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어데블 : 파괴의 미학. 제목부터 딱 느낌이 왔습니다. 제가 찾고 있던 소설이라는 것을요. DC 코믹스의 히어로 중에 데어데블이라는 히어로가 존재하죠. 그는 여타 히어로와는 조금 다른 다크히어로입니다. 악을 벌하되 그들을 계도하여 선으로 이끄는, 관용을 베푸는 다른 히어로들과는 달리 그는 악을 철저하게 배제합니다.
디어데블의 주인공 도재혁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는 사회의 악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제목 그대로 파괴적으로 제거합니다. 그러면 데어데블 짝퉁이 아니냐구요? 아뇨. 전혀요.
설정상의, 구조상의 유사함은 존재합니다. 데어데블은 선의의 결과로 인해 눈을 잃은 뒤 초감각을 얻어 히어로가 되었고 도재혁 역시 이타심의 말로로 목숨을 한 번 잃은 뒤 현재의 그가 되었죠.
하지만 재혁에게는 그만의 매력이 있습니다. 일단 가장 큰 장점은 바로 그가 강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재혁이 신적인 존재는 아닙니다만 아직까지 개인으로써 그를 막을 만한 존재는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데어데블 역시 강합니다만, 인간을 초월한 힘을 가지고 있지는 않죠. (일례로 데어데블 드라마를 보면 정말 많이 맞고다닙니다...) 그렇기에 그에게는 일관된 징벌수단이라는 매력이 있습니다. 바로 호쾌한 ‘폭력’이죠.
일반적으로 폭력이라는 단어는 부정적인 느낌을 줍니다. 폭력이라는 단어를 들을 때 제게 가장 먼저 떠오르는건 “폭력은 어떤 식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라는 여러 영화에서 보아왔을법한 문장입니다. 아름다움이라던지 향기로움이라던지 선함이라던지 이런 단어들에서 느껴지는 긍정성과는 차원이 다른, 어쩌면 보거나 듣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나빠지는 단어입니다.
하지만 재혁의 폭력에는 제목 그대로 미학이 있습니다. 흔히들 말하는 ‘대리만족’의 미학이지요. 이 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으로써 작던 크던 불만은 존재합니다. 그리고 모두들 한번씩은 생각해보셨을겁니다. 내가 슈퍼히어로가 되어 그 부조리함을 때려 부숴버리는 것을요. 저돌적이고 호쾌하게 돌진해가지만 때로는 주변을 돌아볼줄도 아는 재혁의 모습은 최소한 저에게는 한번쯤 꿈꿔왔던 것이었습니다.
다음 장점으로는, 흔히 말하는 ‘네타’ 라는 것을 하기는 싫어서 소개글이 그냥 일반적인 히어로물처럼 되어버렸습니다만 요즘 유행하는 여러 클리셰(음.. 작풍이라고 해야할까요?)들을 맛깔나게 잘 버무려 놓으셔서 글이 굉장히 쉽습니다. 한마디로 페이지가 잘 넘어갑니다. 클리셰, 즉 스테레오 타입에 부정적인 의견을 가진 분들도 계시겠지만 사실 대중들이 가장 쉽게, 그리고 많이 흥미를 느끼기 때문에 그러한 전개가 다수 등장하고 ‘틀에 박힌’ 것이 되는게 아니겠습니까?
아직까지 크게 복잡한 설정들은 나오지 않았고, 현대를 바탕으로 하여 익숙합니다.
글솜씨가 좋지 않아 ‘디어데블’ 이라는 글의 장점을 다 표현하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만 일독하실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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