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에 관련된 감상을 쓰는 곳입니다.
마나님의 친구분이 혹시 제가 아니었을지 싶네요. ^^;;
저도 하이틴소설 엄청 읽었지요. 아마 보통의 여학생들이라면 가장 먼저 접하게 되는 대중 장르소설이 연애소설일겁니다.
제 경우도 중1 때 처음 사촌 언니 집에서 하이틴 소설을 접하고
'아아 이런 세계가 있었구나'감탄을 금치 못했었다는...
아마 남학생들이 무협소설을 처음 접할때의 느낌과 대동소이할것 같습니다.
이미 단행본 만화와 만화잡지류에 시들해진 뒤였거든요.
그리고 그 다음 단계로 무협에 입문하여 지금까지 필이 꽂힌 상태 그대로입니다.^^
감히 단언하자면 하이틴을 좋아했던 여자라면 무협도 좋아할수 있으리란 것이 제 생각입니다. ^^::
무협은 하이틴과는 비교도 할 수없는 다양한 캐릭터와 상상을 불허하는 기막힌 인생사와 독자의 의표를 찌르는 엄청난 결말이 있으니까요.
그런데 세상의 반인 여성들에게 무협의 필이 대체 언제 꽂힐지가 참으로 오리무중이긴 합니다.
그냥 지나가던 아줌마가 공감이 되어 적었습니다.
내자 분의 말씀을 하이틴 소설=무협소설, 하이틴 소설=별거 아님. 따라서 무협소설도 별거 아닐 거다.... 라는 등식으로 본다면.....
무협 소설 중에서도 개개의 작품에 세인들의 평가는 가지 각색이고, 수준이 높니, 낮니 말 할 거리가 무궁무진 합니다. 흑색님도 자신이 가장 즐거워 하며 읽었던 작품을 다시 한번 부인께 추천해 보심이 어떨 까요.
흑색님께서 할 말이 없었다...고 하시는 김에 이리저리 궁리는 해 보았는데 제 내심은 이렇습니다. 만약 부인께 '주말에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러가자.' 혹은 '양자역학에 정통한 학자가 내한해 강연을 한다는 데, 같이 들으러 가지 않겠소?' 라고 하셨을 때, 뼈가 시리다던지, 왠지 피곤해져서... 라는 식으로 대답을 피하게 되는 일과 같은 맥락의 반응이 아니었을까도 싶습니다. 뭐, 취향이 다르다고도 하고 관심이 없다고도 합니다.
무협의 참맛을 아시는 분으로서 아쉬워 하시는 심정, 십분 이해합니다. 살살 꼬셔 보세요. 가장 좋아하는 작품을 떠밀면서요.
'나는 원래 무협소설이 좋았다. 그래서 계속 본다,' 라는 분은 안 계실 겁니다. '언제적인지, 우연찮게 본 책이 무지 재밌더군, 그런데 그게 무협소설이었어. 그래서 지금껏 찾아 읽게 되었지.' ..... 아닙니까?
하이틴 소설 무척 좋아했습니다.
정말 그게 그거 같은 짧은 소설들인데, 뭐가 그리 재미있었는지...ㅡ.ㅡ
얼추 중1~고2 정도까지 읽었고, 그 후로는 전혀 읽지 않았습니다.
왜 읽지 않게 되었는지는 모르겠고... 그 후로는 전혀 손이 가지 않았습니다. 지금 읽으라고 하면 못 읽겠습니다.
기억나는 작품도 거의 없군요. 사실 최초로 읽었던 딱 한 작품밖에 기억나지 않습니다.
그에 반해 무협은 공장에서 나왔던 사씨, 와씨 작품들을 빼고는 지금까지 읽은 거의 모든 작품들을 기억합니다.
또 무수히 읽은 만화들도 거의 전 작품들을 기억하지만, 역시나 공장에서 나왔던 국산만화들은 기억이 가물합니다.
그렇게 보면... 하이틴의 상당량이 공장제가 아니었나 의심이 갑니다.
