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작은 시비로도 칼부림나서 죽고 죽이는 판무 세계관에서 충분히 할만한 말 같습니다.
정 없고 급하면 맨주먹이라도 휘둘러야죠.
하지만 그런 상황이 결코 더 유리할 리는 없으니, 호신무기에 집착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닐까요?
사이 안 좋은 애들하고 협상해야 할 때
"여기서부터는 무기를 소지할 수 없습니다."
"어, 그래? 그럼 이거 맡아둬."
하고 칼집 풀러 줄까요?
"띱. 니들을 어떻게 믿어? 이 샠들 혹시..."
이건 너무 노골적이죠.
"어허! 검은 무사의 생명과도 같은 것. 어찌 남의 손에 맡긴단 말이냐. 비키라."
이게 제일 낫지 않나요?
애초에 그 세계관의 검 든 사람이 전부 다 불응한다면 또 모르지만 문제는 순순히 내 주는 사람이 있을 경우입니다.그쪽의 방식,이를테면 '여기서부터는 무기를 풀고 가야 하는 지역이다.'라고 하니까 '아,그래?여긴 너희 땅,혹은 너희 구역이니까 거기에 맞춰야지.ㅇㅇ 알겠음.'하고 내놓는 경우가 생겨버리면 '검은 내 생명'이란 식으로 우기는 사람은 충분히 위험분자로 보일 수 있지요.
그리고 '검 익힌 자들은 무기의 상시 휴대를 인정한다'는 것이 전체적으로 통용되지 않고 '가치관'으로 남아 있다면 무기 해체가 법 혹은 규칙인 곳에서는 '그건 니들 가치관이고 여기서부터는 무기 놓고 가는 게 우리 법,혹은 규칙이다.그러니까 빨랑 풀어.'라고 나오면 갈등이 안 생길 수가 없게 됩니다.그런 상황에서는 오히려 '검은 내 생명!'이라고 하는 쪽이 '끝끝내 검 가지고 들어갈려고 수 쓰는 수상한 놈'으로 보일 수도 있고요.
-검을 놓으면 안 된다 -칼은 생명이다
이런 논리는 이상하다는 주장에 대한 반론일 뿐입니다.
무사들이 그런 주장을 하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는 거지,
정말로 "어떤 상황에서도 검을 놓으면 안 된다!"는 주장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무협도 해검지에서는 검을 풀고, 판타지도 황제 알현하기 위해서는 무장을 해제합니다.
애초에 위험한 장소에서 무장하는 것은 다른 이유 자체가 필요없습니다.
절대 무장을 해제해야 곳은 믿을 수 있으면 가고, 믿지 못하면 안 가면 되는 겁니다.
그 밖의 장소들, 안전한지 아닌지 판단하기 힘든 곳을 가야 할 때, 자신의 안전을 조금 더 확실히 하고 싶지만 그것이 상대에 대한 불신으로 보이고 싶지 않을 때 내놓을 수 있는 구실이 [무사의 정신]으로 포장됐을 수 있다는 거죠.
어차피 칼밥 먹는 무인들은 다들 불안감이 있을 테죠. 그 불안을 해결해 주는 것이 무기이고요.
그런 무인 중에 무기의 휴대가 지극히 당연한 '상식'으로 통하는 것을 반대할 사람이 몇이나 있겠냐 하는 거죠.
같은 말인데요.
정신은 겉으로 내세우는 '구실'이고, 그 안의 진정한 의도는 '무기를 내놓기 싫다' 혹은 '무기를 함부로 떼어놓지 마라'는 거죠.
위에도 썼지만, '칼은 생명' 떠드는 협객들도 해검지에서는 검을 풀고, 기사들도 주군 앞에서는 무장을 해제합니다. 그거 안해서 맞아 죽었다는 무협 소설이나 판타지 소설 있었나요? 안전하다고 신뢰하면 얼마든지 칼을 내놓습니다. '존경'이니 '예의'니 하면서...
다만 언제나 안전여부를 확신할 수 있는 게 아니고, 그럴 때 폼내면서 '무기 내놓지 않는' 구실이 필요한데, 그게 [검=무사]라는 상식이란 거죠.
제 말은
경우 A
a:여기는 무기 해제 구역이다.너 무기 풀어놓고 가.나갈 때 준다.
b:난 무사다!무사는 무기를 몸에서 떼지 않는 법이야!그건 상식이라고!
a:그건 니 사정이고요.안 풀면 넌 못 들어간다.법으로 딱 그렇게 되어 있어.
b:안해!난 무기 안 풀어!난 무사라니까.너흰 상식도 모르냐!
a:무사고 나발이고 닥쳐.안 풀어?오냐,좋다.야!이 새끼 잡아!이거 수상한 새끼다!
경우 b
a:너 무장하지 말고 나랑 협상(혹은 대화)하러 만나자.나도 비무장할께.맹세한다
b:칼을 때놓는 건 무사의 도리가 아님.그러므로 난 칼을 들고 가겠음.상식이자나?그러니까 니도 들고 와.
a:아니,그냥 무장하지 말고 만나자고.상식이고 뭐고 일단 난 니가 그렇게 해야 믿겠다.나도 안 한다니까?맹세한다고!
b:난 무사야.칼을 못 뗀다니까?아,상식이라고 이 양반아!상식 몰라?
a:상식이고 뭐고 서로 무장하지 말고 만나자고.그게 신뢰의 표시다.그게 아니면 협상(혹은 대화)은 없는 걸로 한다.
b:내가 널 어찌 믿고 맨몸으로 가냐?못해!
a:못해?신뢰의 표시로 놓고 오라는데 못해?나도 안 들고 온다고 맹세까지 했는데도?아,그럼 넌 날 불신하는 거지?그럼 나도 너 못 믿어.이 일 없던 걸로 한다,이 새끼야.
b:오냐,마음대로 해라!(결렬)
이런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겁니다
작성일 14.02.28 20:19
방금 자고 일어났습니다.요즘 불면증 증세가 좀 있어서..
지금 보니 제가 너무 제 주장만 밀고 나간 것 같군요.하지만 말입니다.
무법천하를 예로 드셨습니다만 무법천하라고 해서 완전히 '무법'은 아닙니다.어딜가나 힘 있는 자는 있고 힘 없는 자는 있거든요.그 사이에서 힘 있는,그러니까 강한 세력이 어느정도 잡아놓은 일종의 규칙이 있기 마련이지요.헌데 이런 상황에서 강자,그러니까 힘 있는 세력이 힘 없는 세력에게 신뢰의 표시(굳이 신뢰까진 안 가도 믿을 수 있는 증거)로 무장해제를 요구한다면 할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좋아,며칠 전까지 칼 휘두르던 사이지만 이제 친하게 지내야 하니까 믿을께.'
굳이 소설까지 안 가도 현실에서는 저것보다 더 열악한 조건으로 적과 오월동주하는 사례가 널려 있습니다.소설만 찾아봐도 수두룩한데요.만약 그들이 끝까지 '무사의 정신'운운하면서 버텼다가는 오월동주는 개뿔 다 서로 싸우다 시체산 만들었을 겁니다.
말이 안 되는 소리가 아니라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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