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에 관련된 감상을 쓰는 곳입니다.
천룡전기가 수작인 건 분명한데 이번 4권에선 좀 심하게 눈에 밟히는 부분이 있더군요. '돌아오는 사람들' 이었던가 그 부분 서두에 나오는 말을 보면 소설 [검의 대가]에서 돈 하이메가 하는 말을 그대로 따온 게 보입니다.
천룡전기를 보면 글쓴이가 정말 열심히 썼구나 하는 게 보이는데, 그래서 더욱 아쉽더군요. 그렇게 열심히 쓰는 분이 왜 이렇게 딱 보일 정도로 말을 가져왔는지 말입니다. 연재할 때 나온 부분이었으면 어떤 해명이라도 들을 수 있을 텐데 연재분도 아닌 데서 이런 게 나오니.
천룡전기 4권 보신 분들은 하번 비교해 보셨으면 합니다. 검의 대가에서 돈 하이메가 학생들과 하는 대화 부분입니다.
돈 하이메는 다른 학생들을 쳐다보았다. 진지하고 기대에 가득찬 젊은이들의 시선이 그를 향하고 있었다.
"내가 여러분들에게 가르치고자 하는 모든 예술, 모든 과학을 한 마디로 요약한다면 바로 '효율성'이라 할 수 있습니다......우리의 목표는 현란한 플뢰레 놀림으로 상대방의 얼을 빼어버리는 것도, 조금 전에 돈 알바로가 했던 것처럼 논란의 여지가 있는 무훈을 세우는 것도 아닙니다. 원뿔이 달리지 않은 진검이었을 경우, 이런 무훈은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 하지요......우리의 목표는 깨끗하고,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결투에서 상대를 제압하는 것입니다. 물론, 우리 측에서 당할 위험의 가능성은 최소화하면서 말이지요. 단 한 번의 공격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두 번의 공격으로 끌고 가서는 안됩니다. 두 번째 공격에서는 오히려 우리 측에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으니까요. 최후의 목표를 달성하는 일. 즉 자신은 살아남는 것과 피치 못할 상황에서 상대방을 죽여 없애는 것에 방해가 된다면, 굳이 멋지고 너무 우아한 포즈를 취하기 위해 애쓸 필요는 없습니다. 검술은, 그 무엇에 앞서, 실질적인 훈련입니다."
"아버님 말씀이, 검술은 깨끗하기 때문에 좋다고 하셨습니다." 카소를라 댁 큰아들이 정중하게 말문을 열었다. "영국인들은 그런 것을 소위 스포츠라 부른다던데요."
돈 하이메는 마치 무슨 밀교의 교주로부터 악담이라도 들은 양 청년을 쳐다보며 말했다.
"부친께서 그렇게 말씀하셨다면, 뭔가 이유가 있으셨겠지요. 분명 그랬을 겁니다. 하지만, 내가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검술은 스포츠 그 이상이라는 것입니다. 그것은 정확한 과학과 수학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즉, 몇 가지 요소들이 합쳐지면서 확고부동한 결과가 도출된다는 것입니다. 그 결과야말로 다름아닌 승리 혹은 패배, 삶 혹은 죽음인 것이지요......나는 여러분들과 스포츠를 하기 위해 이렇게 많은 시간을 들이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나는 여러분들이 언젠가는 조국이나 명예를 위해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고도로 정화된 기술을 가르치고 있는 것입니다. 나는 여러분들이 강하거나 약하거나, 노련하거나 서툴거나, 혹은 폐병환자이거나 신체가 건강하거나 개의치 않습니다......중요한 것은, 일단 손에 플뢰레나 샤브르를 들었다 하면, 스스로가 이 세상 어느 누구와도 동등하며, 더 나아가 그 어느 누구보다도 우월하다고 느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선생님, 화기도 있지 않습니까......?" 마누엘 데소토가 겨우 용기를 내어 질문했다. "예를 들어, 권총같은 것 말입니다. 권총이 플뢰레보다 훨씬 효율적이고 모든 사람을 동등하게 만드는 것 같은데요." 그가 코를 한 번 긁적이더니 말했다. "그, 민주주의처럼 말입니다."
하이메 아스타를로아가 양미간에 잔뜩 주름을 지었다. 그의 잿빛 눈동자는 지금껏 본 적 없을만큼 차가운 눈빛을 담아 마누엘 데 소토를 향하고 있었다.
"권총은 무기가 아닙니다. 그것은 뻔뻔한 도구일 뿐이지요. 만일 누군가를 죽여야 한다면, 그리고 인간이라면 서로 얼굴과 얼굴을 맞대고 해야 합니다. 저만치 떨어져서, 마치 골목길에서 툭 튀어나온 불량배가 하듯이 그렇게 처리해서는 안되는 것이지요. 칼에는 다른 어떤 무기에도 없는 칼만의 윤리가 존재합니다......그게 무엇이냐고 묻는다면......글쎄, <신비>라고 해야 할까요......검술은 기사들의 신비 철학입니다. 오늘과 같은 시대에는 더욱 더 그럴 겁니다."
