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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

작성자
Lv.17 갓동팔
작성
22.12.18 23:04
조회
115


“좋은 것 가르치고 가시네요. 아버지.”

폐부로 흘러 들어오는 향내를 맡으며 아버지께 말했다.
영정사진 속 아버지는 호랑이를 연상케했다.
나는 아버지의 모든 것을 배웠다.

그리고 나는 언젠가 이런 날이 올 줄 알았다.

“천국 가세요.”

세상의 악을 의미하시던 조직폭력배의 두목이신 아버지의 장례식은 아이러니하게도 아버지께서 후원 많이 하신 성당에서 치러졌다.

아버지는 고해성사를 참 많이 하셨다.
죄짓고 고해성사하기위해 천주교를 믿은 것 아니었을까?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무려 성당에서 상복 입고 절 받는 나는 마태수.
조폭 2세다.

“태수야. 조직은 삼촌이 알아서 관리할 테니까, 너는 평범하게 살그라. 그게 느그 아부지가 원하던 거다.”

아니 틀렸다.
아버지는 내가 조폭 2세로 두칠파를 이어받아 전국구로 거듭나게 하기 위해 걷고 말할 때부터 조기교육을 시킨 분이시다.

폭력이 할 수 있는 일은 돈이 할 수 있는 일 만큼이나 많다는 것.
그리고 이런 것도 가르치신 분이다.

“네. 정구 삼촌. 삼촌이 있어 든든하네요.”

나를 숨기는 방법.
정구 삼촌은 내가 모르는 줄 알겠지만 나는 다 알고 있었다.

아버지 출소하는 날 교도소까지 마중나간 사람이 정구삼촌.
아버지는 그날 돌아가셨다.

아버지의 죽음으로 가장 많은 이득을 본 사람도 정구삼촌.

의심할 것도 없다. 원수다.

2인자였던 정구삼촌은 대번에 건달두목이 되었고, 

“유학 갈래? 돈은 많다 아이가. 배우고 싶은 거 배워가 너는 양지에 나와 살아야지 않긋나.”
“네. 유학 갈게요. 감사합니다.”
“잘 생각했다.”

나는 일단 살기 위해 머나먼 나라로 도망치기로 했다.

까톡-

「덕배 : 도련님, 대한항공 부스 옆 화장실 네 번째 칸 변기에 준비해 뒀습니다. 4시 21분 비행기입니다. 곧 뒤따르겠습니다.」

정구삼촌은 깍두기들을 줄줄이 끌고 인천공항까지 배웅나왔다.

말이 배웅이지 사실상 감시다.
제대로 미국으로 떠나는지 감시하는 것.
그리고 마무리까지.

함께 미국으로 건너갈 놈도 있다
명목상 내 뒷바라지 해 줄 놈이라고 하는데 난 이 녀석을 잘 안다.

조철민. 중학교 때 가출해서 사람 여럿 패고 도둑질하고 소년원 들어갔다 더 흉악한 놈이 되어 조직에 들어온 녀석. 깔끔하게 나를 마무리할 임무를 받은 놈이다.

2시 47분.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그래.”

정구삼촌이 깍두기 몇몇에게 손짓했고 깍두기들이 화장실까지 따라왔다.

네 번째 칸이 잠겨 있다.

‘쉽지 않다.’

개수대 앞 거울을 살피며 한껏 치장한 머리를 매만졌다.
의심사지 않기 위해 똥폼잡고 셀카도.

화장실 밖 2명 안에 2명.
일반인 1명에 잠긴 화장실 2칸.

쏴아아-

이제 잠긴 화장실은 1칸.

“아, 배야.”

화장실 4번째 칸이 비워졌고 그곳은 내 차지가 되었다.

“끄응. 어, 여보세요? 미정아. 오빠가 미국에 유학을 가게 됐는데 말을 안 했네.”
- 뭐? 미국? 갑자기? 웬 유학?
“그렇게 됐다. 그러니까 우리 헤어져.”
- 뭐라고! 지금 장난해? 어디야 지금!
“공항.”

감시하는 깍두기들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여기까지 통화하며 겨우 변기 뒤 뚜껑을 열었다. 컴팩트하게 방수팩에 포장된 물품들이 보인다. 청소기로 공기까지 뺀 디테일.

보기와 달리 꼼꼼한 녀석.

“아니, 기다릴 거 없어 나 미국가서 미국여자 만날라고.”
- 뭐? 그걸 말이라고?

덕배가 준비한 물품의 구성도 알찼다.

가상화폐가 든 콜드월렛, 바캉스용 꽃남방, 선글라스, 면도기, 반바지, 붙이는 턱수염, 일회성 문신 헤나.

그리고 가장 중요한 여권과 비행기표.

마태산.
이제 내 이름은 마태산이군.

