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작성자
Lv.6 萬波息笛
작성
04.03.13 15:07
조회
286

"정말이지 더는 못살겠다. 이거 매일 청소하고 약 뿌리고, 미끼 약을 놓고 하니 죽어나가는 우리 동료가 도대체 몇 마리야?"

단독주택 16호에 사는 바퀴벌레들이 긴급히 회의를 소집한 가운데 더듬이가 긴 왕 바퀴가 하는 말에 다른 바퀴벌레들은 일제히 날개를 비비며 동조한다는 의미에서 '서걱서걱' 소리를 냈습니다. 옆에서 먹 바퀴가 한마디를 거들었습니다.

"사실 우리더러 더럽다고 저러는 모양인데 여기사는 사람들의 피부를 보면 다른 세균도 우글우글 하더라고! 그런데 우리가 병을 옮긴다고? 말도 안되지!"

"게다가 이 집에 사는 사람들 말이야… 사실 씻는 걸 싫어한다더라."

"그럼 어찌해야 좋을까요?"

옆에서 작은 바퀴벌레가 한숨을 쉬며 말하자 왕 바퀴는 더듬이를 실룩거리며 웃었습니다.

"사실 우리 힘만으로는 힘들지. 그래서 이 집의 쥐들과 연합하기로 했어."

"쥐들 하고요?!"

바퀴벌레들은 일제히 놀라 소리쳤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예전에 먹을 것이 떨어졌을 때 쥐들은 바퀴벌레들을 잡아먹곤 했으니까요.

"그래, 쥐들과 우리가 일거에 쏟아져 나오면 이 집의 사람들도 별 수 없을 걸? 게다가 저 밑에 숨어있는 지네나 쥐며느리도 동조하며 기어 나올 거야. 어때?"

"맞습니다! 한번 해봅시다!"

그때부터 바퀴벌레와 쥐들은 밤이면 밤마다 집안 이곳저곳에 마구 출몰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바람에 집안 사람들은 잠조차 이룰 수 없었습니다. 왕 쥐를 비롯한 쥐들은 천장 위를 마구 내달리며 쉴새없이 찍찍거렸습니다.

"나가라 나가라 이놈들아."

"이 집이 사람 살라고 만든 집인 줄 아냐? 어서 나가라!"

거의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집안 사람들이었지만 그래도 집밖으로 나갈 수는 없었습니다. 단독주택 16호에 한 달여간의 월세를 미리 내었기에 그런 것이었죠.

"어쭈…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쥐들과 바퀴벌레들은 대낮에 일거에 뛰어나왔습니다. 먼저 안주인이 비명을 지르며 튀어나갔고 아이들이 울며 도망쳤습니다. 덩달아 신이 난 지네와 쥐며느리들도 키들거리며 나오더군요. 집안의 가장도 어쩔 수 없다는 듯 식구들을 쫓아 나갔습니다.

"그래 그래! 바로 이거야! 누가 자꾸 약 놓고 청소하고 우릴 밟으랬냐? 다 자업자득이지!"

쥐들과 바퀴벌레는 승리를 자축하며 사람들이 쓰던 식탁을 차지하고서는 만찬을 벌였습니다.

"이 집입니까?"

사람들이 우르르 단독주택 16호 앞에 모여들었습니다. 쫓겨난 사람들은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아직 17호를 지으려면 한 달이 넘어야 되는데… 어떻게 합니까?"

"불을 질러 버릴까요?"

한 사람의 제의에 사람들은 정색을 하며 외쳤습니다.

"그건 위험해요! 안에 살림살이는 어쩌고요? 일단 해충들이 집밖으로 나오지 못하도록 우리가 막아섭시다."

밖에 사람들이 지키고 있는 것도 모른 채 단독주택 16호의 쥐와 바퀴벌레들은 마음껏 행동하다가 언젠가부터 집안의 양식이 다 떨어졌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무리 우리가 질긴 생명력이 있다해도 이대로는 곤란하다. 옆에 17호를 신축한다는데 그쪽으로 가야겠다."

쥐들과 바퀴벌레는 집밖으로 나오다가 사람들이 막아서고 있는 광경을 보고서는 놀라고 말았습니다.

"아니 이런! 이를 어쩌나?"

"뭐, 사람들이 많아봐야 별수 있겠어요? 다리 사이로 잽싸게 빠져나가면 되죠."

