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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독백?] 책을 읽기 전에...

작성자
녹슨
작성
03.06.28 05:51
조회
668

표지의 감촉이 만족스러웠다.

특별히 나 자신을 식자(識者)나 책 전문가라고 여기는 것은 아니지만 무심코 이렇게 생각해버리고 만다.

'그래, 무릇 표지란 이처럼 쓰다듬는 것 만으로도 은은히 뿌듯함을 전해오는 것이 바로 일등품이라 할 수 있지.'

손끝에 희미하게 미끄러지는 가공종이의 살결.

지금껏 그 누구도 가까이 허락하지 않았을 알싸한 내음....

뭐 이런식으로...

케이블 홈쇼핑 채널에서 잭필드 3종세트 선전하듯이 새 책을 붙들고 주접을 떠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책을 편다.

작가 서문을 읽고

추천사를 읽고

序章이라는 글씨에 시선을 옮긴다.

페이지를 넘긴다.

단 한마디.

- 그 해의 가을은 끔찍했었다.

왈칵 두려움이 몰려와 이후를 읽을 수 없다.

아... 나는 3일후면 군대에 간다.

지금 이걸 읽어버리면,

그래서 내가 매혹되어버리면 어떡하나?

그러한 두려움.

애써 가슴에 힘을 빼온 나날들,

흐리멍텅하게 간직해온 감수성,

나는 매사에 무감동하게 살아오고 있었다.

활자의 예술적인 나열에도 마음이 이끌리지 않았고

머리속을 휘돌았던 무수한 이미지의 폭풍도 점점 가라앉아 바닥의 더러운 모래먼지가 되었다.

세상을 무채색으로 물들여버리고

몇개의 글자들에는 열광하지 않는다.

글자 몇개를 조합하는 것에 열의를 느끼지도 않았다.

아, 언제부터였던가?

무엇에 상처를 받아서 나는 불구가 되었던가?

왈칵 두려움이 몰려왔다.

혹시나, 이 글을 읽고

너무나 오랜만에 손에 쥐어든 책이라는 물건에 영향을 받아

나의 모래바닥에 무언가 피어날지도 모른다는 것이 두려웠다.

그래서 밤새 무언가 읽고 싶어지고

밤새 무언가 쓰고 싶어지면 어쩌나 두려워왔다.

난 3일 후면 군대에 가는데.

뭐....;;

오래간만에 책을 잡았더니.... 별 해괴하고 겉멋으로 가득한 헛소리들이 나의 상념을 지배하고 있다...

특별히 입대라는 미래에 그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매사에 열의가 없어져버린 것은 생각보다 심각한 문제일지도 모른다....

뭐어...

책을 사놓고 읽지도 못한채 군대에 가버리면 억울하니까...

읽긴 읽어야 할텐데!!!!


Comment ' 12

  • 작성자
    녹슨
    작성일
    03.06.28 05:56
    No. 1

    기억력만으로 저것이 무슨 책인지 알아맞추신다면 당신은

    1. 무협매니아!

    2. 녹슨매니아!

    둘중 하나입니다 +_+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1 여청
    작성일
    03.06.28 06:37
    No. 2

    ㅡ그해의 가을은 끔찍했었다, 라...
    휘유~ 녹슨님...제 흐리멍덩한 기억 만으로는 도무지 가닥이 잡히질 않네요, 힌트라도 좀 주실 것이지...^^;;
    그나저나 이제 '3일'이라니...정말로 입영 날짜가 코 밑에 닥쳤군요.
    아무쪼록... 부디 건강하고 멋진 모습으로 복무를 마치고 돌아오길 응원합니다. 좀 싱겁긴 하지만 그래도 박수나 한 번...
    대~한 민국! 짜자자 작 짝!! (쇠똥에 자빠져서 말똥에 고꾸라지기를 바라는 '유 아무개' 인사를 겨냥하며..)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5 lullullu
    작성일
    03.06.28 06:59
    No. 3

    군대라..^^:;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5 노레이션
    작성일
    03.06.28 07:29
    No. 4

    좌백의 '혈기린외전'이 아닐까..요?^^

    3일 후라..시간은 점점 줄어드는데, 뭔가 해야할 일은 잔뜩 쌓여만 가고 있는 그런 기분이었던 것 같네요. 온갖 인연 다 버리고 산속으로 들어가기 위해 짐을 꾸리는 그런 기분도 들고..
    쉽기도 하고, 어렵기도 하고, 재미나기도 하고, 한없이 지루하기도 하고..뭐 여기나 거기나 살기가 쉽지 않기는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제 경우에는 단 한 가지, 지루했던 것만 기억나기는 합니다만^^
    뭐 잘 견디시겠죠. 그렇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백아
    작성일
    03.06.28 07:46
    No. 5

    아.......... 군대가시는 군요. 가만 보니 녹슨 님의 글도 무척 오랜만에 보는 듯^^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1 휘백
    작성일
    03.06.28 09:35
    No. 6

    좌백님의 혈기린외전이 맞는 것 같아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1 風蕭蕭
    작성일
    03.06.28 09:45
    No. 7

    군대에서 책이 어찌나 보고 싶은지 첫외박때 책 몰래 사들고 들어가서 시간날때마다 화장실 침침한 불빛아래에서 읽었답니다.
    (그때 읽은게 퇴마록이였던거 같네요..^^)
    쫄병때는 짬짬이 틈내서 어렵사리 읽었지만 고참 되서는 시간나도 잠만 자빠져 잤다는...ㅡㅡ;;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7 주신검성
    작성일
    03.06.28 09:50
    No. 8

    도서들이 많은 부대로 가시길 기원~~~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6 du******
    작성일
    03.06.28 09:52
    No. 9

    정답은 좌백님의 혈기린 외전입니다.^^
    곧 군대 가시는 군요. 군대는 뭐니 뭐니 해도 몸 건강이
    최고입니다. 아프면 눈치 보여도 아프다는 것을 기필코
    광고라도 해서 적절한 치료받아야 더 큰 병이나 기타 등등 해서
    뒤탈이 없습니다. 지금 심란하실 텐데 혼자 군생활 하라면
    도저히 못하겠지만 나 혼자가 아니라 동료도 같이 하기 때문에
    그럭저럭 지낼 만하니 몸 건강히 다녀오시길.....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바보새
    작성일
    03.06.28 10:30
    No. 10

    음 지금까지 살면서 거덜냈던 도서관이~~

    초중학교때 학교 도서실 전체,

    안동시 도서관 전체, 서점3개 <--- (만화만~~~)

    대학교때 도서관, 군대 있을때, 구할수 있는 책 전부,

    (군대 있을때 철학관련 책 읽기가 제일 좋았다는~~~

    포스트모던 및 실존주의 이때 공부했다는 그런~~)

    군대가서 책 많이 있을수 있음

    (참고로 전 인천의 모부대`~ 파라다이스라는 부대였음)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소예
    작성일
    03.06.28 11:03
    No. 11

    책은 활자임에도 냄새로 사람을 황홀하게 합니다.
    새책의 말끔한 냄새건
    헌책의 고요한 냄새건...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1 등로
    작성일
    03.06.28 23:46
    No. 12

    나는야 녹슨매니아...-_-;
    잘 갔다오세요
    건강하게!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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