“구질구질하게 왜 이래? 처음부터 나는 가만추라고 얘기했잖아. 가벼운 만남 추구.”
- 나는 다르다며!
“꼬실때 무슨 말인들 못하겠냐.”
- 쓰레기 새끼!

말을 하면서 면도칼로 머리를 밀기 시작했고 변기물을 이용해 옆통수에 헤나를 붙였다.

지금 시각 3시. 비행기 수속까지 21분밖에 남지 않았다.
대충 모히칸 스타일로 머리를 다듬고 남은 헤나를 목과 팔에도 부착했다.
설명서를 보니 5분을 기다리라 되어 있다.

옷을 갈아입고.

똑똑-

“도련님.”
“어, 지금 통화하잖아 프라이빗하게. 끄응. 급할 것도 없는데 왜 재촉해 나오던 똥도 안 나오게!”
“알겠습니다.”

- 무슨 소리야?
“어 똥 싸고 있어.”
- 더러운자식!
“그거 기억나? 우리 제주도 여행 갔을 때.”
- 이 와중에 과거회상? 헤어지자며?
“그거랑은 별개지. 그때 참 좋았는데.”
- 좋았지.

미정이는 희망을 놓지 않았다.
하지만 어쩌겠냐. 헤어져야 하는데.
5분만 도와줘라.

그렇게 모든 준비를 하니, 옥의 티. 신발은 그대로다.
꼼데 가르송 옴므 플러스 X 나이키 에어조던1 한정판이라서 눈에 띌텐데.
3시 12분.
지체할 여유는 없다.

“어 미정아 행복해라. 사랑했다.”
- 오빠! 오빠!

덜컥-

화장실에서 다른 사람이 나왔다.
옆통수에 문신한 모히칸 컷 수염충.
그것이 나다.

“앗!”

빠악- 퍽- 타탓.

전직 러시아 KGB 특수 요원 출신인 니콜라이에게 무려 4살 때부터 배운 시스테마.

조금 전 문을 두들겼던 근육돼지의 당황해 번쩍 뜨인 눈을 찌름과 동시에 인중강타 뒷무릎에 로우킥 후 바닥을 향해 쓰러지는 중력의 힘까지 보태 명치 강타.

1초도 걸리지 않았다.

“이런 씨발.”

조금 멀찍이 있던 깍두기가 덤벼들었다.
만두귀를 보니 그래플러. 잡히면 뒤진다.
엄청난 속도로 돌진할 때,

콰앙-

화장실 문을 열어젖혔고 문짝의 힌지가 나갈 정도로 강하게 부딪혔다.
문을 열고, 검지와 중지를 깍두기의 콧구멍에 쑤셔 넣고 턱 세방.

팍- 팍- 팍.

상황정리.

“아저씨!! 정신 차리세요!!”

소리를 질러 밖에 있는 깍두기 둘을 소환했다.

화장실로 들어온 두놈은 쓰러진 다른 두 근육돼지를 봤고,

“무슨 일입니까!”

나는 오줌싸다 갑작스러운 폭력사태에 겁 먹고 주저앉은 아저씨를 가리켰다.

“저 아저씨가 두들겨 팼어요. 국정원 요원이래요!”
“국정원?”
“지금 연기하는 거예요!”
“아, 아닙니다. 아니예요 무슨 헛소리를 당신이 그랬잖!”

여기까지 말한 아저씨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떡대 두 명이 순식간에 급소를 여러 군데 골라맞고 쓰러졌다.

“안죽었어요. 걱정 마세요.”

이미 오줌을 쌋을텐데.
이번엔 아저씨의 바지가 축축해졌다.
원래 입었던 바지를 건네줬다.

“팬티는 못 줘요. 그래도 이걸로 갈아입으세요.”

“허억!”

그때 화장실로 들어온 민간인.
떡데 네 명이 쓰러진 광경에 굳어 버렸다.

발 사이즈가 비슷하다.

“정지. 천천히 일로 오세요. 안죽여 걱정 마.”

폭력에 노출당한 사람은 말을 잘 듣는다.
그 폭력이 자신에게 향한 것이 아니었다 할지라도 말이다.

내 또래로 보이는 녀석이 다가왔고, 나는 지갑에 있던 돈을 건네줬다.

“이거 대충 삼백 되는 거 같은데 신발 벗어.”

아디다스는 내 취향이 아닌데.

녀석은 중고등학교 때 삥뜯겨본 경험이 있었던지 경험자답게 능숙하게 신발을 벗었다.

“이거 꼼데 가르송 옴므 플러스 X 나이키 에어조던1 한정판이거든. 중고라도 이십만원은 받을 거다. 운 좋네 너. 핸드폰도 좋네. 내놔봐.”


*


화장실을 나와 수속하는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천천히 여유롭게.
신발을 준 녀석은 착하게도 에어팟도 줬고 그것을 귀에 꼽고 음악을 들었다.

