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저는 소원합니다.

작성자
Lv.15 노레이션
작성
04.03.13 17:27
조회
225

저는 소원합니다.

언젠가 노무현 대통령의 비리를 당당히 질타할 수 있는 날, 내가 그 광장의 한가운데 서 있기를 바랍니다.

구시대의 부정과 부패가 다 사라지고, 이제 노무현 대통령에게 묻은 마지막 얼룩들마저 지워버릴 수 있는 그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일제치하로부터 이어져 내려와 현재에 이르기까지, 징그러울 정도로 철썩 달라붙어 있는 그 모든 더러움의 뿌리들을 뭉텅뭉텅 잘라내고, 마침내 거의 다 치워버린 뒤에, 뒷정리라도 하는 심정으로 노무현 대통령에게 죄를 묻기를 바랍니다.

기어이, 그 바보 같은 사람을 역사의 뒤안길로 떠나보낸 뒤, 눈물 한 방울쯤 흘리면서, 아-이것으로 대한민국은 깨끗해졌다!, 라고 소리 높여 외치는 그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예. 그는 더럽습니다.

그도 거짓말을 하고, 검은 돈을 받았고, 권력을 부당하게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바로 지금의 우리가 사는 세상은 과연 얼마나 깨끗합니까?

똥 덩어리가 둥둥 떠다니는 연못에서 헤엄치는 오리는 과연 얼마나 깨끗해질 수 있을까요?

저는 진정으로 바랍니다.

언젠가 연못 가득한 똥 덩어리를 다 걷어낼 수 있기를.

그 연못에서 헤엄치던 오리들도 다 건져낼 수 있기를.

그리하여 마침내 검은 악취만이 뭉클거리던 연못이 푸르게 투명해질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저는 바랍니다.

멀찍이 서서 돌만 던지는 정도로 연못은 깨끗해지지 않습니다.

냄새가 고약하다고 고개를 돌려도 연못은 여전히 악취를 뿜어댑니다.

어느 날 그 더러운 연못 속에서, 온갖 똥 덩어리를 주렁주렁 매단 어느 오리 한 마리가 '난 깨끗하고 싶어' 라고 외치며 똥 덩어리들을 치워내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똥 덩어리들은 너무 크고 많고 뿌리 깊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비웃습니다.

그래봤자 너도 더러워.

또 어떤 사람들은 기겁을 합니다.

지금까지 그 똥물을 먹고 살아왔는데, 갑자기 깨끗한 물을 먹으면 배탈이 난단 말이야!

......

저는 바랍니다.

어느 먼 훗날, 그 오리 한 마리만 건져내면 연못이 깨끗해질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우리 모두가 우뚝 서서 '이제 너만 없으면 연못은 깨끗해질 수 있어' 라고 선언할 수 있는 그 날이 오기를, 저는 간절히...간절히 바랍니다.

혹시 그 오리를 대신해서 똥 덩어리 가득한 연못 속으로 뛰어들 수 있는 분들이 계신가요? 멀리서 욕하고 외면하는 대신 똥 덩어리를 끌어안고 연못 밖으로 내던질 분이 계신가요?

비겁하게도 저는 그럴 용기가 없습니다. 그래서 저 연못 속의 오리에게 응원이나 보낼 따름입니다. 더럽지만, 냄새도 나지만, 그럼에도 저는 응원을 보낼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예. 아직은 모릅니다.

그 오리가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어쩌면 연못 가득한 똥 덩어리들을 다 집어삼키고, 그 자신이 연못의 제왕이 되려는 건지도 모릅니다. 트림 한 번만 하면 주변의 모든 것들이 노랗게 죽어 버리는 상상을 하는 건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적어도 지금, 그 오리의 몸부림은 견고하게 굳어있던 똥 덩어리들을 부수고, 쪼갭니다. 연못 밖의 우리가 걷어낼 수 있을 만큼 작은 조각으로 흩어냅니다.

제가 그 오리를 향해 박수를 치는 건, 오리를 위해서가 아닙니다. 이 연못의 물을 마시고 살아가야 하는 나 자신을 위해서, 그리고 나의 아이들을 위해서입니다.

언젠가 연못 가득한 똥 덩어리들이 다 없어지고, 그 오리 한 마리만 외롭게 헤엄치고게 되는 날, 그 날이 오면, 저는 기꺼이 그 오리를 향해서 서슬 퍼런 창을 던질 것입니다.

눈물 한 방울은 흘려주겠지만, 창을 던지는 내 손은 단호할 것입니다.

단호할 것입니다...

