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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작성자
Personacon 윈드윙
작성
19.03.15 22:03
조회
396

영화 <역모-반란의 시대> 거대 세력과 맞서 싸우는 활약상

최근 국민들을 공분케 하는 대형 사건이 연달아 터지고 있다. 제대로 밝혀질지 혹은 어디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을 정도인지라 많은 이들의 한숨만 깊어지는 분위기다. 이른바 윗선, 높은 분들에 대한 불신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야말로 머리가 지끈지끈해지는 시기다.

이럴 때는 한편의 액션 활극영화가 그리워진다. 별다른 생각 없이 화끈하게 빠져들 수 있는 작품이면 더 좋다. 그래서였을까. 지난 13일 모 케이블 채널에서 방영한 영화 <역모 - 반란의 시대>는 상당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화끈한 액션 활극물이자 높은 권력을 가진 자들의 음모와 몰락을 다뤘기 때문이다.

실제로 방영되기 무섭게 영화는 물론 홍수아 등 작품 속 등장인물들이 포털사이트 검색어 상위권을 점령하는 등 반응이 뜨거웠다. 하지만 영화 자체에 대해서는 아쉬움의 목소리도 큰 것이 사실이다.

조선 최고의 검 vs. 조선의 왕을 노리는 역적이라는 콘셉트를 앞세워 2017년 11월 개봉한 영화는 당시 상당한 화제를 모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난 후 큰 실망을 안겼다는 혹평을 듣고 있다.

영화는 1728년 영조 4년, 왕좌를 노리는 역적 '이인좌'와 '어영청 5인방'이 이끄는 무사집단에 홀로 맞서 싸운 전 내금위 사정 김호의 활약상을 다룬 전형적 무협 활극이다. 역모나 궁궐 내 음모, 권모술수도 일부 들어가 있으나 비중이 극히 적다. 초반부터 후반까지 그야말로 주구장창 싸운다. 최근 몇 년간 발표됐던 수많은 무협 활극을 포함해도 액션신이 가장 많은 작품 중 하나다.

물론 액션이 많다고 나쁜 것은 아니다. 어떤 면에서는 아무 생각 없이 호쾌하게 보기 좋다. 문제는 액션의 개연성이다. 예전과 달리 관객들의 수준은 매우 높아졌다. 영화평론가 못지않은 솜씨로 감상평을 쓰는 이들도 적지 않으며 영화에 담긴 뜻을 두고 논쟁이 일어나기도 한다. 개연성이 떨어지면 영화 팬들의 볼멘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1) 역모.jpg

 영화 <역모-반란의 시대>의 한 장면. 주인공 김호는 거대한 세력을 상대로 홀홀단신 맞서 싸운다.
ⓒ (주)스톰픽쳐스코리아


 
끊어지는 개연성, 자꾸 생각하게 만드는 활극영화?
 
액션신이 많은 또 다른 무협 활극을 찾아보면 2011년 8월에 개봉됐던 <최종병기 활>을 들 수 있다. 수많은 포로가 끌려갔던 병자호란, 치열했던 전쟁의 한복판에서 여동생 가족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주인공의 활약상을 다룬 작품이다.

특정 외국 영화와 전개방식이 비슷하다고 해서 논란이 되기도 했으나, 활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앞세워 당시 천하를 호령했던 여진족 강자들을 제압하는 조선 협객의 기상을 다뤘다는 점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고 흥행 성공으로도 이어졌다.

활극 중심의 영화는 말 그대로 '킬링타임'적인 요소가 강해야한다. 액션 위주를 선택한 만큼 관객들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해서는 안 된다. 별생각 없이 영화에 몰입할 수 있는 부분이 중요하다.

<최종병기 활>은 그런 면이 잘 되어 있었다. 전쟁의 소용돌이에 휩싸인 민초들의 삶에 아픔과 분노를 느끼는 가운데 우리 입장에서 절대 악인 여진족 전사들을 활을 통해 물리쳐나간다. 주인공이 쫓길 때는 같이 긴장하고, 여진족 무리에게 활이 꽂히게 되면 주먹을 불끈 쥐며 통쾌함을 느꼈다. 바로 이런 것이 액션 활극영화의 매력인 것이다.

반면 <역모 - 반란의 시대>는 그런 액션의 공식조차도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 별다르게 복잡할 것 없는 스토리 없이 액션중심으로 이끌어감에도 좀처럼 영화에 집중하기 힘들다.

캐릭터들은 나쁘지 않다. 선비 같은 얼굴이지만 탄탄한 몸을 가지고 있는 이인좌(김지훈 분)는 칼 한 자루만 있으면 적수가 없다는 최고의 검객이다. 그를 따르는 어영청 5인방 역시 각각의 개성이 뚜렷하다. 리더격인 검의 달인 도만철(조재윤 분)을 비롯 창, 철퇴, 활 등 하나같이 다양한 병기로 무장한 고수들이 악역 진영을 이끌어갔다.

내금위 사정에서 의금부 포졸로 좌천당한 주인공 김호(정해인 분)는 영화 전체에 걸쳐 그야말로 정신없이 싸운다. 의금부 옥사로 쳐들어온 이인좌의 수많은 부하들은 물론 어영청 5인방에 끝판왕 이인좌까지, 반란군 병사, 간부, 수괴 모두와 차례차례 싸우는 괴력을 보여준다. 그것도 단 하룻밤에 보여준 퍼포먼스다.

