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가월
작품명 : 아일론의 영주
출판사 :
'XXX의 영주' 하면 보통 영지물이기 때문에 아일론의 영주를 처음 접했을 때는 깜짝 놀랐습니다. 영지물 아니더군요. 정통후계자가 없는 한 영주가 오래전에 질러놓은 사생아를 후계자로 맞아들이고, 그 후계자 키히린은 영지를 이어받으며 왕국에 찾아든 전쟁의 회오리에 휘말리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장점도 많지만 단점도 많은, 그런 이야기였던 것 같습니다. 여왕님의 포스는 좋았습니다. 분위기로는 리드엘 쪽을 미는 것 같지만, 여왕님이 더 마음에 들더군요. 하지만 장르소설은 임팩트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한두장면이라도 강렬한 인상을 독자에게 각인시켜야 하는 것이죠. 여왕과 키히린의 두번에 걸친 만남에 좀 더 신경써서 무드를 조성했더라면 훨씬 더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을 느꼈습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사이드 스토리라 할 수 있는 베티와 톰 소여의 일화입니다. 지능이 정상인에 못미치는 불쌍한 베티와 쫓기는 정보요원 톰의 짧지만 강렬한 사랑 이야기.... 정말 제 감성을 자극하더군요. 베티는 제가 돌봐주고 싶을 정도로 마음에 들었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될런지, 정말 안습이죠. ㅡㅜ
이런 감성적 에피소드가 몇개 더 나와줬다면 정말 좋았을 텐데 아쉽게도 그렇진 않더군요. 이 후는 전쟁이야기가 대부분이고, 리드엘이라는 적국의 소녀기사와 함께 하는 여정이 그려집니다. 리드엘은 괜찮은 캐릭터였다고 생각하지만, 전쟁묘사는 높은 점수를 주기 힘드네요. 결코 밀리터리 매니아가 아닌 제가 보기에도 이해 못할 전개가 종종 눈에 밟히더군요. 조금만 더 전쟁씬에 리얼리티를 부여하신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한가지 더 언급하자면 키히린의 가치관을 좀 더 확립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분명 여왕과의 대면에서는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칠 수 있냐?'는 여왕의 물음에 '그럴 수 없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이들을 살리기 위해서 내 목숨을 바칠 것이다' 이런 식으로 대답합니다. 그런 그가 이후 전쟁에 참여했을 때는 나라를 위해 목숨걸고 위험한 임무에 자원하더군요.
물론 전쟁에서 이기는 길이 궁극적으로 사랑하는 이들을 살리는 길이라 볼 수도 있습니다만, 누가 하든 상관없는 임무를 굳이 나서서 수행한다는 것은 그가 천명한 가치관에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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