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에 관련된 감상을 쓰는 곳입니다.
전 반대의견을 갖고 있습니다.
이건 먼저 가치론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문제죠.
애국애족이 가치가 있는 거냐 없는 거냐에 관한 논의가 진행된 다음에
개별 사례(곽정의 경우)에 대해서 논하는 것이 아마 타당할 것입니다.
'안중근 의사'에 관한 책이 있다고 합시다.
안중근 의사가 태어나서 자라서 거사하고 순국하는 과정을 소설식으로 적었다고 합시다.
그리고 이 책을 읽은 다른 나라 독자가 이렇게 말한다고 한 번 상상해 보십시오.
"처음 읽었을 때는 민족을 위해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것을 대단하게 생각했는데, 생각이 넓어진 다음 다시 읽었을 때는 그저 테러범에 지나지 않더라. 한국인 입장에서는 애국자이겠지만, 제삼자의 입장에서 보면 테러범 아닌가? 그러니 이 책의 저자는 한국인이라는 것을 생각해 가며 읽어야 한다......"
김용이 애국애족하는 사람으로 곽정을 설정한 것에 대해서는 누구도 시비를 걸 필요가 없습니다. 그건 김용의 사상을 반영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죠. 김용은 그저 등장인물을 자신이 설정한 것 뿐입니다.
심지어는 김용이 중화주의자고 극우에 해당하는 국수주의자라 해도 소설 속의 곽정은 그저 등장인물일 뿐입니다. 그건 김용의 분신이 아니죠. 김용에 대한 평가와 곽정에 대한 평가는 서로 분리되어야 마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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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의 소설 천룡팔부에 보면 소봉이 취현장에서 무림인들에게 포위되어 서로 결투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소봉은 일부러 태조장권을 쓰고, 소림사의 화상은 달마대사가 전해 준 무공을 사용해서 대결하죠. 그러면서 소봉은 묻습니다. 대송나라의 무사가 어째서 달마라는 오랑캐가 전해 준 무공을 사용하느냐구요?
뭐, 이 물음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라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김용이 이런 말을 소설 속에 쓸 정도면, 편협한 국수주의자나 중화주의자라고는 보기 어렵다 이거죠.
만리독행님의 댓글에 한표!
소설속의 등장인물과 작가를 동일선상에 놓고 이야기 한다는 것이 우습군요.
물론 작가의 의식이나 사상이 소설중의 등장인물(주인공)에 이입될 수 있겠습니다만, 반대로 표현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작가의 성격과 판이하게 다른 주인공을 소설속에 등장시킬 수도 있지요. 그러므로해서 작가 자신 또한 대리만족을 가질 수 있을테니까요.
작가의 전 작품에서 비슷한 사상이나 의식이 흐른다면 편협한 국수자의자나 민족주의자라고 말할 수 있겠으나 어떤 무협작가가 비슷한 사상과 내용으로 다른 작품을 집필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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