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치 후진성 드러내는 사건 한국인은 아니지만 분노스러워 ]
[한겨레]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한국 정치의 후진성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한번 이성을 가지고 냉정히 따져보자.
노무현 대통령은 일찌기 한국이 경험해보지 못한 입법 사법 행정의 3권 분립을 추구했고, 정보기관, 경찰, 검찰
의 독립성 역시 높이는 데 노력한 사람이 아닌가.
보는 시각에 따라 이런 저런 논란과 평가가 있는 줄 알지만 그것만으로도 대통령의 탄핵은 안타깝다. 더군다나
검찰 수사는 새로운 선거와 투명한 정치자금이라는 과실로 이어지려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금 왜 노무현 대통령을 탄핵하는가 내게 현 상황은 열린우리당의 총선 승리를 저지하기 위한 두
야당의 계획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즉 정당성이 결여된, 정치적인 움직임 그 이상의 어떤 것도 아니라는 얘기
다.
한국 바깥에 있는 사람들이 이런 상황을 조금이라도 제대로 이해하기란 매우 어렵기에, 결국 이번 사건으로 한국
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극도로 혼란한 나라도 비쳐질 것이다. 그리고 외국에서는 단순히 대통령이 탄핵된 사실만
으로 그가 심각한 죄(국민 탄압, 부패 등)를 저질렀을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그는 법이 허락하는 한 열린우리당이 총선에서 승리하는 것을 지지하고 싶다고 말했을 뿐이다. 이 탄핵은
무지의 소치다. 한국도 경제, 사회 등 다른 분야에서의 발전에 걸맞은 성숙한 정치를 가질 때가 지났다.
한국에 투자한 외국인은 많다. 그러나 한국은 여전히 기업하기 어려운 나라다.
한국에는 부정 부패와, 불합리한 사업 관행 등으로 항상 위험이 따르는 ‘한국 프리미엄’이라는 것이 있다. 21
년 동안 한국에서 기업컨설팅 업무 등을 하면서 느낀 점은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의 존재 이유가 더 좋은 법을 만
드는 데에 있다는 것을 망각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의 국회의원들은 국회가 아니라 극장에서 연기를 하는 것
처럼 행동하고 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들은 법률을 뜯어보고 토론하지 않는다. 법안 문구를 제대로 읽어보
기나 하는지도 솔직히 의문이다.
한국은 발전된 나라이고, 그러기에 법 역시 많은 부분에서 개선이 필요하다. 환경 관련, 경제 투자 관련 법 등이
모두 그러하다. 그러나 의회에서 이런 것들은 다뤄지지 않고 정치드라마만 계속될 뿐이다. 이에 한국 경제는 희
생양이 된다.
부끄러운 일이다. 내가 알기로 노무현 대통령은 한국 역사상 가장 솔직하고 가장 덜 부패한 대통령이다.
역설적이게도 노무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는 많은 사람들이 이전에 노무현 대통령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더 많
이 부패했던 다른 대통령을 지지했던 사람이라는 것이다. 이 점이 나를 특히 분노하게 만든다.
마이클 브린/인사이트커뮤니케이션스 컨설턴트·영국 국적·21년 한국 거주
Comment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