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작성자
무사시
작성
04.06.28 19:04
조회
708

“우리가 죄인인가… 현충원 떠나고 싶어”

슬픔… 체념… 분노… 한 맺힌 유족들의 목소리

왜 문화행사도 막는지… 아들 그리울 뿐”

“북한 김정일보다 남한사람들 더 무섭다”

[조선일보 채성진 기자]

서해교전이 29일 2주기를 맞는다. 같은 민족의 총탄에 6명의 생명을 빼앗긴 서해교전은 김선일씨 사건, 효순·미선이 사건보다 더 비극적이다. 하지만 우리 정부와 사회는 더 쉽게 이들을 망각하고 있다. 취재진이 접촉한 유족들은 북받치는 감정을 누르고, 하루하루 체념하는 방법을 배우면서 살고 있는 듯했다.

▲고(故) 한상국 중사의 부인 김종선(30·경기도 광주)씨

내일이면 2주기인데, 소외감을 많이 느낀다. 작년 이맘 때는 지금보다 조금은 나았다. 아무리 참혹한 사실도 시간이 흐르면 잊혀진다는 것을 이해하지만 그 잊혀짐의 속도가 너무 빠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서해교전이 6월, 호국영령의 달에 일어났다는 것이다. 아마 다른 달에 일어났다면 더 기억 못했을 것이다.

지난 3월부터 해군 예비역 단체에서 제대로 추모제도 하고 시민들도 참석하는 문화행사로 치르자는 움직임이 있었다. 6월 10일 한 예비역 장성으로부터 “어렵게 됐다”는 전화통화 통보를 받았다. 자세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지만 이유는 짐작이 갔다. 평택 2함대에 보관된 참수리호도 아직 용산 전쟁기념관에 옮겨지지 못하고 있다. 바로 2년 전 참수리호를 벌집으로 만드는 교전이 있었던 것, 나라를 위해 숨져간 사람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아이들에게 제대로 알려줘야 하는 것 아닌가?

7월 27일 매사추세츠 우스터에서 추모 행사가 있다. 센트럴 매사추세츠 한국전 참전기념탑 건립위원회 회원들이 초청했다. 비행기 티켓까지 보내줬다. 오히려 미국 사람들이 더 기억해 준다. 솔직히 한국이 싫다. 몇 년이 걸릴지 모르지만 한국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고(故) 윤영하 소령의 아버지 윤두호(62·경기도 시흥)씨

추모 분위기? 미안하지만 이제 그런 거 말하고 싶지 않다. 자식잃은 부모 마음은 변함없는 것 아닌가? 추모해 달라고, 다른 사람에게 알아달라고 읊어댈 필요 없는 거 아닌가? 난 다른 사람이 신경 쓰는 것 바라지도 않고, 섭섭할 것도 없다. 작년에 추모집회 가졌다고? 그게 추모집회인가? 허허, 그정도만 해줘도 고맙다고 해야겠죠. 그만합시다. 전화 끊습니다.

▲고(故) 조천형 중사의 아버지 조상근(61·대전시 동구)씨

아쉬움이야 뭘, 먹고살면 되지. 때가 돌아오면 생각나고, 마음이 우울하면 술 한잔 먹고 잊는 거지. 생활? 어렵지. 일도 못하고. 한 달에 한 번 정도 아들 묘소를 찾는 것이 낙이다. 유족들과는 자주 만난다. 위패가 있는 평택2함대 사령부에서 두 달에 한 번 정도 만나고, 대전 현충원에서는 각자 만나고. 계처럼 모여 음식도 같이 해먹고 그런다. 서러운 마음 뿐이지. 보훈처에 유족증을 해달라니까 며느리가 있는 사람들은 며느리가 수급자이기 때문에 안 된다고 하데. 해군본부에서 막내딸을 9월쯤 취업시켜 준다고 한다. 고맙지 뭘.

