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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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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부의 극치

작성자
Lv.32 착정검주
작성
02.11.27 00:17
조회
519

사나이 독심으로 굳게 작심하고는 얼굴에 철판을 깔고 여러 겹 인피가면을 덧 쓴 뒤에 혀에다 꿀을 바르고 숭배의 미소를 지으며 스스로 몸을 굽혀 굽신대면서 말하는, 문학적 수사의 절정을 달리는 궁극의 아첨은 듣는 이의 마음을 교묘하게 간질어 주어서 마치 하늘에 붕 뜬 것 같은 황홀함을 선사한다.

교묘한 말로 얼굴빛을 꾸미는 자 중에 인자한 이 드물다고 하지만, 절정의 아첨은 일종의 치열한 생사박투이기도 하다.

1251년 몽고의 대족장회의 쿠릴타이에서 대칸 몽케(양과의 돌에 맞아 죽은 그 인물)는 자기 아우 훌레구를 페르시아의 총독으로 삼고 바그다드의 압바스 칼리프조와 시리아의 술탄국을 정복하라고 명했다.

훌레구는 칼리프에게 "영원한 하늘의 은총에 의해 칭기스칸 이래 몽골군이 세상에 가져온 운명을 안다면 굴욕을 당하기 전에 항복하라"는 경고장을 보냈다. 칼리프는 "열흘의 성공에 취해 축배를 든 세상물정 모르는 젊은이"에게 쓴 맛을 보여주겠다고 응답했다.

1258년 바그다드는 포위되고 칼리프의 군대는 궤멸당했다. 약탈은 17일간 계속되었다. 수비대는 전원 몰살당하고 주민 9만 명이 학살당했다. 칼리프를 자루에 담아 말발굽에 밟아 죽였다. 압바스조의 무덤들은 파괴되었다.

동방 이슬람 세계 전역이 공포에 빠졌다. 터어키 지방의 셀주크 술탄 카이 카부스는 최고급 가죽장화를 들고 달려와서 훌레구 앞에 업드려서 자기 머리 위에 장화를 올려놓고 말했다.

"임금님의 이 노예의 소원은, 임금님이 그 거룩한 발을 종의 머리 위에 올려놓으셔서, 이 비천한 종의 머리를 명예롭게 해주시는 것뿐입니다."

물론 그 장화의 밑창에는 용의주도하고도 가련무쌍한 이 술탄의 초상이 새겨져 있었다.

과연 훌레구의 엄지 손가락은 위를 향했을까, 아래를 향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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