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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 호련(瑚璉)

작성자
Lv.1 한초희
작성
06.10.04 12:07
조회
6,664

작가명 :

작품명 :

출판사 :

공자가 자천을 평하여

“그는 군자임에는 틀림없다, 그렇지만 노나라에 군자가 없었다면 그가 어떻게 그런 학덕을 터득했을 것이냐?”

하고 말하였다.

.............................

자공이 공자에게

“저는 어떻습니까?”

그러자 공자는

“너는 그릇이다”

하고 대답하였다, 자공이 다시

“무슨 그릇입니까?”

그러자 공자는

“호련이다”

라고 대답하였다.

- 공야장편(公冶長篇)

공자는 일부러 자공에게 들으라는 듯, 자천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진즉부터 부와 명성이 있어서 교만한 마음이 깊이 자리 잡아 있었던 자공에게는 공자의 자천에 대한 이러한 칭찬 일색이 듣기 좋을 리는 없었다. 물론 그 대상이 자공이 아니라고 한들, 타인과 스스로를 비교하는 느낌이 드는 이상 좋은 호감을 가지고 그 말을 해 주는 스승과, 일면식도 없는 그 칭찬대상이 좋게 느껴질 리는 없다. 물론 공자가 이러한 말을 자공에게 해 주는 것은 다분히 의도적인 면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인” 에 의한 참을성이라는 것이다.

공자는 자공 앞에서 자천을 높게 평가함에 따라 자공에게 겸손의 미덕을 가르치려는 마음이 있었던 것이다. 어찌 보면 자공의 순간순간 엿보이는 불완전한 모습들은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이 아닌가? 하고 반신반의 하게 된다. 아무튼 겸양이 모자라고 참지 못하는 성품의 자공이었거늘 이름도 모르는 그 누군가에게 비교당하는 것이 내심 기분이 좋을 리가 없어서 자공은 이렇게 공자에게 묻는다.

“저는 남이 저에게 무슨 일을 강요하는 것을 원치 않으며, 저도 남에게 무슨 일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

그러자 공자는 다음과 같은 말로 자공의 떠보기를 일축해 버린다.

“그것은 아직 너로서는 불가한 일이로구나”

자공의 “돌려치기” 앞에 능수능란한 공자는 적절한 되받아치기를 구사한다. 실질적으로 자천의 존재에 대해서 알게 된 자공은 자천을 몰래 조사하며 그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지만, 정보를 수집하면 수집할수록 자천에 비해서 보잘것없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된다. 그것은 그의 스승인 공자의 “그것은 아직 너로서는 불가한 일이다” 라는 말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공자의 말이 그러한 것이었으면 자공으로서는 차라리 자천의 뒤를 캘 시간에 겸양할 수 있었으면 어떠했을까? 하고 생각해 본다.

자천은 자공보다 무려 열여덟 살이나 어린 후배 였지만. 노나라의 민정관을 지내고 있었으며, 덕으로 사람들을 감화하여 큰 힘을 들이지 않고도 나라를 잘 구슬려지게 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공자는 이 점을 늘 강조한 것이다, 자공이 공자의 제자로 입문했을 때는 이미 마흔 줄에 가까운 나이였기 때문에, 자천에 비해서 자신이 살아온 보잘것없는 무게에 짓눌리지 않도록 자공에게 깨우쳐 주고 싶었던 것이다.

“자공 너는 학문으로도 안회에게 이길 수 있는가?”

자공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오히려 대 문장가인 안회에게 비교당하는 것을 영광으로 생각하였지만, 내심 불만도 가지고 있었다. 정작 전편에서 시를 논하고자 하는 자공의 행동에 대해 크게 감탄하였던 스승이 며칠 만에 다시 말을 바꾸어서 자신의 모습을 깎아내리려는 행위를 자공은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렇지만 그 불쾌함을 표하는 것이야 말로 공자가 언급한 “겸양의 덕” 에 크게 어긋나는 행위였기 때문에 그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며칠이 지나고 자공은 다시 공자 앞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한다.

“저는 도저히 안회에 미치지 못합니다, 저는 겨우 하나를 들으면 둘을 알뿐이지만, 안회는 하나를 듣고 열 이상을 알 수 있기 때문이지요”

이미 공자는 자공의 저러한 답변을 예상하고 있었다.

“그래 너는 아직 안회에 미치지는 못해, 그것은 네 말이 맞아, 그러한 상황을 인정하는 그 정직함이 마음에 드는구나”

그렇지만 이러한 공자의 칭찬에는 무언가 “함정” 이 있다는 것을 자공은 이미 눈치 챈 상태였다. 진정한 비난인지, 아니면 평생을 누군가의 그늘에서 비교당하며 2인자로 머물러야 하는 인생인지? 에 대한 공자의 자신에 대한 솔직한 평가가 없었던 것이다.

