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에서 낙마해 오랫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던 주인공이 깨어났습니다
그는 꿈을 꾸었습니다
삼국지 정사와 연의를 헷갈려 하는 평범한 한국인의 꿈을
주인공의 정체성은 확고합니다
주인공은 백마의종을 이끌고 유목민족을 때려잡던 공손찬의 둘째 아들이고 그것을 자랑스럽게 여깁니다
그는 열다섯에 전쟁터에 나가 창을 휘두를 각오를 합니다. 공손 가문의 사내라면 당연한 일이니까요
혼인에 관한 주인공의 견해는, 내가 좋아하는 여자보다는 가문을 위해 부모님이 정해주신 여자가 아내로 맞이하기에 더 합당하다는 것입니다
주인공은 가족을 사랑합니다. 어렸을 적에 죽은 누이를 그리워하고, 아버지를 존경하고, 어머니와 형을 공경합니다
후계자는 당연히 형님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은근슬쩍 후계를 노려보라 권하는 주위 사람에게 단호히 거절합니다
삼국지의 정보로 앞날을 예측하고 인재를 얻는 등의 이득을 보지만, 그래도 현대인의 꿈은 엄연히 꿈일 뿐입니다
십대 소년이지만 이미 수천 수만의 기병을 지휘하는 어엿한 장군
어린 나이에 벌써 큰 공을 세우고 명성을 높였으며, 하북을 지배하고 당대 최강의 세력을 만들어낸 공손찬의 둘째 아들
이것이 주인공의 정체성입니다. 현대인의 꿈은 삼국지 정보를 주기 위한 장치일 뿐이고 주인공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후한말 난세의 사람입니다
이러한 정체성은 이 작품의 장점이자 단점입니다
그 시대 분위기를 잘 살려내서 그 시대 인물의 일대기를 지켜보는 것 같지만
동시에 소설적인 재미는 조금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공손찬은 야심도 없이 하북에만 안주하려 하고, 자꾸 뒤통수를 치는 유비를 의리와 옛정으로 눈감고 넘어가 주기도 합니다
공손찬뿐만 아니라 그 참모 중에서도 오답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주인공은 삼국지의 지식으로 정답을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아버지와 참모를 설득하지 못해 끌려가곤 합니다
주인공이 호통도 치고 화도 내며 모두를 설득해 큰 성공으로 이끌고 그에 대한 칭송을 받는게 독자에게 즐거운 전개이겠지만
가부장인 아버지에게 대들며 반항하는 일은 상상조차 하지 못하는 주인공은 그런 일을 할 수 없습니다
그렇게 아버지에게 복종하는 모습이 답답하고 우유부단하게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을 추천하는 이유는
아직은 주도적이지 못한 주인공이지만, 최근에 주인공의 변화에 대한 밑밥이 나오기도 했고
성장한 주인공은 지금의 답답한 모습과 대비되어 더욱 큰 재미를 줄 것이란 기대가 있기 때문입니다
세상의 흐름에 휩쓸려가는 주인공 그 자체에서 나름대로 신선함을 느끼기도 했고요
작가님이 연참을 많이 하셔서 조금 루즈한 구간도 휙휙 넘어가니, 읽어볼 만한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여담으로 문피아 모바일에서 추천글 쓰는 거 너무 불편하네요
자손e
찬성: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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