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척 중에 제가 어렸을 때 미국으로 이민 가신 고모 한분이 계십니다. 가족 다섯명 모두가 이민 가서 지금은 잘 살고 계시지요.
그런데 사오년 전부터 계속 저희 아버지께 이민 오라는 말씀을 하십니다. 예전에 그런 말씀을 하셨을 땐 아버지가 싫다고 하셔서 더이상 별말이 없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또 얼마전부터 미국으로 이민 오라는 말을 하신답니다. 아버지는 싫다고 하시지만 어머니나 제 동생은 가고 싶답니다.
고모가 오기만 하면 바로 취직할 수 있는 일자리도 구해주고, 집 없으면 고모 집에서 살면 된다고 하신다면서, 가서 나쁠게 없다고 말입니다. 요즘 다들 이민 가고 싶어서 맨몸으로도 가는 마당에, 우리가 가서 맨땅에 헤딩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오라 그러시는데 안갈 이유가 어딨냐고 하십니다. 작은 집들처럼 한국에서 기반 튼튼히 잡고 잘 살고 있는 것도 아니고, 계속 이렇게 살고 싶지는 않답니다.
아버지는, 이제 얼마 안 있으면 오십인데, 살날이 얼마나 남았다고 내 나라 버리고 남의 나라 가서 살아서 좋을게 뭐가 있냐고 하십니다. 그렇지만 어머니는, 그말은 오년전에도 했다면서 아직 오십되려면 꽤나 남았고, 육십이 다 되서 지배인 자리에 취직했다는 사람 예까지 드시면서 나이가 무슨 상관이냐, 기회가 있을 때 잡아야 한다며, 이민을 가자고 하십니다.
고모도 아버지가 그렇게 싫다고 하시니까, 애들 어학연수도 시킬 겸 한번 와봐라, 고 하시고, 어머니도 정 그러면 아버지 혼자 일이년 가서 살아보고 결정하던가 하시라는데‥. 고모가 가서 살기가 힘들면 그렇게 오라 그럴리가 없다면서 뭔가 생각이 있으니까 오라는 거라면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아버진 싫다 그러시고, 어머니는 꼭 가고 싶대고, 고모도 꼭 오라시니‥. 방금 전에도 고모한테 전화가 왔습니다. 아버지 좀 꼭 설득해 보라고.
취업이민 식으로 하면 일반사람들보다 빨리 들어갈 수가 있댑니다. 그리고 바로 다음달에 그것 때문에 한국에 오시는 분이 있는데, 우리가 가겠다면 그분한테 말씀을 해 놓으시겠다고 하십니다.
후우‥ 미국에 가도 생면부지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는 것도 아니고, 그정도로 준비가 되어있다면 가도 나쁘지 않을 거란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내나라도 아닌 남의 나라에서 얼마나 잘 살 수 있을지‥.
이런 문제는 아직 어린 저보다는 어른들의 의견을 듣는 편이 낫다고 생각되어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많은 조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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