음악 취향이 나랑 비슷한 녀석.
Rage Against Machine(RATM)의 Killing in the name.
나도 좋아하는 노랜데.

항공사 카운터 방향으로 걷다 보니 정구삼촌이 직접 화장실로 향하고 있었다.
그와 스쳐 지나가며 내 휴대폰을 주머니에 슬쩍 넣었다.

개새끼.

점점 발걸음이 빨라졌다.

“체크인 해주세요. 빨리요. 수화물 없고 여기 여권이랑 비행기표.”

어수선해진 화장실의 분위기가 느껴지고 정구삼촌의 고함 소리가 들린다.
소란에 공항 경찰들이 관심을 갖는다.
경찰은 본디 나와 반대편이지만 오늘만큼은 같은편.

항공권이 나왔고, 안내원의 인사말도 무시하고 출입국 심사와 공항 보안검색대로 빠르게 발길했다.

화장실에서 내게 처맞은 깍두기들이 부축받으며 나왔고, 정구삼촌은 공항경찰들과 대화했다.

출입국 심사 줄.
그곳에 낯익은 얼굴이 기다리고 있다.

“철민아. 가자.”
“네, 형님.”

내 제거임무를 맡은 조철민.
이 녀석은 내사람이다.


*


나는 내 휴대폰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당연히 받은 것은 정구삼촌.

“정구삼촌.”
“너! 크흠. 태수야. 너 어디야?”
“어디긴 칼갈러 가는 중이지.”
“칼을 갈아?”
“정구삼촌. 삼촌 목은 내가 따줄게. 주인도 모르는 쥐새끼같은 개새끼.”
“태수야 뭔가 오해한 것 같은데 와서 얼굴 보고 얘기하자 어디야?”
“얼굴 보고 얘기할 날이 있겠지. 즐기고 있으라고 남은 인생.”

전화를 끊고 신발 주인의 스마트폰을 분실물로 발견되기 좋은 위치에 놔뒀다.

“어서 오세요, 여권과 항공권 확인 하겠습니다.”
“여기요.”

비행기는 호주의 케언즈라는 들어 본 적도 없는 도시가 목적지였다.
처음 타보는 이코노미석은 불편했고 일본 나리타 공항과 호주 시드니 경유에 시간만 17시간이 걸렸지만, 견딜 만했다.

“네 이름은 조춘석? 이름이 뭐 그러냐?”
“덕배형님이 장난하신것 같습니다.”
“크큭. 웃기네.”

이제야 조금 여유가 생긴다.


*


나와 춘석이의 비자는 워킹홀리데이비자.
기본 1년에 깡촌 농장이나 공장에서 3개월 일하면 세컨비자를 발급받아 2년까지 거주가능하고, 서드비자도 얼마 전에 생겼다. 최대 3년 거주가능.

“음. 돈은 넉넉하네.”

콜드 월렛에 들어 있던 비트코인은 30개.
내가 알기로 구매가격 보다 50% 정도 떨어졌지만 그래도 호주돈으로 74만불이 조금 넘게 나온다. 약 7억원 가량.

“계획은… 있으십니까?”
“있지.”

오래전부터 계획한 일이 있다.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내가 잘하는 것은 싸움 뿐이 아니다.

하나 더.
잘하면서 좋아하기까지 하는 것이 있다.

코딩.

나는 아버지께 폭력을 배웠고.
혼자 있을 때 코딩을 익혔다.

즐거웠다.
사회의 어두운 그림자에 살던 내가 코딩을 익히며 양지의 빛을 보는 것 같았으니까.

그렇게 비공식 풀스택 개발자가 된 나는 엔간한 건 다 만들 수 있다.
웹이건 앱이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그게 뭡니까?”
“빅스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뭐야?”

- 나무위키 검색결과를 알려드릴게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조직이 디지털 기술을 모든 비즈니스 영역에 통합시켜 고객 서비스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해 적용하는 프로세스…….

“들었지?”
“조직을 디지털 트랜스포머?”
“정확해. 트랜스포머 옵티머스 프라임 수준의 조직을 웹에 건설해서 전국구가 아닌 세계구의 암흑가를 지배할 거다. 가업이니까.”

조직폭력배들의 주요업종을 디지털 세계에 구현해낸다.

“그럼 뭐부터 해야 합니까?”
“세컨부터 따자.”
“잘못 들었습니다?”
“1년은 너무 짧아. 비자 연장 해야지. 새 신분도 만들었는데 불법체류자가 될 순 없잖아?”
“농장을 가시겠다는 소립니까?”
“그래. 여기 개 깡촌같은데 농장이야 많겠지.”

그렇게 조폭 2세 IT천재의 워킹홀리데이가 시작되었다.


*

메인.PNG
재미있으셨다면.

2화 이어보기 : https://novel.munpia.com/342030/page/1/neSrl/5056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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