▲고(故) 서후원 중사의 아버지 서영석(51·경북 의성)씨

겉은 멀쩡해도 속은 골병 드는 거지. 나 자신을 스스로 추스르지를 못해 답답하다. 속이 답답할 때는 여자들처럼 수다라도 떨든지 해야 하는데. 자식은 가슴에 묻는다는 말이 맞다. 다른 사람에게 얘기하면 “야, 그것도 자랑이냐” 할 것 같아서 겁이 나서 못하겠고. 국방부와 청와대가 했던 말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 당시에는 전부 다 영웅이고, 교과서에 실릴 것이란 얘기도 나오지 않았나? 지나간 얘기 하면 불평 불만분자로 볼 것 같아 아예 입을 닫고 있다. 비교해 보면 내 아들을 포함한 6명의 용사들은 너무 홀대받은 것 같다. 너무 속상하다. 서해교전 터졌을 때는 지금처럼 감사원에서 감사했었는가? 솔직한 말로 ‘군인은 사람이 아니다’라는 말 그대로다. 너무 외롭다. 밤 12시에 나가 아무도 없는 산에 올라가 펑펑 울다가, 후원이 이름을 목놓아 부르다가 눈물 흘리고 돌아온다. ‘내는 니가 보고 싶어 미치겄는데, 니는 내가 안 보고 싶나.’

▲(故) 황도현 중사의 아버지 황은택(57·경기도 남양주)씨

지금 대전 현충원이다. 추모 물결은 바라지도 않는다. 세월이 흐르는데 옛날 일만 말하고 살 수 있나? 집사람은 김선일 사건 때문에 우리 아이들 2주기가 너무 빛을 잃었다고 안타까워한다. 나도 그저 답답할 뿐이다. 전사할 때도 효순이·미선이 사건 때문에 가려지고. 지금 우리 유족들은 완전히 죄인이다. 세상 돌아가는 걸 보면 한민족이고 통일하자고 그러는데, 적들에게 목숨을 잃은 우리 자식들은 죄인이 됐다. 대한민국에서 나처럼 이북과 원수는 없다. 아버지도 빨치산에 돌아가셨고, 아들 도현이도 잃었다. 지금 초등학교 아이들은 이북을 친구라고 환영하고, 미국을 적이라 하고 물러가라고 한다. 이북에 있는 김정일이가 무서운 것이 아니라 북한을 친구라고 말하는 남한 사람들이 더 무섭다. 우리 아들을 포함해 그 많은 사람들의 피로 이 나라가 세워진 것을 모르는지… 어떻게 그런 말들을 할 수 있는지. 세상은 너무 불공평하다. 우리 아이들이 죽었을 때 어느 누구도 사과하는 사람 없었다. 이라크 가서 죽은 사람에게는 수천명씩 가서 조문하고…. 현충원에 있는 아들을 남양주로 데려가려고 한다. 현충원에 있을 필요가 없다. 여기 있으면 죄인이다.

▲고(故) 박동혁 병장의 아버지 박남준(48·경기도 안산시)씨

2주기를 맞은 소감? 그걸 뭐 내 입장에서는 뭐라고 말할 것이 없다. 간 자식이 그리워서 정동진, 같이 다니던 낚시터 등 두루두루 다니면서 동혁이의 추억부스러기를 주워 담는다. 현충원에 매달 가서 유족들끼리 식사도 하고 그런다. 유족들은 대부분 두문불출하고 대인기피증에 빠져 있다고 한다. 그날 하루 모여 6가족이 서로 간에 마음 터놓는 것이 전부다. 조국에 몸 바친 아들인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현충원에 보면 안전사고로 인한 사망도 부지기수인데 내 아들은 자랑스럽게 전사했다. 그 걸로 만족한다. 진짜 속마음? 혼자 썩는 것이다. 어찌 말로 다 설명할 수 있을까. 동혁이 엄마는 하루 웃었다 하루 울었다, 정신병자처럼 살고 있다. 집에 혼자 있으면 울고 그래서 지난해 7월부터 나도 일손을 놓았다. 하던 일 작파하고 전국 유람시켜 주면 끝나려니 했는데, 지금도 (울고 웃고) 그런다. 환장할 노릇이다. 그동안 건축해서 벌어놓은 것 까먹고 있다.

