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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작성자
Lv.1 OGRE
작성
03.04.10 20:29
조회
527

국엥이 오빠가 갔다...

그의 죽음을 둘러싸고 이런 저런 논란이 많은 모양이다. 그날 실제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일반인인 우리로서야 정말 죽었다 깨어나도 모를 일이다.(연예인인 수미와 유미는 그게 다 빙의 탓이라지만....)

어쨌거나 다만 많은 의문들 중에서, '자살할 사람이 사스에 걸릴 걱정을 했겠느냐, 곧 죽을 사람이 죽기 직전까지 그처럼 삶에 애착을 보일 리 있겠는가' 하는 점에만 한해서라면, 그것만 가지고서라면 본 우원 그건 그럴 수도 있다고 본다.

자...

언제나처럼 짱나지만 딱히 크게 고통스러운 건 없던 어느 날, 밖에서 멀쩡하게 할 일 다 하고 돌아와서, 또한 내일 잡다한 일들 무엇무엇 해야겠다 정리하며 자리에 누웠는데, 갑자기 잠이 안 와서, 그래서 아씨 술이나 한 잔 마실까 생각이 들어 딱 한 잔 마셨다. 근데... 잠시 후 컴컴한 동굴 속에 원시인처럼 우두커니 앉아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분명 한 잔 밖에 안 마셨는데 옆엔 술병이 몇 개 굴러다닌다)...

씨바... 공포영화다... 순간 막막한 공포가 밀려오며, 당장 처리해야 할 일상의 일들이 마치 먼 우주의 혹성에서 벌어지는 외계인들의 전쟁 모양이나 무기력하고 막막하게 느껴지며, 암 꺼도 하기가 싫다. 죽음이나 고통, 절망의 컴컴한 공기가 주변을 가득 메우고 있음을 발견한다. 그 순간...

여기서 베란다로 한 발짝만 걸어나가면, 저 창문으로 그냥 와락 몸을 내밀어보면, 저 병에 담겨 있는 걸 꿀떡 다 삼켜버리면... 그러면 어떻게 될까...

물론 그 정도까지 행동이 미치지 않았다고 해도, 그래도 '그래버릴까 씨바' 하던 순간의 괴로움은 단순한 객기만이 아니라 참 고통스러운 것이다. 그럴 때 그나마 삐끗하는 길로 빠지지 않도록 하는 방법이 있다면 그것에 대하여, 본 우원 자신의 경험을 한번 풀어 보겠다. 그래도 30해 쯤 살아오면서 나름 터득한 노하우니까... 이런 건 서로 노가리 풀며 정보를 나눠야 된다...

물론 심각한 우울증은 치료를 받아야 하고, 또한 모든 자살 충동이 똑같은 양상을 띠고 있는 것도 아니다. 빚이 있다든가 자신이 지은 죄의 댓가를 치뤄야한다든가 하여 도저히 살아서 버틸 길이 없다고 여겨지는, 이유가 뚜렷한 절망의 경우와도 양상이 좀 다르겠다. 어디까지나 졸라 정신적이고, 습관적이면서 고질적인 시시하고 거지같은 절망과 우울과 고독, 그런 경우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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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걸 생각하려고 하면 역효과

보통은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을 떠올리면서 그 사람들을 실망시킬 수 없다, 그들을 위해서라도 살아야지 하는 식으로 자살 충동을 이겨보라고들 하지만..

막상 암흑 속에 빠져든 당시에는, 아름다운 것들을 생각할수록 내 자신이 비참해진다. 그 이름다운 것들과 비교되어 더욱 추악하고 비참하게 느껴지는 자신의 존재로 인해 오히려 더 괴로워지며, 나같은 것이 살아 있음으로써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이나 잘해준 사람들, 그리고 착한 사람들을 졸라 피해 입히게 될 거라는 생각이 마구 든다.

특히 나를 인정해 주는 사람이 언젠가는 내 실수나 실패로 인하여 등을 돌리게 될 거라는 망상이 집요하게 죄여오며... 아아 그 꼴을 보기 전에 차라리 빨리 종치자, 이런 생각이 든다. 그러므로...