감수성이 풍부한 소녀들이 보면 충분히 빠져들만한 이야기들(30%는 신데렐라, 30%는 캔디, 30%는 귀여운 연인)이이지만,
무협처럼 작가에 따라 문장의 맛이 다르고, 이야기 진행방식이 다르거나 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정말로 뻔~한 이야기였던 거죠...
하이틴과 비슷한 면이 있지만, 순정만화들 중에는 좋은 작품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지금까지 기억하고 있는 작품이 많은 걸 보면).
무협보다 소장하고 있는 순정만화가 더 많았고, 상당량을 분실하였음에도 현재도 더 많군요.
부인께 순정만화와 비교해 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이야기가 어쩐지 한쪽으로만 치우치는 것 같아서 적습니다.
무협소설 중에서는 불후의 명작이라 불릴만한 작품도 있고, 엇비슷한 설정에 장소와 인명만 바꾼 것 같은 불성실한 글도 있으며, 표절물까지 존재합니다. 그 중 다수가 독자들에게 큰 점수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다들 아시다시피 큰 점수를 받을만한 글을 쓰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큰 점수를 받을만한 글을 ‘명작’이라고 표현하겠습니다.
명작은 혼자서 느닷없이 튀어나오는 게 아닙니다. 물론 시류를 이끌어 가는 선구자적 작품이 명작으로 인정받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그러한 작품보다 뛰어나도 평가를 받는 명작은 후대에 반드시 나옵니다. 그 이유는 명작과 평작, 졸작 등등이 역사가 되어 새로운 정보와 창조력의 싹을 키우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사항이 무협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하이틴 로맨스, 또는 할리퀸 로맨스라 불리는 작품들 중에서도 기억에 남을만한 명작이 많습니다. 독자의 마음을 휘감는 명작이 없었다면 한 시대를 풍미할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바탕’이라는 게 존재할 수 없습니다. 분명 로맨스 소설에 애정을 느끼는 어떤 독자분이 위 글과 댓글을 봤다면 거품을 불며 분통을 터뜨렸을 겁니다.
장르문학에 너 잘났다, 나 잘났다는 없습니다. 판타지는 판타지로서 가치가 있고, 무협은 무협으로서의 가치가 있으며, 로맨스는 로맨스, 심지어 퓨전에 흔히 얘기하는 먼치킨 소설도 그 나름대로의 가치가 있습니다. 그 이유는 장르 자체를 구분하는 주체세력이 ‘작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작가는 자신의 글을 쓰는 것이지 어떤 장르를 쓰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장르에 얽매이는 작가들은 스스로 옭아맨 좁은 영역을 벗어나지 못해서 곁에 있는 최선의 소재를 놓칠 위험까지 갖고 있습니다. 앞서 얘기한 수많은 장르 속에는 명작이 포함될 가능성이 충분히 존재합니다. 장르는 명작과 평작을 구분하기 위해 만든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명작이 장르를 만들 수는 있겠죠. 로맨스 소설도 예외는 아닙니다.
우리가 무협소설을 좋아하는 만큼 다른 장르도 인정했으면 좋겠습니다.
오랜 옛날은 아니지만 한 때 VT모드상에서 판타지 소설의 붐이 크게 일었을 때, 몇몇 분들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XXX란 글을 읽고서 시간이 아까웠다. 그 따위로 쓰려거든 무협지나 써라. 차라리 무협지를 읽는 게 낫지, 이건 완전히 낙서구만.”
“요즘 게시판에 올라오는 새로운 글들을 보면 짜증난다. 꼭 무협지를 보는 것만 같다. 좀 더 자기 글에 대해 애착을 갖고 공부하면서 써야하지 않을까? 하다 못해 맞춤법이라도 틀리지 않게 퇴고 좀 해라.”
무협소설을 좋아하는 분들이 이런 글을 보면 속이 뒤집어집니다. 물론 이런 경우는 상당히 과격한 예가 되겠지만, 이렇게까지 과격하지 않더라도 타 장르에 대해 존중의 의사는 밝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방적 비판을 하려면 장르를 대상으로 할 것이 아니라 작품을 대상으로 해야 합니다. 언급하는 장르 속에는 그 장르를 사랑하는 자들이 우상으로 모시는 명작이 분명 존재할 테니까요.
Comment '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