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에 관련된 감상을 쓰는 곳입니다.
윤극사 전기에서 부터 본기까지 총 다섯 번을 시도했지만, 다 중도 포기한 작품입니다. 분명 대충 써진 글이 아니라는 것을 알지만, 그것만으로 끝을 바라보기에는 제 머리 속에서 충돌하는 것이 너무 많았습니다.
우선 하나는 역시 본문과 같이 혼돈석유였습니다. 작가의 설정이네, 내공이면 다 된다라는 설정이네...라고 받아들여도 제 머리 속에선 불가능은 불가능이었습니다. 불가능을 자꾸 가능하다라고 하니 볼 때마다 거스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한 두번 나오는 짜투리 소재라면 무시할만도 하지만, 혼돈석유에 대한 정의 없이 읽어내리기는 힘든 글이지요.
두 번째는 주인공 윤극사의 정의관 때문입니다. 저는 세상에 악인은 없다란 주의입니다. 다만 제가 그 사람이 싫기에 나뻐 보이는 것 뿐이다라고 생각하고 살아갑니다. 그럼에도 제 스스로 생각하는 악인이 있습니다. 윤극사 같은 사람이지요. 저 스스로는 세상엔 악인이 없다라고 생각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세상엔 완벽한 선인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대다수의 사람은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은 말 그대로 보통의 사람일 뿐입니다. 그에 비해 주인공 윤극사는 독야청청 합니다. 작가님의 생각이야 절대 선의 기준을 세움으로 인해 그로 인한 주변 인물의 회개와 변화 등을 꾀하는 것 같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아무 잘못 없는 범부가 졸지에 나쁜놈이 되어버리는 경우가 되어버리기도 합니다. 묵묵히 현재의 삶을 사는 범부의 잘 빨아 입은 백삼이 티끌하나 없는 명경에 비춰져 얼룩져 버리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아 보입니다.(드라마를 끊게된 가장 결정적인 이유. 악역이 악인이 아닌데 악역이 되게 하는 말도 안되는 주인공의 성격들...) 개인에게 있어서 자신을 나쁘게 비추는 거울(사실을 비추더라도...)보다 더한 악이 어디있을까란 생각을 합니다. 순수한 물(증류수)에는 그 어떠한 생명도 살 수 없음에도 글에선 자꾸 모든 생명이 아우러져 살아간다고 하니 자꾸 자꾸 거슬려 넘기지 못하겠더군요.
음, 윤극사 본기는 작가님께 죄송하게도 저도 중간에 하차했습니다만, 무척 아쉽게 여기는 작품 중 하나입니다.
문체의 매끄러움이나 이야기를 엮어 나가는 점은 꽤 마음에 듭니다만, 무언가 읽는이에게 강요한다는 느낌이랄까요?
말하는 이, 그러니까 작가님이겠지요. 아무튼 화자가 인물에 대해서는 무척이나 폐쇄적이더군요.
다른 부분은 친절히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도록 잘 이끌어주면서도 웬지 인물이 하는 행동, 말, 그 이유에 있어서는 불친절하다랄까요? 음...
아마도 제가 무협 소설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 바로 그 '인물'이기에 느끼는 감정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무협광인▦님//보편적 작품에 대한 정당한 평가는 동시대에서 내릴 수 있고 거장의 작품이나 대작은 다음 세대까지 누대에 걸쳐서 평가할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은 대를 물려가며 평가할 작품이라고 하기엔 장르가 장르인지라 어려움이 있을 듯 하군요.
이 글을 읽으며 감탄도 많이 했고 기뻤던 순간도 많았습니다.
그래도 혼돈석유는 감당이 안되었기에 글을 남겨보았습니다.
흡사 이런 감상문을 쓴 저를 죄인처럼 말씀하시는 듯 읽혀져서 당황스럽습니다.
세상에 완벽한 것은 없습니다. 이 소설도 그 중 하나일 뿐이지요.
전 이 소설의 팬이라고 자부합니다.
다만 제 글을 읽고 흑백논리로 편가르기를 하시는 분들이 있어서 안타까움만 더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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