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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작성자
Lv.20 흑저사랑
작성
02.12.04 08:25
조회
803

부디 문제가 않되길 바랍니다...

문제가 된다면 삭제 하겠습니다...

날 짜   2002-06-04 오전 3:20:28  

이 름   우무([email protected])  

제 목   [감상] 컴퓨터로 자연을 보는 아이러니 - 토토로의 작은 감상  첨 부  

우물가 작은 웅덩이에서 헤엄치는 올챙이..

축축하고 그늘진 대청마루 밑에서 돋아난 새싹줄기..

먼지 켜켜이 쌓인 낡은 다락방..

흐르는 시냇물에 차게 담궈 먹는 오이의 감칠맛..

우리들이 현대의 문명과 바꾸는 대가로 잃어버린 것들이다.

살아 헤엄치는 물고기를 보려면 맨발로 후다닥 뛰어서 가까운 냇가에 갈 수 있는 편리함을 버리고, 자동차타고 차와 매연으로 꽉 막힌 도로를 몇 시간이나 걸려서 가야만 하는 길을 택했다.

아침에 눈뜨고 일어나면 마당 여기저기 고개를 빼꼼히 내민 새싹을 보는 즐거움을 버리고, 플라스틱 화분에다 멀리 산에서 퍼온 흙-또는 가게에서 사온 흙-을 집어넣고 볕도 잘 안드는 창가에 고이 모셔두고는 시간맞춰 물주고 거름줘야하는 길을 택했다.

삐걱거리는 나무발판을 올라가 먼지냄새 구수히 풍기는 다락방을 둘러보는 두근거림 대신에, 컴퓨터와 TV를 택했다.

탐스런 오이 뚝 꺽어다 냇물에 흙 탈탈 털어서 아작 베어먹는 그 풍요로움을 버린 대신에, 비닐에 꽉꽉 동여맨 오이를 사다가 수돗물에 씻고 씻고 또 씻어도 불안한 마음 가시지 않는 길을 택했다.

우리가 정신없이 현대로 현대로 달려오면서 자기도 모르게 어딘가 흘려버리고는 잊어버린 것들이다. 도시는 물론이거니와 우리의 농촌도 어느새 사람보다는 가축이 더 많아서, 변냄새 진동하는 그런 마을이 되어버린지 오래다. 동네사람들 죄다 모여서 농가를 부르며 허리숙이며 모내기 하던 시절은 가고, 경운기가 이쪽에서 저쪽으로 몇 번 쓸고 지나가면 모가 가지런히 심어지는 그런 시대다. 이젠 돌아갈 수 없음을 알기에 더욱 그리워지고 슬퍼지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더욱 슬픈 일은 대부분의 도시 아이들이 벼들 사이에 숨어있다가 누가 지나가는 기척이라도 나면 펄쩍 뛰는 개구리며, 어떻게 이런 곳에서 살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드는 자그마한 웅덩이에 자리를 튼 올챙이며, 석양이 붉은빛을 더하면 둥지로 돌아가기 위해 일제히 날아가는 새때의 장관을 한 번도 못보고 자라남이다.

나는 작년에 나비를 단 세번 보았다. 그래도 그 전해에는 열손가락을 반정도 채울만큼 보았었고, 그 이전해 여름에는 열손가락이 모자라게 보았다. 올해 여름에는 몇마리나 볼 수 있을지 걱정된다. 요즈음 도시의 어린아이 중 호랑나비의 그 우아한 자태를 실제로 본 사람은 몇이나 될까. 제주나비의 화려한 검은빛의 날개를 자연의 품에서 본 사람은 몇이나 될까.

도시에서는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것이 별로 없다. 단지 더워지면 여름이고, 추워지면 가을이고 겨울이다. 석유냄새나는 빳빳한 종이에 새겨진 숫자들을 한장 한장 넘기며 계절이 바뀜을 단지 알아차릴 뿐이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마당 한켠에 못보던 새싹이 돋아남을 보고 봄이 옴을 느끼고, 하루가 다르게 노란빛을 머금는 벼 이삭들을 보고 가을을 실감하는 그 빛나는 시절들은 요즘의 세대들에게는 낯선 이야기일 뿐이리라.