프란시스코 카소를라가 아직 잘 모르겠다는 듯 손을 들었다.
"선생님, 지난 주에 [계몽정신]이라는 책에서 검술에 대해 쓴 글을 읽었는데요......근대 무기들은 검술을 쓸모없는 것으로 만들어 버렸다, 뭐 대충 이런 이야기가 씌어 있었습니다. 그 책의 결론은, 조만간 사브르나 플뢰레는 박물관에 골동품으로나 전시되게 될 것이라는 것이지요......"
"그래서 믿음을 가지고 계속 나아가기가 힘든 것이지요." 돈 하이메가 서글픈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럼, 언젠가는 검술교사도 없어지고 말겠네요."
오랜 침묵이 감돌았다. 하이메 아스타를로아는 마치 거울 속 저 너머의 세상을 바라보기라도 하듯이 멍하니 먼 곳을 바라볼 뿐이었다.
"아마도 언젠가는 그렇게 되겠지요......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언젠가, 마지막 검술 교사가 이 땅에서 사라지는 날이면, 아직은 남아있는 숭고하고 명예로운 사나이들 간의 1:1 결투도 함께 무덤 속으로 사라지고 말 것이라는 겁니다......그리고 이 땅에는 오로지 총싸움과 골목길에 숨어있다가 함부로 휘둘러대는 주머니칼의 칼부림만이 남게 되겠지요."
당근님께서 올리신 글은 감상을 가장한 부탁글이라고 생각됩니다. 즉 천룡전기와 같은 빼어난 작품도 얼마든지 지뢰로 둔갑시킬 수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시면서, 요즘 유행하는 감상란의 지뢰찾기 열풍에 자제를 부탁하는 것입니다.
저 역시 당근님과 같은 부탁을 드리고 싶습니다. 지뢰라고 표현되는 대여비조차 아깝고 시간이 아까운 글을 알려서 다른분들이 입을 피해를 미리 방지하시는 것에는 감사를 드립니다. 그러나 좀더 신중하게 글을 써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요리에서 몇가지 요소만을 빼서 새로 조합한다면 어떤 훌륭한 요리라도 얼마든지 맛없는 '것'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주십시요
제 댓글이 오해가 있었던 것 같네요.
위의 당근이지님의 글을, 지뢰찾기 글을 시작하신 분께서 다른 지뢰찾기 글을 쓰는 분에게 쓰지말라고 할 리는 없고, 최소한의 객관적인 근거를 가진 지뢰찾기 글을 써달라고 당부하는 글로 이해했습니다.
제가 "천룡전기를 지뢰로 만들 수 있다"라는 말을 이해할 수 없다고 한 까닭은, 당근이지님의 지뢰찾기 글 또한 어떤 점에서는 논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지뢰찾기글을 약간 타박하는 듯한 당근이지님의 위의 글이 어떤 목적을 가지고 썼는지, 혹시라도 본인의 지뢰찾기글은 최소한의 근거를 갖추어서 괜찮지만, 다른 지뢰찾기 글은 최소한의 근거도 갖추지 못한 주관적인 글이 아니냐라는 뉘앙스가 있는지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굳이 천룡전기같은 수작도 지뢰를 만들수 있다고 말씀하실 필요는 없었을 것 같은데 말이죠.
테사님 의견처럼, 감상란에 지뢰찾기 글을 올리는 것은 객관적 근거를 나름대로 갖추었다고 본인이 생각하더라도 논란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차라리 조금더 객관적이고 차분한 어조로 비평란에 비평글을 쓰시는 것이 더 좋지 않았을까요?
당근이지님이 쓴 지뢰찾기 감상글은 어떻게 보면 잘 쓴 감상글이고 재미있기도 하지만, 이번 경우처럼 지뢰찾기 열풍의 원인이 되었다는 점에서는 논란이 있을 수 있고, 그 동안 비평란에서의 분란의 원인이 되었던 비난글과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고있는 글이 될 수도 있음을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다른 작품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에, 비판하는 글이기 때문에, 비추천하는 글이기 때문에라도 약간은 비꼬는 듯한 어투로 풍자하고 조롱하기 보다는, 좀더 객관적이고 감정을 절제하는 식으로 비평을 하라는 것이 문피아 운영진이 비평란과 감상란을 구분한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당근이지님이나 다른 분께서 제 댓글을 보고 기분이 나쁘셨다면, 미리 양해를 구하고 사과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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