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에 관련된 감상을 쓰는 곳입니다.
전 우리민족이 주인공으로 중국에서 벌이는 무협지는 좋아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문파가 중국문파보다 훨씬 쎄게 나오는 무협지는 눈에 거스리죠. 우리나라가 중국보다 못해서가 아닙니다. 우리나라가 작은 나라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작으니까 약하다라는 말이 아닙니다. 작은 나라라서 특출히 강한 세력이 숨어있을 만한곳이 없다라는 의미입니다. 은자들의 나라라는 식으로 설정할수도 있지만, 솔직히 힘이 있는데 패륜아 한둘없는 문파가 어디 있겠습니까? 아주 강한 문파를 우리나라에 있다고 설정한다면, 그 문파가 우리나라를 좌지우지 하는게 당연합니다. 그리고, 외세와도 충돌하겠죠. 그렇게 설정하다보면, 그건 우리나라라는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그냥 딴나라에요. 우리나라의 탈을 쓴... 중국이라는 배경을 좋아하는 이유는 일차로, 우리나라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중국이라서 좋다는게 아니라, 우리나라가 아니라서 어색함이 없다란거죠. 그리고, 가까운 중국이지만, 몇십배나 큰 아주 혼란한 나라입니다. 어떤 구석에 무슨 일이 생겨도 다 왠만한건 가능할수도 있는 나라입니다. 워낙 크다보니요. 뭐 양판물 같은 경우 대륙크기가 서울만하게 묘사되니 제 글과 맞지 않을수도 있지만, 양판물을 읽을땐 머리속으로 한번 걸러서 보니까요.
구산선문 = 구대문파.
다른 게 아닙니다.
구산선문과 구대문파가 동시에 나오면 엄청난 중복인 셈이죠.
선문이란 광오한 이름을 쓰는 곳이 대문파가 아니라면 우스운 거고...
그 정도면 전 대륙에 소문이 나 있습니다.
구대문파의 발상지를 보면 중원엔 얼마 없습니다.
절반 이상이 세외죠.
아시아 대륙을 중심으로 구대문파라는 스케일이 나오는 겁니다.
그 구대문파가 도교와 불교를 중심으로 하니 선문인 셈이구요.
조그만 반도 안에서 구산선문 운운해봤자
아무런 의미도 없다는 말입니다.
이 좁은 땅에서 대문파 하나도 벅찹니다.
인구수와 생산력 대비해보면 너무나 가능성이 좁은 땅이죠.
무엇이든 시도하는 작가는 대접받아 마땅하다고 봅니다. 허담님이 지금 시점에 안주하지말고 계속 노력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무천향, 독경, 화마경 다 중도 하차했지만, 개인적으로 맞지않았을뿐 좋게 봐주시는분도 있으리라 봅니다. 저도 10년 넘게 장르문학을 봐왔는데 무협에서 구파일방이 주가 되는 소설은 더이상 보지않습니다. 나는 킹왕짱 내밑으론 발끝도 못건드려! 이런소설도 건들지도 안습니다. 왜!!? 작가필력이 어쩌고 저쩌구해도 소재가 비슷하면 거기서 거기입니다. (새로운 소재+필력 이면 금상첨화지요 ㅎ 너무 많은것을 바라는 지도 모르겠습니다.)구파일방 나오는소설은 아마 트럭으로 몇트럭 다채우고도 남을정도로(종류만) 많이 나와서 소림, 무당 어쩌고하면 재미가 뚝 떨어져 버립니다. 저같은 엄청난 독서량을 자랑하는 우량유저는 항상 새로운 소재에 목말라 하는데 지금 시점에서 욕구를 충족시켜 줄 작품은 많지 않은것같아 아쉽습니다.
무협은 그냥 환상문학입니다. 무협소설에 9대문파가 그럴듯하게 묘사된다고 진짜로 역사 속에서 활약했다고 생각하시면 오류입니다. 대부분 실존했던 문파였던 것은 사실이지만 내용은 다르지요.
소림이나 무당의 오금희, 역근경, 십단금 같은 것들은 그냥 스트레칭 체조입니다. 승려나 도사들 몸 굳어지지 말라고 체조법을 남겨놓은 것이지요. 요즘 중국어 원서로 이른바 '비급'들이 그대로 출판되는 세상이니 한번 구해서 읽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다른 무예들도 실전무도라기 보다는 체력단련법이나 차력에 가깝습니다. 달마대사나 장삼봉은 무슨 무술의 절세고수였다기 보다는 문파의 얼굴로 혹은 정치적인 이유로 띄워진 기인들이었습니다.
물론 중국무예를 마냥 폄하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인구가 많고 역사가 긴 나라다 보니 그 다양성이 엄청나고 개중엔 멋진 무술들도 간혹 있습니다. 그러나 그 대부분은 청나라 중기 이후 근대에서 현대에 각색된 것이 대부분입니다. 현대의 이종격투기에서 중국무술이 뭐 하나라도 활약하는 것이 없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무협을 많이 접하다보면 중국과 중국무예에 대한 환상을 갖게되고 한국은 상대도 안될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되기 쉽습니다. 한국무술이 중국무술보다 어땠는지는 저는 모릅니다. 하지만 나라가 작다고 손쉽게 지레짐작하는 것은 조금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올림픽에서 한국 양궁이나 자메이카가 육상을 휩쓸어가는 것은 좋은 예겠지요.
미국은 헐리우드에서 수억을 들여 미국만세를 퍼뜨립니다. 그런데 한국은 한국 내에서 무협을 통해 중국만세를 자체생산하니 중국입장에선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도 무협을 좋아하지만 그것이 허구이고 환상문학이란 전제를 잊으면 곤란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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