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이야기가 잠시 나와서...
우리 아버지는 독선과 아집 그 자체이신 분이다...
더군다나, 젊으셨을 때에는 한가닥 하셔서 인지 흥분을 잘 하신다...
또한 주사가 심하셔서 아버지가 젊으셨을 때, 술을 많이 드신 날에는...
어머니와 누나 그리고 나 이렇게 세 식구는 언제나 공포에 몸을 떨어야 했다...
수많은 구타와 폭력...
한 겨울에 속옷 바람으로 쫓겨나기도 하고...
참 말 못할 일들을 많이 겪었다...
그래서 난 아버지를 사춘기때부터 미워했다...
그렇게 세월은 흘러가고...
어느새 나는... 키가 훌쩍 자라 이제 아버지보다 목 한뼘이 더 있게 되었다...
사춘기때부터 아버지의 얼굴을 잘 안쳐다 보았고...
아버지와 이야기도 잘 나누지 않았다...
언제나 오가는 피상적인 대화들...
그러던 어느날,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아버지는 할아버지의 주검을 안고 슬피 우셨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나는...
아버지의 모습이 더욱 슬퍼 보여 같이 울었다...
할아버지를 땅에 묻고 돌아오던 날...
아버지가 내게 한 마디를 한다...
"너, 할아버지 돌아가신 게 슬프냐?"
"..."
"네겐 할아버지 이지만, 내겐 아버지란다..."
"..."
그 말을 하시고 나서는 말없이 담배를 무신다. 그런데 그 모습이 그리도 외롭게 보일 수가 없다.
"가자."
"예..."
할아버지의 무덤을 뒤로 한 체, 그렇게 우리는 집으로 돌아왔다.
그날 밤, 화장실에서 몰래 우시던 아버지의 모습을 볼 수가 있었다.
그 이후, 나는 아버지와 가끔 술도 마시고 대화도 나눈다.
어느덧 나도 아버지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아버지와 함께 술을 마시던 어느날 아버지가 뜬금없이 물어본다.
"넌 내가 밉지?"
"아니요..."
"그래도 난 너의 아버지이고, 넌 내 아들이다... 이 것은 끊으래도 끊을 수가 없는 것이야..."
"예..."
어느새 아버지의 얼굴에 주름이 성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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