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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우리동네 소아마비 동철이형

작성자
Lv.1 하오문도
작성
04.08.04 16:25
조회
346

어릴적 우리동네엔 동철이란 소아마비가 있었다

우리 아버지를 형님이라 불렀으니 틀림없이 삼촌뻘이지만 나는 그를 동철이형이라 불러야 했다. 그가 자기를 삼촌이나 아저씨로 부르는걸 무척 싫어했기 때문이다

언제나 나에게 다정했던 동철이형이지만 동네에선 난봉꾼으로 통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가 부리는 성질은 다소 이해 할수가 있다

오늘날에도 장애인으로 살기 힘든 세상이고 보면 그당시를 능히 생각해볼수 있고

그가 가지고 있었던 나름의 자신감은 세상과의 괴리가 있었을 것이다

길을가다 나를 보면 언제든지 불러서 백원을 쥐어주기도 했고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 주는것도 잊지를 않았던 사람이지만 술 한잔 들이키고 나면 온 동네가 난리가 났다

낮부터 시뻘개진 얼굴로 낫을 들고 온 동네를 쏘다니면 사람들은 말릴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그런 그가 어느날부터 술은 커녕 온종일 실실거리며 다니기 시작했다

동네에서 그에게 절대 술을 팔거나 주지 않는 탓이기도 했지만 난 그 이유를 알고 있었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부산에 있는 신발공장에 다니던 영임이 누나가 마을로 돌아왔기 때문이었다. 어릴때의 내 기억으로도 매우 미인에 속했던 그녀는 부산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앉은뱅이가 되서 돌아왔다. 내가 들은바로는 오금의 힘줄을 절단한 뒤 되붙혀서 영영 두다리를 펼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녀와 그를 내가 본것은 어느 어스름 저녁에 절뚝거리는 그가 영임이 누나를 업고 가는 모습이었다. 일제 때 간척한 뚝방길을 걸어 만조의 바다에 뜬 달구경이라도 하러가는 모습이었다. 그렇게 매일매일 행복해하던 동철이형에게 문제가 생긴 건 그녀가 나를 불러 대신 전해주라던 편지를 그에게 주고난 후 였던 것 같다.

영임이 누나는 더이상 동네에서 볼 수가 없었고 동철이형의 광태는 전보다 더 심해졌다

동네선 술을 구할 수 없었던지 면소재지인 학교근처에서 종종 그를 볼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난 하교길에 술에 잔뜩 취해 있는 그를 보았다

웃통은 이미 어디서 벗어 제꼈는지 얼굴부터 온통 시뻘개진 모습을 하고선 한손엔 깨진 병조각을 들고 있었다. 아무도 그를 제지하려 하지 않았고 그는 더이상 화풀이할 상대가 보이지 않자 절뚝거리는 걸음으로 면지서까지 뛰다시피 걸어갔다

지서앞에 폼을 떡 하니 잡던 그는 순경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나오자 큰소리로 외쳐댔다

"김일성 만세" "김일성 만세" "김일성 만세"

그가 마을로 되돌아 온건 거의 일년이 다 돼서 였다

감옥소가서 국보법 위반으로 6개월을 살다 나왔다지만 동네엔 한참뒤에야 나타났다

되돌아온 그는 더이상 술을 먹지도 광태도 보이지 않았다

매일 툇마루에 앉아서 먼산을 쳐다보기만 했다

그로부터 얼마되지 않아 나는 이사를 하게됐고 몇년 뒤 명절에 그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를 죽게 만든것이 장애인을 거부한 세상인지 영임이 누나인지...아니면 감옥소의 6개월간의 고통이었는지는 모르겠다.

드디어 국보법 폐지 입법 추진위원회가 출범했다고 합니다

조심스럽지만 어릴때 기억을 꺼내 보았습니다


Comment ' 6

  • 작성자
    Lv.99 운동좀하자
    작성일
    04.08.04 16:30
    No. 1
  • 작성자
    Personacon 그림자.
    작성일
    04.08.04 16:32
    No. 2
  • 작성자
    Lv.17 글담
    작성일
    04.08.04 16:33
    No. 3
  • 작성자
    Lv.18 永世第一尊
    작성일
    04.08.04 16:36
    No. 4

    뭔가 깊은 사연이...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불멸의망치
    작성일
    04.08.04 17:24
    No. 5

    아구구...... 장애자 분들에게 애도를....
    근데 그분 그 미인분이 앉은뱅이 되어서 돌아오니 자기랑 이어질 줄 알고 상당히 좋아했던 것 같은데...... -_-;;;;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2 녹수무정
    작성일
    04.08.04 20:58
    No. 6

    내어릴적 살던 동네는 군의중심인 읍이였다
    동네에 살다보면 특이 한사람 몇은 보는데
    그중에 내기억에 남는사람은 공부을 너무많이 해서
    미쳤다는 "칠보라는사람이다 어릴때 공부하기싫어서
    자주 하는말이 "칠보 된다" 였고 자주 써먹었다
    175은 족히넘을듯한 큰키에 재법순하게 생긴얼굴
    항상 위에만 걸치는 양복 그리고 손에든 바가지
    아무집에나 들어가서 바가지만 내밀면 밥을얻어갔던 사람이였다

    아주 나중에 알게된사실인데 이사람 촌에서는 가장 성공한
    서울대 생이였고 어느날 미쳐서 내려온후 집안이 거들났고
    그이유가 대모에 관련된거엿다는 ...
    그리고 이사람 추운겨울날 읍내을 관통하는 냇가 "인당" 에서
    얼어 죽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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