(채성진기자 [email protected] )

Attached Image


Comment ' 13

  • 작성자
    風靈刃
    작성일
    04.06.28 19:08
    No. 1

    어이 없습니다..... 누구는 돈 벌러 이라크 가서 죽었는데... 어떤 분들은 나라를 위해 전사해도, 잊고....

    우리나라 사람들 이것 참 경고해야 할 점입니다. 그리고 만두파동도 이번 이라크 사건으로 아예 덮히지 않았습니까??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무사시
    작성일
    04.06.28 19:10
    No. 2

    만두보다는 국민연금이죠.
    국민연금 덮으려고 만두 터트린거고...
    에효.. 몇 일전에 지방 국민연금 올랐더군요.
    왜 말들도 못하는지...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15 푼수무적
    작성일
    04.06.28 19:22
    No. 3

    얼마전에 대통령이 검찰 인사를 100% 자기 입맛대로
    한 게 다 이유가 있는 겁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2 녹수무정
    작성일
    04.06.28 20:48
    No. 4

    진정으로 보상받고 도움받아야할 분들은
    어느듯 우리 기억에서 사라져 가는군요
    이라크에서 돌아가신분과는 무게가 다른다고 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공공의적
    작성일
    04.06.28 21:03
    No. 5

    이분들은 출입금지구역들어갔다가 죽은 미선이효순이보다도... 대접을 못받죠. 정말 안타깝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콸라룸푸르
    작성일
    04.06.28 22:04
    No. 6

    음모론을 철썩같이 믿는 분들이 많군요. 솔직히 만두 사건을 국민연금때문에 터트렸다는 음모론은 달 착륙 조작설보다 더 믿기 어렵습니다. 상식적인 인간으로서는..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무사시
    작성일
    04.06.28 22:28
    No. 7

    터트렸다기 보다 이슈화 시킨 거죠.
    이정도 언론 증폭은 지금도 하고 있지 않나요?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57 ch******
    작성일
    04.06.28 22:55
    No. 8

    '...때문에 터뜨린 것'은 아니더라도, '그 때문에 다른 많은 일이 덮인 것만큼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적어도 이정도 까지 한 가지 이슈를 놓고 몇 날 며칠을 계속 모든 미디어가 그 한 가지에만 매달릴 필요가 있는 일은 아니었습니다. 아니, 최소한 자살하는 사람이 나올 정도로 몰아붙일 일은 아니었지요.

    그걸 지적하는 것을 '음모론을 철썩같이 믿는'걸로 몰아가시는게 정말 놀랍습니다.

    저는 왜 서울시 지하철-버스에 대한 이야기는 쑥 들어갔을까가 지금도 궁금한데요.

    한 가지가 두드러져서, '다른 많은 사실들을 덮은' 것에 불만을 가지는 것이 음모론인가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 긍정적선물
    작성일
    04.06.29 01:08
    No. 9

    콸라룸푸르님의 말씀은 한마디 한마디가 단정적이네요 (제가 봐온 봐로는 그렇습니다 ) 음모론으로 몰고 가는게 아닙니다..
    저역시 만두파동때는 다른것 모두 잊을 정도로 분노 했었습니다만.. 최근 다시 밝혀지는 진실들은 어떻습니다.. 그정도면 음모론이 아니라 음모라고 봐도 되지 싶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콸라룸푸르
    작성일
    04.06.29 08:30
    No. 10

    "국민연금 덮으려고 만두 터트린거고... "
    =>이걸 뭐라고 생각해야 하나요? 분명히 단정할 수 있습니다. 말도 안되는 생각입니다.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콸라룸푸르
    작성일
    04.06.29 08:30
    No. 11