처음부터 강한 모습으로 어필했던 것도 아니다. 김호는 영화 초반 일반 병사들을 상대로도 곤혹스러운 모습을 노출했다. 그러더니 각자가 대단한 고수급인 어영청 5인방과 맞붙었고 한술 더 떠 조선 최고라는 이인좌와도 격돌한다.

마치 작품 속에서 성장을 거듭하며 끝내는 최고의 경지에 오르는 만화 속 히어로를 보는 듯 하다. 실제로 김호는 영화 내내 거의 쉬지 않고 끊임없이 싸우고 또 싸운다. 시간별로 늘어가는 무술실력은 둘째 치고 아무리 부상을 당해도 그때만 아파하고 이후 멀쩡하게 움직이는 회복력은 놀라움을 넘어 황당할 정도다.
 

  (2) 역모.jpg

 영화 <역모-반란의 시대>의 한 장면. 이인좌는 권력을 위해서라면 무슨짓이든 저지르는 악당수괴다.
ⓒ (주)스톰픽쳐스코리아


 
불사신 주인공과 자비로운 악당들
 
강적들과 그토록 싸워댔음에도 남아돌았던 체력 또한 미스테리 그 자체다. 아무리 영화는 영화로서 봐야한다지만 이러한 점이 지나쳐 외려 보는 이들의 몰입감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했다는 평이다. 아무리 활극물이라해도 '어느 정도'는 지켜야 했다.

이인좌 일당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까지도 개연성을 깨트리는 데 한 몫했다. 이인좌는 왕위를 힘으로 빼앗으려는 극중 최고 악당이다.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상대를 베어버린다. 그가 이끄는 부하들은 의금부에 쳐들어온 후 장수, 포졸은 물론 옥사에 갇혀있던 일반 죄수들까지 모두 잔혹하게 죽인다. '목격자가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런 피도 눈물도 없을 듯한 그가 주인공 김호를 비롯 여주인공급 조연 궁녀 윤서영(홍수아 분)에게는 알 수 없는 자비(?)를 베푼다. 이인좌는 자신을 향해 역적이라고 표현하며 독설을 퍼부으며 덤벼드는 김호와의 첫 만남에서 일개 포졸 만석(이원종 분)의 "살려 달라(김호를)"는 한마디에 마음이 약해져 칼을 거두고 돌아선다.

옥사에 있는 죄수들까지 남김없이 죽게 만든 그가 자신을 향해 칼을 휘두른 처음 보는 인물에게 갑자기 대인배로 돌변한 것이다. 이는 그의 부하들까지도 마찬가지다. 어영청 5인방의 수장격인 도만철은 김호가 쉴새없이 덤벼들 때마다 한 두명의 부하들로 상대하게하고 자신은 나머지 무리들과 떠나버린다. 한꺼번에 덤비거나 그 자리에서 지켜만 보고 있었어도 김호는 불사신처럼 자꾸 살아나기 힘들었을 것이다. 마치 '우리를 꼭 따라오라'는 듯 자꾸 기회(?)를 준다.

이인좌의 자비는 이후에도 계속된다. 이인좌는 영조를 죽이기 위해 침소를 찾았지만 왕은 이미 다른 곳으로 피신한 상태였다. 허탈감에 빠져있던 이인좌가 방심한 사이 궁녀 윤서영이 단검으로 그를 찌른다. 같은 편인 줄 알았던 그녀가 배신한 것이다. 화가 잔뜩 난 이인좌는 부상을 입은 상태에서도 어렵지 않게 윤서영을 제압한다.

허나 그뿐이었다. 상처만 입혀놓고 자신은 왕을 찾아 다른 곳으로 떠난다. 그렇지 않아도 잔혹 무도한 인물이 자신을 배신하고 칼까지 꽂은 상대를 죽이지 않았다는 것은 선뜻 이해하기 힘들다.

영화는 연출 등 다른 쪽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지는 못하다. 하지만 그러한 부분은 차지하고서라도 자꾸 필요 없는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어리숙한 설정과 틀어진 개연성은 작품의 몰입을 방해하며 초반부터 편견을 가지고 영화를 보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했다. 재료는 풍부하고 좋았으나 요리 과정에서의 아쉬움이 컸다.
 
그래도 영화가 통쾌했던 이유
 
이런저런 영화적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역모 - 반란의 시대>는 많은 이들에게 잠깐의 통쾌함이나마 안겨줬다는 의견이 많다. 영화는 제목과 달리 역모, 반란에 대한 비중은 극히 작다. 나쁜 세력에 맞서 부딪히며 깨져가면서도 기어코 전말을 밝히고 처단하는 개인의 활약상이 주된 내용이다.

앞서 언급했던 <최종병기 활>또한 나라가 백성을 제대로 지켜주지 못한 상황에서 스스로 나서 가족을 구하는 주인공의 활약상이 눈부셨다.

영화 속에서 주인공은 한명 혹은 소수다. 하지만 그 영화를 보는 이들은 하나같이 주인공과 동화되어 빠져들고 함께한다. 악당들은 거대하고 힘이 세지만 주인공은 굴하지 않고 끝까지 싸운다. 많은 이들은 이 영화를 통해 정의롭지 못한 존재에 맞서 싸우고 결국 이기는 통쾌함을 같이 느꼈다.

어쩌면 영화를 보던 많은 이들은 최근의 답답한 상황 속에서 자신이 주인공이 되어 사회악과 싸워서 이기는 것을 상상했을지도 모른다. 모두의 용기와 관심이 필요한 때다. 현실에서의 주인공은 바로 나 자신인 것이다.


- 문피아독자 윈드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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