 무려 몇편인가요?
그러나 이 작품에서는 실제 역사에 작가의 상상력이 절묘하게 가미되어서 우리가 모르고 있던 아주 색다른 캐릭터의 숙종과 그를 둘러싼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는데, 희빈 장씨가 전면에 등장하기 전임에도 불구하고 숙종 본인이 가진 캐릭터와 인경왕후와의 안타까운 로맨스, 그 이면에 있는 권력 투쟁과 관련한 이야기의 흡입력도 대단합니다.
요즘은 숙종의 첫 로맨스가 안타깝게 끝나 가고 있어 눈물이 앞을 가리는데요 작가의 상상력이 잘못 가미되면 이야기가 어거지로 전개되어 독자들의 공감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큰데 어떻게 이렇게 매끄럽게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을까? 하는 일종의 경외감이 들 지경입니다.
또한 글의 흐름, 이야기의 전개와는 별개로 작가님의 부지련함과 꼼꼼함에 탄복을 하게 되는데요.
작품의 양은 물론이고, 작가님이 사용하시는 단어와 고증 때문에 그렇습니다.
이 작품은 현재까지 무려 310편이 무료로 연재되고 있으니 작가님의 부지런함은 말 다했죠?
그리고 작품에 등장하는 단어를 보면 우리말 사전을 찾아 봐야 할 정도로 순 우리말과 잊혀진 옛말의 사용이 눈에 띄는데 이는 후반으로 갈 수록 많아 지는 것 같은데, 처음에는 다소 어색한 감이 없지 않았으나 보면 볼 수록 작품에 자연스레 녹아 들어 매끈한 문장을 만들어 내고 있는걸 알게 됩니다.
특히 최근 들어서 그런 느낌을 많이 받는데요 마치 예전 김주영 작가님의 객주를 읽던 그 느낌 입니다.
역사에 대한 고증도 놓칠 수 없는 부분인데 실제 역사를 바탕으로 한 소설이므로 역사적인 사실관계의 확인은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는데 이를 제대로 하지 않는 경우도 많죠.
그러나 이 작품 속의 사실관계 및 관작, 품계, 봉록, 가문 등등은 작가님에 철처히 고증을 하고 있고, 작품의 배경이 되는 궁궐, 저자거리, 약방, 나룻터, 등등에 대한 묘사와 신참례, 과거 시험장의 모습에 대한 묘사 등은 상상력이 가미 되었겠지만 충분히 고증을 통한 내용이라 생각되며, 이를 통하여 당시의 생활상과 시대상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세세하게 묘사되어 있는데 감탄이 나올 지경입니다.
좋은 작품이라는 다른 이유도 많고 많지만 이만 줄이기로 하고…
역사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한번 읽어 볼 가치가 있는 작품으로 적극 추천합니다.
긴 호흡으로 느긋하게 즐겨 보시기 바라며, 작가님의 전작인 천지인도 꼭 한번 읽어 보시기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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