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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소설 [불모지대]

작성자
Lv.99 만리독행
작성
23.03.10 17:52
조회
91

1980년대 제가 국민학교 중학교 다닐 때만 해도 반일감정이 굉장히 심했더랬습니다. 그도 그럴 만한 것이, 1945년 해방이 되고 나서 40년 남짓 지난 시점이었기 때문에 식민지배를 당한 경험이 있는 어르신들이 많이 있었거든요. 그리하여 무슨 스포츠게임이든 간에 일본은 이겨야 한다는 심리를 보이기도 했죠... ㅎㅎㅎ 


1995년에 소설 [대망]을 읽은 뒤로 저는 일본의 역사에 대해서 관심이 커졌습니다. 그래서 국립중앙도서관에 갔을 때 [불모지대]라는 소설을 발견해서 읽기 시작했지요. 이 소설은 야마자끼 도요꼬 선생이 지은 소설인데, 기업소설입니다. 그런데 평범한 기업인을 다루지 않고, 굉장히 특이한 출신의 기업인을 다루었습니다. 대다수 사람들이 평생 한 번도 읽어 볼 일이 없을 테니, 줄거리를 약간만 소개하겠습니다. 


주인공은 일본군 장교 출신입니다. 대본영에서 참모 노릇을 하던 엘리트 장교였습니다. 태평양전쟁 말기에 일본 군부 내에서 항복을 결사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군부의 수뇌들은 이들의 쿠데타나 반란을 우려했지요. 항복이 결정되던 때에 주인공은 만주로 출장을 갑니다. 관동군 장교들이 항복에 순순히 응하도록 설득하라는 명령을 받고 갔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는 다른 관동군과 함께 소련군의 포로가 되어 시베리아로 이송됩니다. 포로들의 석방이 이뤄질 때까지 12년인가를 시베리아에서 고생했더랬습니다. 가장 마지막으로 송환된 포로, 사회와는 이미 멀어진 전직 엘리트 군인, 먹고 살 일자리를 알아봐야 하는 중년이 되었죠. 그런데 이 백수에게 일자리를 주겠다고 접근한 기업인이 있었습니다. 이 기업인은 군부의 사업을 따내기 위해서 군부 고위층과 친한 사람을 찾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그리하여 취직하게 되었고, 그는 세계를 상대로 무역하는 종합상사에 근무하게 됩니다.... 후략.


 실제 인물을 모델로 해서 만들어진 소설이어서 더욱 실감이 컸을 겁니다. 


이 소설의 시대배경은 1960년대와 1970년대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박정희가 대통령을 하던 시절이었고, 막 경제발전에 시동을 걸어서 다들 열심히 일하던 시절이었죠. 한편으로는 북한의 김일성을 대비해야 하고, 한편으로는 공장을 짓고, 제품을 생산하고, 제품을 수출하고, 중동아시아에 가서 땅을 파던 시절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난에 허덕이고 있던 시절이었는데, 일본의 종합상사맨은 세계를 상대로 무역을 하고, 석유개발을 위해서 협상을 하고 있더군요... 이 소설을 읽고 우리 선배들은 참 부러워하면서 한편으로는 일본을 따라잡으려고 노력했을 것입니다. 격차 때문에 열등감에 사로잡혀 포기하지 않고, 격차를 따라 잡으려고 죽을 힘을 다 해서 노력했을 것입니다. 저는 선배들의 그 노력에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2000년대엔가 일본영화를 한 편 본 적이 있습니다. 영화관에 가서 본 게 아니라 DVD를 빌려서 봤던 것 같네요... 어떤 은행과 관련한 영화였는데, 은행 건물 내부를 보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규모와 화려함에 압도당했다고나 할까요... ㅎㅎ 


전에 어디서 읽기로 1962년 한국의 1인당 GNP가 100달러 수준일 때, 일본은 500달러 수준이고, 미국은 2500달러 수준이었다고 합니다. 진짜 맞는 말인가 해서 확인해 보고 싶었지만, 영어를 모르기 때문에 확인은 못 해 봤습니다. 1962년부터 1992년까지 30년간 매년 한국의 5배의 경제규모였을 거라고 가정하면, 이 30년간 누적된 격차는 얼마나 될까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수출 1000억 불 달성을 외치고 있을 때, 일본은 무역흑자만 1000억 불을 달성하고 있었습니다... 


우리 선조들이 좀 일찍 개화정책을 선택했더라면, 그리고 모두가 개화를 일찍 받아들였더라면 역사는 판이하게 흘렀을 테지요. 그리고 어쩌면 지금보다 훨씬 더 잘 사는 나라가 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일제의 식민지배를 원망하고 분노합니다. 개화와 발전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시기에 우리는 한편으로는 독립운동을 하고 한편으로는 식민착취에 시달리느라 시간을 허비해야 했으니까요. 이 식민지배로 한국인의 미래에 엄청나게 큰 주름을 잡은 일본제국주의를 원망하는 게 당연한 겁니다.


어차피 벌어진 일인데, 이제 와서 어쩌겠습니까? 원망만 하고, 분노만 하고 있어서야 되겠습니까? 그보다는 우리가 지금 할 일에 집중하는 게 더 나을 테지요. 


Comment ' 2

  • 작성자
    Lv.85 피의정령
    작성일
    23.03.11 06:44
    No. 1

    쳐맞아도 아 내가 맞을만했구나 그러면서 열심히 살아야겠네요.

    찬성: 2 | 반대: 1

  • 답글
    작성자
    Lv.99 만리독행
    작성일
    23.03.11 15:00
    No. 2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분노와 원망은 그대로 하되, 지금 해야 할 일을 똑바로 보는 것이 필요하지요.
    과거에만 사로잡히면 현재와 미래가 없어집니다.

    찬성: 1 | 반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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