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에 관련된 감상을 쓰는 곳입니다.
제 생각도 이 감상문의 글쓴이님과 비슷합니다. 여태까지 이러한 책을 쓰는 작가님을 본적이 없었습니다. 수장마다 깊게 생각해 볼만한 주제를 던져주는 현묘한 문장들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이야기 자체로도 재미있습니다. 저도 여명지검 초반 1, 2권을 보고는 작가님이 어쩔 수 없이 시장에 순응하셨는 줄 알았는데...역시나...주머니 속의 송곳이라고 해야할까요..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시더군요.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작가가 누구냐고 저에게 물으신다면 주저하지 않고 바로 시하님이라고 대답할 겁니다. 아마..저 같은 독자들이 굉장히 많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지금 58세 되시는 저의 아버지 같은 경우도 별 말씀 안하시지만 윤극사전기를 벌써 한 5번째쯤 보고 계시는 것 같습니다. 옛날에 삼국지가 재미있어서 3번 보셨다고 하시더니 윤극사전기를 더 많이 보시더라구요 ㅎㅎ. 무제본기와 윤극사전기에 이어 여명지검도 제 책장의 한켠을 장식시킬때가 온 것 같습니다.
시하님의 글은 산(山)같습니다.
오를 수록 밑을 내려다보이는 것처럼, 읽을 수록 내용의 맛을
곱씹게 됩니다.
'무슨 무협지따위에 도(道)가 있고, 판타지 소설따위에
철학을 넣냐?..응?...그냥 머리 비우고 읽지 그래?..'
라는 주위 사람의 말을 들었을때 맞다고 고개를 주억 거렸습니다.
하지만 하나의 길의 완성을 향한 대가(大家)도 있는 반면,
모든 것을 두루두루 아는 철인(哲人)의 존재를 무시하는 사람도
있다는게 그저 씁쓸했을 뿐입니다.
(괜히 어려운말을 주저리 끄적였지만, 이분 어디서 무얼하시는
공무원인지 정말로 궁금할 지경입니다-_-;;;)
그런데 많은 분들이 재미있게 읽었다는게 문제지요.
사실 무슨 '세계문학전집' 같은데 있는 지루한 소설들을 '재미있게 읽었다'고 하면 그건 그냥 하는 말이라고 생각하고 안믿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 소설들, 대부분이 그 시대의 '베스트셀러' 입니다. 요즘으로 치면 다빈치코드나 해리포터 급으로 많이 팔렸던 소설까지 있다는 것입니다. 그 외에도 거기까지는 아니라도 어느 정도는 많이 팔렸고요. 세계문학전집 같은 고리타분한 이름으로 묶여서 포장되기 전에도요. 죄와 벌, 지와 사랑, 데미안,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노인과 바다, 제인 에어, 주홍글씨, 폭풍의 언덕, 모비딕 등등등...(지금 제가 재미있게 읽은 순서대로 대충 꼽은 것입니다.)
이런 소설들이 '재미있다'는 것이 '어떤 식으로 재미있는 것인가?' 이걸 아직 느끼지 못한다면 아직 독서를 반도 못해본 것이고, 독서로 얻을 수 있는 기쁨과 즐거움, 희열을 십분의 일도 모르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분들이 결코 '나보다 못하다'는 의미로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바둑을 볼까요? 저 같은 사람은 바둑을 둘 줄은 알지만, 바둑으로 얻을 수 있는, 고뇌와 절망과 인생의 질곡 같은 마이너스적인 부분까지 모두 포함한 어떤 심오하고 오묘한 도락의 1/100도 감히 안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그것은 바둑을 꼭 잘 둔다고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거나 깊고 고요한 경지까지 가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어떤 부분이 있다는 것입니다. 혹은 거기까지는 아니라고 어느 정도 고수의 수준에 도달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바둑의 고수보다 내가 못난 인간이냐? 결코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바둑이라는 분야에서 내가 하수라는 사실, 나는 바둑으로 얻을 수 있는 기쁨의 1%도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할 뿐입니다.
그러니 뻘댓글 달지말고 그냥 니가 하수라는걸 인정하세요. 재미가 없어서 뭐가 어떻고...그건 니 수준에서 그렇다는 얘기일 뿐입니다.
