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언급하긴 했지만 저는 서울과 시골을 오가면서 농사를 짓기도 하는데 오늘은 옷장사 할머니 얘기를 할까 합니다.
시골 오일장도 옛말일 뿐 요즘은 썰렁하고 겨우 명맥만 유지할 정도이죠. 그러다 보니 오전 열한시쯤이면 파장입니다.
경운기를 주차해 놓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는데 옷을 산더미처럼 쌓아 놓고 파는 할머니가 한 분 계시더군요.
한쪽에 라면박스를 찢어 무조건 오천원라고 써놓았는데 정확히 읽는데 삼십초 이상 걸렸습니다.
꼭 오만원 같았기 때문이죠.
여기저기 아줌마들이 옷을 뒤집는데 고비 사막에서 날아오는 황사는 비교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대열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십여분뒤졌을 때 전 눈을 의심했습니다.
안감에 그려진 버버리 특유의 체크 무늬, 틀림 없었습니다.
made in england, 상표도 기가 막히게 쓰여 있더군요.
더욱 날 황홀하게 만든 것은 싸이즈 110이라는 글씨입니다.
여러분 오천원에 버버리 코드 구입할 수 있습니까?
오천원을 지불하고 현장에서 걸쳐 입었습니다.
바람에 휘날리는 코트 보느라 경운기를 몰고 오면서 몇번 사고가 날 뻔 했습니다.
평소에는 인사도 않던 내가 만나는 어르신들 마다 꾸벅 절을 하자 놀라더군요.
밭에 가신 어머니에게 자랑을 하고 싶어 벼르고 있던 차에 대문을 열고 들어 오시더군요.
“아이! 먼 코트를 입고 있냐? 니 어디 가냐?”
“어머니 이 코트가 어디것인지 아세요? 버버리라는 것입니다. 명품이라구요.”
“벙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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