    차라리 김선일씨도 국민연금 덮으려고 그런 거다..라고 생각하십시오.
    물론 그런 사람들도 있긴 있더라만은..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초혜....*
    작성일
    04.06.29 12:28
    No. 12

    몇년이 걸리더라도 한국을 떠나고야말겠다
    ...동감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66 푸른놀
    작성일
    04.06.29 15:37
    No. 13

    그런데 효순이 미선이가 출입금지 구역에 들어갔다 죽었나요?
    금시초문.... 저는 길을 걷다 죽은 것으로 알고있는데..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강호정담 게시판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21998 <펌>기네스북에 오른 세계에서 가장 작은고양이 +19 Lv.1 지의목 04.05.23 838
21997 컴도사들께 감사! 그리고... +3 Lv.7 퀘스트 04.05.23 397
21996 [펌] 천재 피아니스트 막심마라비차 +7 Lv.11 백적(白迹) 04.05.23 491
21995 음악이야기>Sarah McLachlan - Gloomy sunday(글루미... +3 Lv.1 지의목 04.05.22 316
21994 드디어 시드니에도 봄은 왔습니다.ㅠㅠ +7 Lv.1 타반테무르 04.05.22 397
21993 [펌]'기업하기 좋은 나라'와 '기업만 하기 좋은 나라' +3 Lv.55 [탈퇴계정] 04.05.22 478
21992 7월 이나 8월 한 여름에 농사를 짓는 분은 바쁜가요? +10 통연 04.05.22 423
21991 내셔널 지오그래픽社 세계지도 독도·다케시마 함께 쓰기로 +2 Lv.39 파천러브 04.05.22 384
21990 추천 기다립니다~ +7 권오재 04.05.22 521
21989 우선은 꾸벅 잘만 04.05.22 518
21988 지존록 5권후의 의문점들... +3 유무상동 04.05.22 645
21987 오늘 책방에 가보니.. +2 Lv.5 앨류 04.05.22 276
21986 대도서점습격기 +17 Lv.1 천풍유협 04.05.22 777
21985 즐거운 주말! +3 리징이상훈 04.05.22 282
21984 간만에 고무림에 들려 봅니다.. +9 Lv.1 神색황魔 04.05.22 594
21983 앗싸!! 학사검전 4권!!! +1 광천(狂天) 04.05.22 792
21982 제가 변한걸까요. +3 Lv.1 아톰 04.05.22 534
21981 호잇-! +10 Lv.1 신독 04.05.22 534
21980 아무로 나미에.. 정말 대단한 가수네요.. +11 Lv.19 R군 04.05.22 1,092
21979 이번 일차 이벤트에서 궁금해던 점... +5 Lv.39 파천러브 04.05.22 545
21978 컴퓨터 사실때? +15 잘만 04.05.22 977
21977 지존록을 읽으면서... Lv.1 아담곰 04.05.21 437
21976 이크 +12 Lv.1 등로 04.05.21 548
21975 고수들의 추천을 기다립니다. +2 Lv.1 [탈퇴계정] 04.05.21 519
21974 Itsy Bitsy Teeny Weeny Yellow Polka Dot Bikini-- Bria... +7 리징이상훈 04.05.21 410
21973 저도 컴도사들께... 급질문입니다. +12 Lv.7 퀘스트 04.05.21 419
21972 [펌]양심적병역거부 처음으로 무죄... +25 Lv.18 永世第一尊 04.05.21 928
21971 연재한담 이벤트 진행중입니다 +2 Personacon 연담지기 04.05.21 331
21970 [또 이벤트!] 혹시 아쉼까, 이하우님의 이벤트를? Lv.17 억우 04.05.21 277
21969 컴도사님 부탁드립니다 +3 파천검선 04.05.21 310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genre @title
> @subject @t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