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수능부정행위 학생 34명 봉사활동
(광주=연합뉴스) 남현호 기자 = "정말 뭔가를 잘못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반성하고 있고 기회가 된다면 더욱 편안 마음으로 다시 와서 봉사하고 싶습니다"
처음 그들의 얼굴에는 반성의 기미를 찾아 볼 수 없었다. 마치 소풍 나온 학생들 같았다.
하지만 몸이 불편한 이들과 4시간여를 함께 한 뒤 그들의 얼굴은 사뭇 달라 보였다.
2004년과 2005년 수능 시험에서 휴대전화를 이용해 부정행위를 한 학생 34명(여학생 1명 포함)이 17일 오후 광주 동구 학동 행복재활원에서 봉사활동을 가졌다.
당초 39명이 참가할 예정이었으나 대학 재학 중인 5명은 불참했다.
음료수를 들고 재활원 입구에 들어선 이들은 방문 이유를 모른 듯 했다.
하지만 자원봉사자 강당에서 강준원 부장으로부터 재활원 시설 설명과 함께 이날 봉사활동이 갖는 의미를 들으면서 그들의 표정과 자세는 서서히 면해갔다.
강 부장은 "짧은 시간 봉사활동을 통해 더 건강한 몸과 정신을 가진 여러분들이 우리 사회에 더 유익한 일을 찾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여러분이 저지른 불미스런 일을 듣고 가슴이 아팠다. 하지만 이는 여러분만이 아닌 부모와 우리 기성세대 모두의 잘못으로 생각한다. 순간의 실수였지만 중요한 것은 과거를 잊고 개인과 부모, 지역 사회에 진 빚을 어떻게 갚느냐 하는 것"이라고 말했고 학생들은 고개만 떨군 채 그의 말을 경청했다.
그리고 도예공방에서 열심히 땀을 흘리고 있는 원생들의 모습을 볼때만 해도 이들의 마음은 여전히 굳어 있었다.
하지만 조를 나눠 원생들을 만나는 시간이 곧 다가왔고 그들은 두려운 모습이 역력했다.
학생들은 몸을 가누지 못하고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원생들을 보자 망설였다.
교사들은 이들의 두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애를 썼다.
그리고 한 사람씩 원생들 곁으로 다가가 만져주고 얼려주고 놀아주기 시작했다.
방 청소도 하고 기저귀도 가지런히 개웠다. 과자와 우유도 먹여주었다.
삼수생으로 전북지역 모 대학 사대 입학예정인 이모(22)군은 "처음에는 낯설고 두려웠지만 점점 가깝게 느껴졌다"며 "오늘은 좋지 않은 기회로 방문했지만 다음에는 더욱 편안한 마음으로 와 아이들과 함께 하고 싶다"고 말했다.
재수생으로 지난해 수시로 서울 모 대학에 합격했다 수능부정행위에서 `선수'역할을 한 정모(20)군도 "나보다 건강하지 못한 아이들을 도와주면서 반성의 시간을 갖고 싶어 봉사활동에 참여하게 됐다"고 "비뚤어진 가치관을 재정립하는 기회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각 방에서 아이들과 2시간여를 함께 한 이들은 5시 저녁 식사 시간에는 원생들의 식사 보조를 하며 죗값을 씻기에는 다소 부족하지만 의미있는 봉사활동을 마무리 했다.
이들은 지난 2004년과 2005년도 대입 수능시험에서 휴대전화를 이용해 시험 답안지를 전송, 중계 역할을 한 혐의로 입건돼 검찰에서 보호관찰소 선도조건부 기소유예(6개월-1년) 처분을 받은 청소년들이다.
http://news.naver.com/hotissue/daily_read.php?section_id=102&office_id=001&article_id=0000915528&datetime=2005021715560915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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