초조해진 자공은 급기야 이렇게 묻게 된다.

“스승님 저에 대해서도 뭐라고 한마디 말씀 좀 해 주십시오”

자공의 이 부분에 대해서는 후대의 해석이 엇갈리는 편이다, 자공의 스승에 대한 의심이라는 평에서부터 자공의 행동은 어쩌면 우리들의 모습과 지나치게 닮아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평에 이르기까지 공자가 “공야장” 을 통해서 자공에게 보여준 태도는 지극히 “무념” 한 그것들이었다. 그러한 상황을 인내하라는 의미에서의 가르침인지 모르지만. 아무튼 스스로가 깨닫지 못한 자공은 결국 스승을 부추기는 “오류” 를 범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너는 그릇이다”

무엇인가를 담는 그릇은 본디 향후가 주목되는 기대주에게 많이 던져지는 월계관 같은 의미로 사용되는 단어이다. 그릇의 크기는 인물의 도량을 나타내는 것인데. 인물의 도량이 크면 많이 퍼부어주는 의미가 아닌, 많이 담을 수 있는 의미로 해석되는 것을 우리는 주목해야 할 것이다. 반론하자면 많이 담을 수 있어야 많이 퍼 나를 수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의미론적으로 표면만 보지 말라는 공자의 철목한 말은 이어진다.

“너는 호련이다”

종묘사직에서 제례를 올릴 때 사용되는 공양그릇 중에서 가장 귀중한 그릇이다, 그렇지만 그 그릇은 서민적이지 못하며 담는 대상이 특징적이라는 의미가 있다. 하지만 아무것이나 담지 않는다는 데서 공자의 자공에 대한 애정 어린 관심은 이어진다. 대신 그 관심을 표명함으로서 왜 스승이 자공에게 그리 대하였는지를 깨닫지 못하는 자공에 대한 질책의 표현이라고도 해석될 수 있다. 다만 공야장편을 통해 공자가 말하는 “호련” 이라는 의미는 자공이 좁은 의미로써의 그릇으로 남아있기에는 아쉬운 인물을 의미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호련은 큰 그릇이야, 그러나 어디까지나 그릇은 그릇일 뿐이네”

“자공, 무엇보다도 자신을 잊어버리도록 해라. 자신의 일에만 얽매여 있으면 군자가 될 수 없는 법이라네, 군자는 덕으로써 모든 사람들의 재능을 살려 가는데 그것은 자신을 잊을 수 없기 때문이야. 재사는 자신의 재능을 사랑할 뿐이며, 그 재능만으로 살려하는 법이지. 물론 그것으로 한 구실을 할 뿐, 남이 유용한 일을 하도록 할 수는 없으므로 그것은 그릇과 같은 거야”

“그리고.. 나이가 어리다고 해서 모든 게 자신보다 후배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연소자는 무서운 거야, 우물쭈물하고 있으면 금방 추월당하기 십상이지 하지만.. 사십 오십이 되어서도 그 덕이 세상에 알려지지 않으면, 그 사람의 장래는 알고도 남음이 있는 것이다”

자공은 기쁨과 슬픔을 동시에 안고 결국 그 자리를 뜰 수밖에 없었다, 공자의 말에는 자공에 대한 인생 그 자체의 보잘것없음에 대한 질책 과 스승의 가르침을 이해하려 하지 않는 스승의 제자에 대한 걱정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세상에는 자공과 같은 인생을 사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그렇지만 스스로가 타인을 위한 그릇이라는 생각을 가지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인재는 언제나 눈에 띄이지는 않지만 그 덕이 알려지기에 남음이 없으니 산천초목이 감동하고, 천지 만명이 그의 공덕을 널리 알리니 군자는 가만히 앉아 낚시를 하고 있어도 왕래할 사람은 전부 그를 찾아오는데 반해, 백날 돈과 권력만을 남용하여 사람을 부리려 하는 사람에게는 겉치레 외에는 아무도 찾지 않으니 그 이유는 그 사람에게 “배울 점이 없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덧 : 공자 왈 “젊은 후배들을 두려워해야 한다, 장래의 그들이 오늘의 우리만 못하리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사십, 오십이 되어도 이름이 나지 않으면 이 역시 두려울 게 없다“

작품도 마찬가지로 글을 쓰는 선배들은 스스로의 한 때 명성만을 이용하여 후배들 위로 군림만 하려 한다, 그렇지만 후배들을 인정하지 않고 그들의 글조차 천하다 생각하여 읽어보지 않으려 하는 선배작가들이 인지도가 높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사람이 나이를 먹게 되면 권력욕만 들어서 사람을 지배하고자 하는 욕심만 들며, 말로만 권위를 내세우고 정작 스스로가 행할 수 있는 것은 현실적으로 아무것도 없을 때 그 그릇이 껍데기 보다 못하다고 보이는 것은 비단 나만의 소견은 아닌 듯 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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