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폴 오스터
작품명 : 브루클린 풍자극
출판사 : 열린책들
(편의상 평어체를 사용하니 양해바랍니다)
10년 전쯤 웨인 왕의 '스모크'를 봤을 때 폴 오스터라는 작가를 처음으로 알았다.
누군가가 브루클린 풍자극을 보면서 폴도 늙었다라는 표현을 쓰는 걸 보았지만 그의 따스함은 그때에도 이미 있었던 것이다.
뉴욕 브룩클린의 한 거리에서 담뱃가게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사람들의 이야기들
허공에 흩어지는 담배 연기처럼 인생이란 그렇게 허망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삶에 대한 그리움이 그 기억이 연기처럼 가벼울 수 있을까.
역설적으로 너무나 허무한 것이 우리네 삶이기에 그 매순간 순간이 소중한 것이란 걸 담배 연기를 빌려 말하고 있었음에
거기에 인간애가 없을 수가 있었을까
나에게 브루클린 풍자극은 이미 10년 전의 그 브루클린으로 다시 한번 와달라는 초대장이었다.
너무도 낯설어야 할 거리 그러나 너무도 익숙한 거리인 까닭은
문화가 다르고 사람이 다르다 하여도 결국은 그 역시 우리네 삶의 한 모습이기 때문이리라
암선고를 받은데다 이혼한 59살의 은퇴한 보험 영업 사원 네이선
문학도를 꿈꾸었지만 택시 기사로 살아가는 네이선의 조카 톰
포르노 모델로 생활한 조카딸 오로라
동성애자 친구인 해리 등등
등장 인물 대부분은 인생에서 한번쯤 절망을 맛본 이들이다.
그리고 삶에 지친 이들이다.
그런 사람들의 일상사가 뭐가 재미있을까 싶지만 그들의 관계 맺기 속에서 평범한 일상들이 마법처럼 변해간다.
지상의 낙원이 있을 수 있을까.
유토피아의 원래 뜻처럼 아무 곳에서도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마 낙원일지 모른다.
그러나 그 어딘 가에도 있을 수 있는 곳이 낙원일게다.
서로에 대한 사랑이 있고 믿음이 있다면...
그러나 그것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은 아마 소설의 등장 인물들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일것이다.
그들은 꿈꾸는 어린애들이 아니라 이미 인생의 쓴맛을 맛본 사람들이기에 이미 삶의 혹독함과 사랑의 허무함도 아는 사람들인 것이다.
59살의 네이선은 새삼스럽게 사랑에 빠지며 행복해한다.
소설의 마지막에서 그는 브루클린의 거리를 따라 걸으며 “그때까지 살아왔던 어느 누구 못지않게 행복했다”고 생각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날은 바로 세계 무역 센터의 북쪽 타워에 첫 번째 비행기가 충돌하기 딱 46분 전인 2001년 9월 11일 오전 여덟 시의 일이다.
우리의 내일이 어떻게 될 지 그 누가 알겠는가.
그래서 오늘 이 순간이 소중한 것이고 나의 옆 사람이 소중한 것이
아닐까...
그래서 사람이 희망이며 사랑이 우리를 구원하는 까닭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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