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래 서울 사람입니다만...
본가에서 시골에 양어장을 갑자기 인수하는 바람에 어린 나이에 3년 정도 시골 생활을 하게 되었습니다.
시골이 늘 그렇듯 띠엄띠엄 집들이 있는데 이웃 집은 우리 집과 무려 50미터 정도 떨어진 집이었습니다.
그 댁에 할머니 혼자 사셨는데...
성격이 무척 쎄신 분이셨죠..
어쩌다 마주칠 때 인사 똑바로 안하면 불호령이 떨어지곤 했죠...
그래서 더더욱 슬글슬금 피하게 되었습니다...
멀리서 옆집 할머니가 보이면 논두렁을 삥 둘러서 돌아가곤 했죠...
야자 끝나면 아홉 시...
버스 타고 집 근처까지 오면 열 한시가 훌쩍 넘길 때가 많았습니다.
정류장에서 집까지 논두렁 길을 쭉 가로질러서 저수지를 지나 20여분을 걸었던 것 같네요...
어느날인가 여름 밤에 혼자서 버스에 내려 그 길을 걷는데 예쁜 누나가 뒤에 따라오더군요...
근처에 친척 집에 가는 길인데 밤길에 혼자 가는 게 심심하다면서 말을 걸더군요.
사춘기 소년이 늘 그렇듯 예쁜 누나랑 같이 걸으니까 밤길이 하나도 안 무섭더군요.
그런데 갑자기
뒤에서
옆집 할머니 호통 소리가 들리는 겁니다.
정확히는 욕이었습니다.
얼마나 찰진 욕인지 ....
“야 이 ㅅㅂㄴ아 끄지라!”
할머니는 그 누나에게 심한 욕을 하면서 머리에 자두가 잔뜩 담긴 바구니를 이고 뛰듯 오셔서 내 등짝을 후려 치시더군요.
정신차리라고...
문뜩 정신을 차리니 제가 저수지 안에 있더군요.
그 예쁜 누나는 온데간데 없고...
믿거나 말거나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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