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겨울날.
날이 흐렸다. 하늘이 서해여서 하늘이 내리는 눈물도 하얬다. 눈보라 속에서 사람은 꺼져가는 모닥불에 불과해 창문 너머의 세상은 생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어마!!!-
소녀는 문뜩 무서웠다.
창문 밖의 세상에 아무도 없어서?
겨울날의 새하얀 모습이 어두워서?
아니다.
아니다.
소녀는 매번 무서웠다. 무서울 적에 소녀는 소리 높혀 불렀다.
-어마-
어미의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따뜻한 온기가 소녀의 몸을 감쌌다. 불안은 땅에 다아 사라지는 눈처럼.
흔적도 없이 존재를 감춘다.
-우리 요정 엄마 불렀어!-
온기.
어미의 온도란.
너무 격렬해서 화상을 입지도 아니하며, 너무 차가워 얼지도 아니하니, 소녀는 어미의 피부가 좋았다.
어미의 냄새가 좋았다.
어미는, 아카시아 꽃잎과도 같이 달달한 냄새가 나서, 어미의 얼굴또한 그것과 닮았을 거라 소녀는 매번 생각한다.
-어마!!-
소녀는 두려워 질 때면 어미를 찾는다. 소녀의 세계는 거무튀튀 했기에, 어미를 통해 세계를 배웠다.
-아가야, 이게 아카시아 꽃이라는 거야-
소녀는 손 끝의 감촉으로 세계를 만졌고.
-이건 밥그릇이야-
어미의 말로 세계를 학습했고.
-우리 아가 장하다! 장해!-
어미를 통해 정을 배웠다.
어두튀튀한 세계에서 소녀가 겁을 먹지 않게 될 무렵.
주민들은 말한다.
저주 받은 아이라고.
마녀의 아이라고.
무지(無知)
아는 것이 없었기에 알 수 없는 것은 두렵고.
맹(盲)
맹인인 소녀를 꺼려했다.
18화 말은 헛되다 2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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