독서의 심오한 부분을 모르고 시하님 소설을 재미있게 느끼지 못한다고 인간 자체의 격이 떨어지거나 하는건 아닙니다. 그 사람은 어떤 다른 분야의 대가일수도 있죠. 그런데 굳이 내가 어떤 소설의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고 해서 그 소설의 격을 떨어뜨려야 내가 정당화 된다는 식으로 느끼는 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시하님 소설에서 재미를 느끼는 것 자체가 무슨 대단히 수준이 높은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일종의 감각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독서 경력이 별로 없다고 해도 어떤 감각이 있으면 즐길 수 있다고 봅니다. 설명하기 힘들지만 역사감각 같은 거랄까...뭔가 서사적인 느낌에 민감한 그런 감각 같은게 있을 수록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약간 설정덕후(?)같은 감각이기도 하고요.
그런 공감대가 적어서 시하님 소설에 재미를 별로 못느낀다면 그건 그대로 좋습니다. 자기 수준에 불안함을 안가진 분이라면 그냥 '흠 나하고는 별로 안맞던데? ㅋ' 하고 넘어갔을 것입니다. 그렇지 못했던 분은? 좀 스스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좋은 감상글입니다.
저도 글쓴이같은 느낌을 받아서 정말 시하님이 대단한 작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저에겐 윤극사 전기는 좀 이해가 안되는 소설이었는데 통쾌하지고 호쾌하지도 감동적이지도 웃기지도 않는 글이라서 그냥 이런 스타일의 작가가 한분있구나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무제본기와 여명지검을 봤을땐 큰충격으로 다가올만큼 글의 느낌이 살아있고 글에서 배우는것같은 생각이 드는게 진정 탄성을 내뱉게 할정도였습니다. 남들이 보기어렵다고 했던 여명지검 4권의 악심의 등장과 불교의 진리를 향한 구도에 대한 논쟁에 있어서는 작가분의 직업이나 출신이 어딘지 궁금할 정도로 불교의 핵심을 잘 이해하고 글속에서 놀라울 정도로 잘 풀어놓아서 제가 몇번씩 다시읽게 만들 정도입니다. 어쨋든 시하님의 글은 찬사를 보낼만큼 충분히 훌륭한 글이고 읽는이가 배우는 것같은 느낌을 받게 합니다.
제가 윤극사전기에서 시하님을 이해못했지만 여명지검에 이르러선 감탄하게 되었듯이 다른분들 또한 작가와 독자가 만나는 시점이 항상 다르기에 호불호가 생기는것 같습니다. 다른분들도 시하라는 작가를 만나는 시간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여명지검을 읽으며 느꼈던 느낌을 너무 멋지게 잘 표현해주셨네요.
정말 멋진 감상글이십니다.
배우기위해서 읽으신다는 한마디는 애매하게 떠돌던 여명지검에 관한 저의 감상에 형태를 잡아주실정도로 멋진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시하님의 사고관을 거북해하며 싫어하는 분들도 있는듯하지만 저같은 경우는 '이런 생각도있구나.' 라는 생각과 문장마다 느껴지는 노력에 감탄밖에 나오지를 않습니다.
요번에 신간이 나와서 매우 즐겁기도하지만 언제 완결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비상금을 털어 전권을 구입하여 기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저의 머리속을 가득채우는군요.
끝으로 정말 멋진작품에 대한 멋진 감상글이었습니다.
고수라서 좋습니다. 감사
라는건 농담이고. 일부러 도발적인 말투를 쓴 것은 사실이지만 뻔히 보이는 내용마저 왜곡하실 것은 없지 않나요? 제가 고수라고는 한마디도 쓰지 않았습니다. 다만 모든 사람에게는 스스로 하수임을 인정하는 아량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물론 서로 견주어봐서 '그래도 너보단 내가 나음 ㅋ' 하는 정도의 마음은 가질 수도 있겠지요. (가만 코끼리손님을 대상으로 한 것은 아닙니다. 다른 댓글들로 봐서 코끼리손님은 나름대로 내공이 있는 분이라고 자체판단한 기억이 있어서.)
