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에 관련된 감상을 쓰는 곳입니다.
음.. 저도 해변의 카프카 읽었고 소장중이기도 합니다만..
개인적인 견해로는 하루키 작가분이 쓰신 책 중에 카프카는 그다지 잘 쓴 축에 들어가지 않는 것 같습니다. 하루키씨의 글에서 가장 지적받는 것 중의 하나가 '모호함' 입니다.
작가는 주제를 확실히 알 수 있게 표출해 내야 하는데, 하루키씨의 글은 말그대로 너무 모호합니다. 평론가들이 알아서 붙여라, 라는 식의 내용이 많다는 이야기지요.
하루키씨의 글을 여럿편 봤지만, 그래도 상실의 시대만한 작품은 없는 것 같습니다. 아직 그분의 고전 몇편을 견식하지 못했기 때문에 함부로 말씀드리기는 어렵습니다만..
해변의 카프카는 프란츠 카프카의 문학에 지나치게 영향을 받은 나머지 15세의 부조리를 표현하는데 너무 중점을 두었고, 그때문에 오히려 주제가 흐려졌습니다.
그리고 나카타 상등을 통해 약간 오컬트적이고 판타지의 느낌을 노리신 듯 한데, 분위기 자체에서는 성공했으나 주제를 강조하는 측면에서는 실패했다고 봅니다.
자세히 살펴보시면 알 수 있지만, 카프카에 나오는 인물들은
"단지 그 자리에 존재할 뿐"
입니다.
상징성을 거의 띠고 있지 않지요.
하지만 재미있기는 합니다.
고양이 살해범 조니 워커 상과 트럭을 모는 터프가이 호시노 청년, 그리고 고양이와 대화를 나누는 나카타 상의 이야기가 퍽 흥미로웠지요.
그러나, 좀 실망한 작품입니다.
아직까지 대단한 작가이고 여전히 이러한 문제작을 쓸 수 있는 역량을 가진 건 확실하지만, 그도 이제는 나이를 먹어 무언가가 약해졌다는 느낌을 읽는 내내 숨길 수 없었지요.
그의 최고작품은 양을 둘러싼 모험과 댄스댄스댄스, 그리고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부차적으로 하나 더 추가한다면, 비교적 최근인 90년대 중반에 나온 태엽감는 새 정도랄까?
비록 해변의 카프카에서 그 빛이 약간 바래지긴 했지만, 그래도 그는 컬트와 하드보일드의 이단아적 천재라고 생각합니다.
리얼리즘 기법보다는, 기묘하게 왜곡되고 비틀어진 컬트적 글쓰기가 그에게는 더욱 어울리고 본신 역량을 최대로 잘 발휘할 수 있는 방향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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