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보면 첫 무협은 초혼무였다. 그리고 두해가 흘러 중1때 영웅문 시리즈를 통해 제대로 된 입문을 했다.
하급무사는 무협초보에겐 조금 어렵지 않나 하는 생각도 잠시 들지만, 그런 장벽을 굳이 둘 필요가 있는가 하는 생각도 든다. 영웅문의 1부인 사조영웅전을 중1때 재밌게 읽을 수 있었는데, 하급무사를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있나싶은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레벨업을 하고 아이템을 모으는 그런 장르에 익숙해서 다른 장르를 생각지 않을 뿐인 것이지 어려운 무협소설은 없다 라는 생각이다.
하급무사에서 유일하다시피한 특징은 주인공이 글자를 배우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이로 인해 정말 많은 일들이 발생해왔고, 중급무사로 이어지고 있는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으며,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주인공은 흑도에 들어가 많은 일들을 겪는데, 그 과정의 생생한 묘사는 과연 좌백이라는 말이 나오게 하며, 이것이 바로 좌백 무협의 최대 장점이다. 좌백표 무협소설은 모든 일을 일일이 설명해주는 스타일이 아니라 필요한 부분에 집중하는 스타일이다. 스피드한 전개를 통해 지루할 틈이 없게 하고, 필요한 부분에 있어서는 디테일한 묘사를 하여 내가 그곳에서 그링를 겪는 주인공이거나 혹은 직접 목격하고 있는 관중이 된 느낌을 갖게 해준다.
오늘날 이러한 묘사를 즐겨 활용하는 작가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물론 과거에도 흔하지는 않았다. 좌백의 기존 작품과 근래의 작품은 조금 색깔이 바뀌긴 하엿지만 기본적인 스타일은 여전한데, 그 기본이라는 것은 바로 내가 그것을 겪는 것 같은 생생함을 말하며, 중급무사는 그런 묘사에 있어서 대단히 뛰어나다.
좌백무협은 이런 디테일한 묘사가 뛰어나며, 그로 인해 얻는 이득이자 가장 뚜렷한 장점을 추가로 얻는다. 바로 몰입감이다.
좌백무협은 정말 대단히 뛰어난 몰입감을 선사한다. 데뷔작인 대도오를 보았을 때의 그 짜릿함은 결국 몰입감 속에서 탄생할 수 있었으며, 혈기린 외전에서의 피의 행로는 정말 글을 읽느라 숨가쁘다는 말을 실감케 한다.
예전에 활동했던 작가 중에서는 몰입감 + 액션 + 감동을 동시에 추구하는 임준욱도 있었고, 추리적기법 및 치열함을 동시에 갖추면서도 소설의 스케일을 자유자재로 다루던 용대운도 있었으며, 작가마다의 특징은 제각각이었지만 몰입감에 있어서는 좌백이 선두를 다투었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좌백무협에는 감성적인 부분이 절제되어 나타난다. 쉽게 말해 사랑이야기가 적고 있어도 그리 비중이 높지 않으며, 묘사도 길게 끌지 않는다. 반면에 주인공을 따라가는 동선에 필요한 부분은 최대한 자세히 묘사한다. 다시 말해 강약조절에 능하다는 말이다. 만화에서는 구성이라 하고, 미디어에서는 연출을 잘한다고 하면 이해가 쉽다. 좌백은 연출의 대가다.
독자가 지루해 할 수 있거나 상상으로 맡겨도 될 부분에 집착하지 않으며, 궁금해 할 만한 부분, 그리고 재미를 위해 곁들여져야 한다고 여겨지는 부분은 정말 치밀하게 묘사한다. 그래서 글을 읽다 보면 빠져들게 되고 빠져들다 보면 그 엄청난 재미에 도저히 책을 손에서 놓을수 없게 되는 것이다.
하급무사는 현재 중급무사가 되었다. 좌백식 성장무협은 독자적인 분위기를 갖고 있다. 비슷비슷한 어떤 작품을 떠올린다는 것 자체가 어렵다. 그 색깔은 독보적이며, 매우 향이 짙다.
독자는 하급무사가 되어 주인공과 같이 호흡하게 된다. 제대로 한번 빠져들면 헤어나오기 어렵다. 몬스터 때려 잡거나 던전에 들어가 레벨업 하는 게임소설에만 익숙해져 있다면 무협소설에 입문해보길 추천한다. 통닭도 맛있다 하여 매번 통닭만 시키게 아니라 피자도 시켜 먹어봐야 하지 않겠는가.
또한 과거의 기억을 잊고, 좌백 작품이 요즈에도 재밌으려나 싶은 분들에게도 추천한다. 하급무사만 연재되고 있을 때는 조금 망설였다. 주인공이 언제 강해지는지 알지 못하니 그러했는데, 중급무사부터 달라지는 주인공을 만나볼 수 있다. 다만 하급무사를 읽은 후에야 중급무사가 재미있을 수 있으니, 내가 장천이 되어 함께 호흡하고 성장하고 싶다면 하급무사를 일독하길 권해드린다.
아직까지 글을 읽으며 손을 뗄 수 없는 몰입감을 느껴보지 못했다면, 당장 하급무사를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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