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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Lv.1 레밍무적
작성
04.03.12 20:02
조회
389

헌법상 탄핵요건 성립 안 된다

김종철(연세대 헌법학 교수)  

탄핵정국은 헌법이 지배하는 입헌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또 하나의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 같다. 국회 재적 3분의 2를 확보하고 있는 거대 야당 연합은 세 가지 이유를 들어 ‘정치적’ 경쟁자인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를 시작했다. 첫째,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여 국법을 문란케하고, 둘째, 권력형 부정부패로 국정 수행의 도덕적·법적 정당성을 상실했으며, 셋째, 국민경제와 국정을 파탄시켜 민생을 도탄에 빠뜨렸다는 것이다.

한편, 소수 여당은 수의 불리를 극복하기 위해 국회 의사일정을 물리적으로 봉쇄하려 했다. 여야 어느 쪽도 헌법이 지배하는 사회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지만, 어슬픈 양비론(兩非論)으로 양쪽을 싸잡아 비판하기에 야당의 잘못이 너무 막중하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공조한 탄핵소추안은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이 특정 정당 지지를 유도함으로써 입법부의 구성을 위한 국회의원 총선거에 무단 개입하고 헌법의 삼권분립 정신을 파괴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주장은 터무니없이 권력분립의 원칙을 오해하고 정치 행위의 의미를 곡해한 것이다. 다원주의를 지향하는 현대 민주국가에서, 특히 대통령제 정부 형태에서 대통령은 국민이 정치적 결단을 통해 선출한 특정 ‘정파’의 정치인으로서 국정의 원활한 수행에 필요한 ‘정치적’ 활동을 수행해야 할 헌법적 권한과 의무를 가지고 있다.

권력분립이, 국회가 관련되는 일에 대통령이 일절 관련하지 않아야 한다는 권력의 ‘고립’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야당과 일부 거대 언론이 전파하는 행정권 수반의 정치적 중립성은 독재정권 시절 관권선거에 넌더리가 난 국민의 역설적 희망이 남긴 허구적 유산이자 여론 호도에 불과할 뿐이지 정당한 헌법 정신에 부합하는 것이 아니다.

국회와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적 공무원의 정치행위에 의해 구체적 정책을 결정하는 것과 신분이 보장되고 정파를 초월한 중립적 직업공무원 조직을 통해 그 정책을 공정하게 집행하는 것은 엄연히 별개의 것이다.

예컨대 정치적으로 국민에 의해 선택된 대통령이 자신의 정책적 비전에 우호적인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를 표현하여 국민의 정치적 판단을 돕는 것과 행정수반으로서의 지위를 남용하여 하급 기관으로 하여금 선거관리에 필요한 공무집행 과정에서 특정 정파에 구체적인 특혜를 주도록 획책하는 것과는 본질상의 차이가 있다.

그런데 일부 언론이나 야당은 대통령이 가지는 이중적 지위를 교묘히 혼용하여 국민을 현혹시키고 있는 것이다. 우리보다 더욱 엄격한 삼권분립제를 가진 미국에서도 대통령이 의회 선거에서 특정 정파나 의원의 선거 유세를 지원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도 이런 당연한 사실을 반영한 것이다.

야당은 중앙선관위의 경고를 원용하고 있지만 선관위도 법령을 잘못 해석할 수 있는 것이며, 설령 선관위의 판단이 옳았다고 하더라도 그 자체가 곧 탄핵의 사유가 될 수는 없다. 헌법은 엄연히 탄핵 사유로 ‘직무집행에 있어서’ 위헌 혹은 위법행위가 있을 것을 요구하며 이때의 직무집행은 단순한 정치적 의사의 표현과는 달리 행정권을 남용하여 관권선거를 구체적으로 획책한 증거를 제시해야 할 것이다.

추상적인 의혹만으로는 임기를 겨우 1년 넘긴 직선 대통령의 권한을 정지시킬 권한의 발동 사유로 턱없이 불충분하다. 정치적 주장의 나열에 불과한 권력형 부정부패 혐의나 민생 도탄의 주장도 어느 모로 보더라도 준형사소추적 절차인 탄핵의 발동 요건으로는 부적절하다.

오히려 그러한 불충분한 사유로 대통령을 무력화시키는 것이야말로 의회권력에 의한 행정권력에 대한 침해로 헌법상의 삼권분립 원칙에 반하여 역설적으로 헌정 문란을 초래한 셈이다. 우리의 탄핵 제도는 국회가 정치적으로 남용할 가능성을 배제하여 국회에 소추권만 부여하고 최종적인 심판권은 헌법재판소가 가지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국회의 소추 의결만으로도 당사자의 헌법상의 권한이 정지되기 때문에 그 영향은 지대하다. 특히, 다른 공무원과는 달리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의 의결은 대통령제 정부 형태 아래에서 민주적으로 선출된 국정 최고책임자의 지위를 상당 기간 정지시키는 극단적인 수단이다.

이러한 사실상의 영향 때문에 탄핵소추는 헌법상의 요건과 본질에 충실하게 이뤄져야만 하는데, 야당이 반노(反盧)전선의 형성을 통해 당 내분을 수습하고 총선 국면의 주요한 초점들을 흐리게 할 목적으로 헌정을 문란케 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헌법이 지배하는 사회에 대한 국민의 열망과 용기가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김종철 / 연세대 헌법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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