말을 마친 왕 바퀴가 재빨리 달려갔지만 얼마가지 않아 사람들의 발길에 밟히고 말았습니다.

"멍청한 바퀴벌레 같으니, 내가 뛰는 걸 잘 봐."

왕 쥐가 부하들과 함께 내달렸지만 그 역시 얼마가지 않아 사람들의 발길에 밟히며 말 그대로 '쥐포'가 되고 말았습니다.

"자, 자, 이제 새 건물을 다 지었으니 쓸만한 세간은 옮기고 소독은 철저히 해 주십시오. 어디에 새끼 쥐나 바퀴벌레 알이 숨어 있을지 모르거든요."

4월 15일, 사람들의 손길이 분주해졌습니다.  


Comment ' 1

  • 작성자
    작성일
    04.03.13 17:11
    No. 1

    ㅋㅋ 어디서 이런걸다 퍼오십니까?
    오랜만에 웃어보네요.
    글 잘읽어읍니다. 꾸벅

    찬성: 0 | 반대: 0 삭제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강호정담 게시판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19188 네띠앙 가입해지 하고 왔습니다. +5 Lv.1 가볼 04.02.13 322
19187 이태원 외국인 클럽에서 러시아여성과 부킹을 하면서... +6 Lv.1 남훈 04.02.13 1,076
19186 Go! 武林 독점연재 +5 Lv.1 [탈퇴계정] 04.02.13 429
19185 아침형 인간? 영웅? +4 Lv.14 벽암 04.02.13 294
19184 개가 웃는다 아니 개보다 못하다........ +11 Lv.19 che 04.02.12 454
19183 [잡담]아 드디어 기어코 졸업이군요..... Lv.22 天山飛劍 04.02.12 165
19182 Ensoniqmixer 이게 대체 뭔지 가르쳐주세요. +1 제세안 04.02.12 253
19181 어제(오늘인가?)새벽에낸 문제의 답=ㅅ=; +3 Lv.1 望想 04.02.12 188
19180 오늘 워싱턴 포스트지의 일면을 장식한 한국기사!! +11 해래 04.02.12 624
19179 [펌] 어머니.. +1 Lv.1 as*** 04.02.12 246
19178 [펌] 내 동생 +5 Lv.1 as*** 04.02.12 420
19177 요줌 고민이..이서요.~! Lv.56 치우천왕 04.02.12 177
19176 폰트가 멋지네요. +2 류민 04.02.12 219
19175 풍수로 본 '청와대 비극' 대안 없나 [펌] +1 Lv.7 퀘스트 04.02.12 279
19174 자동차 이름과 회사에 관해 질문있습니다. +5 Lv.1 超日月光 04.02.12 267
19173 남수아님의 이노베이션 싸게 구입하구싶은데... +1 Lv.1 독서녀 04.02.12 263
19172 이제 3시면 농심신라면배 제12국을 시작하는데(가토 마사... +2 Lv.12 소매치기 04.02.12 366
19171 지겹네요 이제는... +6 파천검선 04.02.12 388
19170 오늘 고등학교 졸업식했습니다. +5 Lv.83 無形劍客 04.02.12 174
19169 19분29초의 압박..스피크 볼륨을 올려주세요..^^* +5 Lv.1 술퍼교교주 04.02.12 520
19168 실제상황!!!X맨!!! 말타기편!!! +7 Lv.11 백적(白迹) 04.02.12 371
19167 제5회 농심신라면배 3차전(제11국~최종국)을 맞아 - 제1... Lv.12 소매치기 04.02.12 448
19166 [永話]그동안 강령하셨는지요... +1 Lv.18 永世第一尊 04.02.12 214
19165 지하철에서... Lv.7 퀘스트 04.02.12 229
19164 [검학(劒學)] 대학 추가모집에 합격. +28 Personacon 검우(劒友) 04.02.12 516
19163 100일휴가 나왔어요 +2 Lv.83 테디베어 04.02.12 168
19162 오~ 메뉴 폰트가 깔끔해졌어요 =ㅁ=);; +1 Lv.9 yaho 04.02.12 192
19161 지옥을 경험한 사나이... +3 Lv.8 검은검 04.02.12 358
19160 불꽃낭자 다라라님의 파워 작렬! 정규란 분할! +8 둔저 04.02.12 424
19159 [잡담] 책을 읽고서... +5 Lv.11 백적(白迹) 04.02.12 156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genre @title
> @subject @t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