조까튼 것들을 생각하는 편이 낫다.

나를 무시하고 깔보던 직장상사라거나 학교 때 선생, 친구놈년 같은 인간들을 생각한다. 특히 그것들이 가장 재수없게 굴던 최악의 행동이나 상황들을 계속 해서 떠올린다. 그 복수를 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이대로 죽을 수 없다며 이를 간다.

결국 입에서 '씨X'소리가 나오면 상당히 효과를 본 것이다. 온몸을 감아들던 무기력이 일순간 사라져 있다. 자 이 에너지를 계속 이어가라. 몹시 화를 내어 탈진한 상태에서 스르륵 잠드는 것이 좋다. 요주의다. 반드시 탈진 상태로 자연스럽게 잠들어야 한다, 왜냐면...

억지로 잠을 청하면 역효과다

사실 자는 게 약이긴 하다. 그러나 문제는, 한번 우울의 늪에 발을 들여놓게 되면 이 잠드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니다. 영화 같은 데서 '잠을 좀 자도록 해' 하면서 연인이 다독여주면 우울증 걸린 쥔공이 '알았져... 고마워...' 하고 나서 연인이 나가면 결국 그밤 목을 매지 않나. 본 우원 역시 억지로 자볼려다가 더 안 좋아진 경험이 많았고 이거 왜 이럴까 고심 많이 했더랬다.

아마도 그 이유는 잔답시고 억지로 눈을 감아 뇌에게 컴컴한 장소를 제공함으로써, 끔찍한 망상을 하기에 딱 최적의 조건으로 뇌를 인도해버린 탓인 듯.

눈을 감고 뇌의 전등을 끄면, 진짜 머릿속이 엄청 피곤하고 혼란스러운데도 불구하고 잠들기는커녕, 이 미친 뇌세포들이 열라 빠른 속도로 지저분한 이미지들을 토해내며 어둠을 향해 달려간다. 죽어도 잠이 안 온다. 미췬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술을 더 마셔버려라

(극단적 처방이다. 이 처방을 자꾸 하면 중독자 된다...)

보통 이 지독한 우울은 술기운이 가실 때 나타난다. 미시마 유키오는 술을 마신 다음날이면 진탕을 뒹굴고 '와-와-'소리를 지르며 개처럼 울부짖고 싶다 했다. 술 이게 무섭다는 것이, 가면 갈수록 깨어나는 걸 용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보통은 이렇다. 새벽 한 4시까지 엄청 퍼마시고, 4시간 딱 자고 8시에 출근을 한다. 그럼 한 오후 4시까지는 기분이 괜찮다. 왜냐면 술이 덜 깼으니깐... 취기로 나름 발랄한 행동을 한다. 회사 일도 적당히 처리를 한다. 그러다 6시경이면(이 때쯤 깨기 시작한다) 몹시 기분이 저조해지며 피곤이 밀려와 집으로 일찍 돌아온다. 자려고 눕는다.. 누웠는데 기분이 조깥아진다.. 이런 저런 우울한 생각들을 하다가 가물가물 잠들었는데 악몽을 꾼다.. 여기서 벌떡 잠을 깨면. 으 완전 지옥이다. 오늘 하루 종일 자신이 한 말과 행동 표정 모든 것이 혐오스럽고 쪽팔려서 견딜 수가 없다. 정말 돌겠다.

그럼 차라리.. 맥주 정도로 한 병쯤 마셔 버려라.

이때 주의할 점은 혼자 마셔야 된다는 거다. 다른 사람과 마시면 또 후회할 짓과 말과 행동을 하게 되고, 그럼 다음 날 일어나서는 또다시 어제와 똑같은 자기혐오와 후회가 반복되기 때문에...

(마시기 전에 전화선 미리 뽑아놓을 것 당부한다)

주의를 딴데로 돌려야 한다

어쩄든 간에 뇌가 아무 생각을 못하도록 해야 된다.