매운 모깃불 연기를 맡으면서도 할머니 무르팍 베고 누워서 이야기를 듣던 한여름의 어느날 밤도, 달빛 별빛이 얼마나 밝은지 느낄 수 있는 그 밤도.. 어른들에게는 눈물과 함께 떠나보낸 어린시절의 추억일 뿐이고, 그들의 아들 딸들은 이야기나 TV로만 접할 수 있는 어렴풋한 전설이다.

토토로의 자연은 우리가 이젠 돌아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이상향의 모습 그대로였다. 어디 자연의 모습 뿐인가. 아이가 사라지면 온 동네 사람들이 같이 걱정해주고 찾아다니는 사람내 물씬 풍기는 마을의 모습도 이젠 찾을 수 없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토록 아름다웠던 모습을 컴퓨터 앞에서 다시 보면서 까닭모를 슬픔을 느끼는건 나뿐만이 아니리라. 현대문명의 총아라고 불리는 컴퓨터로, 컴퓨터를 얻음으로 해서 잃어버린 모습을 본다는 것.

그 아이러니는 슬픔이다.

-  '나 다시 돌아갈래!'  

       영화 박하사탕     -  

ps . 아침에 심심하신 분들을 위해 좋은 글이라 생각되어 몰래 퍼 왔습니다..

성격상 퍼오는 글은 잘 하지 않는데... 좋은 글들 생각하게 하는 글들은 욕심이 생기더군요...

출근 해야합니다.. 이상으로 아침 도배를 마침니다..

부디 즐겁고 행복한 하루되시길... 오후에 뵙죠...


Comment ' 9

  • 작성자
    Lv.20 흑저사랑
    작성일
    02.12.04 08:29
    No. 1

    제가 토토로를 너무 찡하게 봐서... 감상글을 흝어보다 찾아내었습니다.. 제글은 찾을 수 없더군요... 어디 올리긴 올렸는데..
    사실 조악한 제글을 올리려다 잘 된글이다 싶은 글이 보였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暗影 ▦
    작성일
    02.12.04 09:15
    No. 2

    으흠....전 바로 그런 시골(?)에서 살고 있답니다....ㅋㅋㅋㅋ
    맑은 밤 별하늘 보는 재미랑 가까운 개울에서 송사리 잡는 압권입져....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99 운동좀하자
    작성일
    02.12.04 09:41
    No. 3

    이웃집 토토로 저도 좋아함다. ^^
    좋은 만화죠.
    암영님이 좋은 곳에 사시는군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暗影 ▦
    작성일
    02.12.04 16:20
    No. 4

    ^^;
    산좋고 물좋고 공기좋고 ......좋습니다...
    하지만 일전에 술퍼맨님이 말씀하신 그런 물은 좀처럼 구하기 힘들고요...허허 이것참...^^;
    신간 무협도 구하기 힘든 곳입져....
    컴퓨터와 인터넷의 발전이 없었더라면...
    고무림이 없었더라면...
    에혀~ 걍 산촌에 묻힌 분네 이내 생애 어떠할꼬...할 뻔 했음다...^^;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85 lullullu
    작성일
    02.12.04 17:28
    No. 5

    좀더 나이가 들어 세상사가 싫어진다면..지리산깊은곳에 암자하나 짓고 살아가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등로
    작성일
    02.12.04 23:30
    No. 6

    이 나이에 세상사가 싫으니 저도 같이 지리산으로..ㅜㅛㅜ/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0 흑저사랑
    작성일
    02.12.05 09:48
    No. 7

    지리산에서 길 잃으면 죽습니다.. 조금 안전한 곳으로 아님 도사들이 많다는 태백산쪽으로 가심이..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일호
    작성일
    03.02.28 01:56
    No. 8

    아직도 길은 머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冥王
    작성일
    06.08.03 14:41
    No. 9

    聖地巡例 中

    찬성: 0 | 반대: 0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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