'특정 소설을 재미있게 읽지 못하면 하수다' 내지는 '독서의 기쁨을 알지 못한다' 라고도 하지 않았습니다. 내가 글을 잘 썼지만 당신이 오해한 것이라는 식으로 몰고가기는 좀 그렇군요. 다시 읽어보니 제가 오해의 소지 없이 말씀하게 정리를 하진 못한게 맞네요. 인터넷 실시간 리플이라는게 좀 그런 한계가 있으니 양해바랍니다. (속으로 1% 정도는 그런 마음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긴 하고요. 제가 좋아하는 소설이니까요)
제 얘기의 진의는 '누구라도 어떤 분야에서 모든 기쁨을 얻는다, 경지에 올랐다고 함부로 단정지을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바둑을 예로 든 것은 깊고 그윽한 경지에 올랐다고 객관적으로 평할 수 있는 강자가 눈에 보이는 분야이기 때문이지요. 그런데도 아마 몇단 정도에 바둑의 모든 것을 아는 것처럼 콧대를 높이거나 혹은 4급 5급짜리가 동네에서 거들먹거리며 한 수 한다는 듯이 나대기도 하죠. (뭐 어떻게 보면 지금 제 자신이 이런 모습으로 보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냥 한 두사람이 재미있다고 하는 것도 아니고 꽤 많은 독서 좀 했다는 사람이 '아 이 글은 괜찮고 재미있다'고 하는데 'ㅋㅋ 까고있네 수준있는 척만하지 오만하고 재미없는 글임' 하는 식으로 말한다면 실제로 어느쪽이 오만한 것입니까?
비유의 조악함으로 인해 글이 길어질수록 좀 자가당착에 빠지는 것도 같긴 한데, 어쨌거나 오만한 태도로 보였다니 그 점은 사과드립니다. 제 뜻은 역으로 '건방지게 글의 수준을 폄하하는 오만함을 경계하자'는 것이었는데 저 자신부터가 좀 참견질 잘하는 인간이다보니 제대로 표현을 못했네요. 하긴 참견질 좋아하는 인간치고 겸손한 자가 없긴 합니다. 제 밑바닥을 보인 것 같아서 좀 부끄럽긴 하네요. 어쨌건 제 뜻은 설명했으니 알아서 판단해주시길 바랍니다.
그렇군요. 제가 쓴 글이고, 쓰면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쓰고나서 다시 읽어보더라도 쓰던 당시의 '생각'을 떠올리게 되고 글 자체로 다시 '생각'을 재구성하게 되지가 않는군요. 그래서 이미 제 생각 A 에서 나온 조악한 표현 A'를 읽고 다른 분이 재구성한 A''는 원래의 A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군요. 저 자신은 A''를 다른 분이 지적해주지 않으면 추측을 못하고요. 제 표현만을 보면 그렇게 해석할 수 밖에 없는게 맞습니다. 그렇게 써놓고는 원래 생각이 A였다고 주장해봐야 저만 이상한 사람이죠 -ㅅ-; 어쨌건 원래 생각은 그게 맞는데, '감히 여명지검을 까는 사람은 사살임' 하는 모순된 생각을 동시에 품고 리플을 달다보니 댓글도 결국 모순을 포함하게 되었네요. 실시간 리플의 한계라고 비겁한 변명을 남겨봅니다.
(A'->A'' 해석으로 가는 과정에는 문제가 없었고 제가 A->A' 로 가면서 애초에 잘못 써놓고는 A'를 다시 읽으면서도 계속 A로 읽은거죠. 자기 글은 자기가 퇴고 못한다는게 이래서 그런듯...)
이우형 님의 강호기행록도 추가해서 저도 시. 풍. 좌. 임. 캔
굉장히 좋아합니다. 코끼리손님의 댓글은 감상평을 쓰신 분에게 기분이 좋지 않게 다가오는 글입니다. 자신이 감동있게 글을 읽고 감상평을 썻을때 그런 댓글을 받으면 누구라도 기쁘지는 않겠지요.
물론 저는 코끼리손님께서 보다 높은 철학의 경지에 도달하셔서 제가 감명깊게 읽었던 소설이라 해도 재미없게 느끼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러한 철학적 경지에 맞지 않는 수준으로 댓글을 달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철학적 경지에 맞는 댓글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네요.
Comment ' 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