단순노동이 좋은데, 본 기자처럼 약간 강박증이 있는 사람이라면 꼬인 실타래 풀기 이런 것이 좋다. 본 기자는 꼬인 실타래를 풀 때 무섭도록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하기 때문에, 우울한 생각들이 밀려와도 그 순간만큼은 '자, 자 우선 실타래부터 풀고 생각하지' 한다.

실타래를 다 풀고 나면 기분이 훨씬 나아져 있다. 약간 뭐랄까, 암흑의 공기가 방을 쓰윽 빠져나가는 기분마저 든다.

어떤 친구는 그럴 때 자신은 인형 눈깔을 붙이며 돈도 버는 일석이조 효과를 낸다고 자랑했었다.(7년 전 얘기긴 하다)

영화 보기도 권장사항

근데 영화를 잘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이 솔깃해 하는 코드들이 들어 있어슬금슬금 몰입을 해야 되는데, 결국 해피엔딩이긴 해야 한다. 중간에 눈물을 펑펑 쏟을 수 있으면 정말 좋은데, 그렇다고 결말이 비극이면 또 안된다.

본 기자의 경우에는 킴 베신저/알렉 볼드윈의 "결혼하는 남자"를 본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영진공에 우울증 퇴치 영화로 자세히 소개할 기회를 갖고 싶다.

('도어즈'나 '보니와 클라이드' '이지 라이더'나 '시드와 낸시' 머 이런 류를 보면 조뙌다.....)

본 기자 경험으로는 애수가 어린 해피엔륑의 코미디가 좋다고 본다. 아뭏든 이 때 또 주의할 점이...

담배 생각이 굴뚝 같지만 담배 피면 안된다

괴로움이 증폭된다. 담배라는 게 당시의 감정을 몇 배로 증폭 시킨다. 술 먹고 멀쩡하다가 한 모금 빨면 쭈욱 취기가 빨아들여지며 얼큰해지는 거랑 비슷하다.

물론 좋을 때도 있다. 처음 연애할 때, 헤어지고 집에 돌아와 방금 헤어진 고것이 이쁜 짓 하던 걸 떠올릴 때의 흐뭇함과 행복의 증폭. 그건 좋지만... 괴로울 때도 똑같이 작용하니 문제다. 특히 흡연 후 깔깔한 입맛은 식욕마저 없애버려 더욱 살기 싫게 만든다.

담배 대신 김치 같은 걸 집어 먹는 게 좋다. 매워서 밥을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고, 그리하여 양푼에 밥을 담아 푹푹 떠먹다 보면 약간 웃긴 기분이 들면서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하는 태도가 되고 슬그머니 잠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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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튼, 무사히 잠들 수 있으면 그걸로 된 거다. 일단 성공.

술고래로 유명한 레이몬드 카버가 모 이런 말을 했었단다. "컴컴한 우물 속에 앉아서 위를 올려다 보면 빛이라곤 하나도 없는 암흑이었는데, 언 날 바늘구멍 같은 빛이 새나오는 게 보여서 그걸 따라 어째어째 올라갔더니 밝은 대낮이더라... 그 이후로 나는 술을 한 모금도 먹지 않게 되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암튼 모 그런 삘의 얘기.

카버같은 날이 진짜 올까 싶긴 하지만... 암튼 살아보는 거지 모. 기분이 좋은 날도 있긴 있으니깐.

암흑의 하이드로부터 나의 지구를 지켜줘

지킬([email protected])


Comment ' 4

  • 작성자
    Lv.1 OGRE
    작성일
    03.04.10 20:30
    No. 1

    요새 이걸 보고 상당히 도움이 되어 여기에 올립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등로
    작성일
    03.04.11 03:57
    No. 2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소예
    작성일
    03.04.11 09:39
    No. 3

    쉬우면서도 도움되는 글이군요~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7 동네Warz
    작성일
    03.04.12 14:13
    No. 4

    저두 한때 그런적이 있었다는..(으헷;; 살아온날이 18년밖에 안된놈이
    ㅡㅡ.;;) 어케어케 넘기구 여까지 왔음다.. 지금 대학다니구 사는게 잼나여^^ 윗글 우울할때 써먹으면 좋겟군요.. (다쉬는 그런생각말자ㅡㅡ;)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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