# 감정이 격앙돼서 문맥이 흐트러지고, 같은 말도 되풀이됩니다.

  다시 한 번 말씀 드리거니와, 세상은 조금씩 조금씩 변합니다. 백 개의 똥 덩어리들이 아흔 아홉 개로 줄고, 다시 아흔 여덟 개로 줄고...마침내 마지막 하나만 남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모든 똥 덩어리들이 사라지는 일은 없는 것입니다.

  만약 치워야만 한다면, 여러분들은 오리를 먼저 치우시겠습니까, 아니면 똥 덩어리들을 먼저 치우시겠습니까?


Comment ' 3

  • 작성자
    작성일
    04.03.13 17:33
    No. 1

    아뇨 잘 읽어 읍니다,. 읽는동안 님의 감정의 흐름을 느낄수 있었읍니다.
    저두 오리를 응원하는 한사람 끼워주시기 바랍니다.^^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85 lullullu
    작성일
    04.03.13 19:07
    No. 2

    굉장히 좋은 글입니다. 가인님의 필력에 감탄하고 크게 동감하며 스쳐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7 검랑글랑
    작성일
    04.03.14 00:43
    No. 3

    누구라고 새시대의 첫 정치인이 보고 싶지 않겠습니까.
    구시대의 마지막 정치인이 되길 간절히 소망하며 미래를 기대합니다.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강호정담 게시판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19188 네띠앙 가입해지 하고 왔습니다. +5 Lv.1 가볼 04.02.13 322
19187 이태원 외국인 클럽에서 러시아여성과 부킹을 하면서... +6 Lv.1 남훈 04.02.13 1,076
19186 Go! 武林 독점연재 +5 Lv.1 [탈퇴계정] 04.02.13 429
19185 아침형 인간? 영웅? +4 Lv.14 벽암 04.02.13 294
19184 개가 웃는다 아니 개보다 못하다........ +11 Lv.19 che 04.02.12 454
19183 [잡담]아 드디어 기어코 졸업이군요..... Lv.22 天山飛劍 04.02.12 165
19182 Ensoniqmixer 이게 대체 뭔지 가르쳐주세요. +1 제세안 04.02.12 253
19181 어제(오늘인가?)새벽에낸 문제의 답=ㅅ=; +3 Lv.1 望想 04.02.12 188
19180 오늘 워싱턴 포스트지의 일면을 장식한 한국기사!! +11 해래 04.02.12 624
19179 [펌] 어머니.. +1 Lv.1 as*** 04.02.12 246
19178 [펌] 내 동생 +5 Lv.1 as*** 04.02.12 420
19177 요줌 고민이..이서요.~! Lv.56 치우천왕 04.02.12 177
19176 폰트가 멋지네요. +2 류민 04.02.12 219
19175 풍수로 본 '청와대 비극' 대안 없나 [펌] +1 Lv.7 퀘스트 04.02.12 279
19174 자동차 이름과 회사에 관해 질문있습니다. +5 Lv.1 超日月光 04.02.12 267
19173 남수아님의 이노베이션 싸게 구입하구싶은데... +1 Lv.1 독서녀 04.02.12 263
19172 이제 3시면 농심신라면배 제12국을 시작하는데(가토 마사... +2 Lv.12 소매치기 04.02.12 365
19171 지겹네요 이제는... +6 파천검선 04.02.12 388
19170 오늘 고등학교 졸업식했습니다. +5 Lv.83 無形劍客 04.02.12 174
19169 19분29초의 압박..스피크 볼륨을 올려주세요..^^* +5 Lv.1 술퍼교교주 04.02.12 520
19168 실제상황!!!X맨!!! 말타기편!!! +7 Lv.11 백적(白迹) 04.02.12 371
19167 제5회 농심신라면배 3차전(제11국~최종국)을 맞아 - 제1... Lv.12 소매치기 04.02.12 448
19166 [永話]그동안 강령하셨는지요... +1 Lv.18 永世第一尊 04.02.12 214
19165 지하철에서... Lv.7 퀘스트 04.02.12 229
19164 [검학(劒學)] 대학 추가모집에 합격. +28 Personacon 검우(劒友) 04.02.12 516
19163 100일휴가 나왔어요 +2 Lv.83 테디베어 04.02.12 168
19162 오~ 메뉴 폰트가 깔끔해졌어요 =ㅁ=);; +1 Lv.9 yaho 04.02.12 192
19161 지옥을 경험한 사나이... +3 Lv.8 검은검 04.02.12 358
19160 불꽃낭자 다라라님의 파워 작렬! 정규란 분할! +8 둔저 04.02.12 424
19159 [잡담] 책을 읽고서... +5 Lv.11 백적(白迹) 04.02.12 156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genre @title
> @subject @t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