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정담 게시판이 어지러워 무슨 일인가 살펴보니 한 작품의 표지가 매니지에 의해 변경하라는 압박? 권유? 를 받았다는 것이다.
페미가 어쩌고, 검열이 어쩌고... 보고 있자니 한숨밖에 나오지 않는다.
글을 쓰는 입장에서는 외부에 의해 자신의 창작물이 강제되는 상황이 가장 싫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번 문제가 검열인가? 페미에 굴복한 문피아가 작가를 협박하고 있는가?
우리 사회에는 지나친 폭력성과 선정성에 청소년이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장치가 마련되어 있다.
바로 연령 등급제이다.
문피아는 작가가 글을 쓸 때 19금 등급을 설정할 수 있게 돼 있다.
19세 등급 아니면 전체 이용가 등급인 셈이다.
네이버와 다른 대형 플랫폼들은 좀 더 세분화되어 있다.
전체 이용가, 12세 이용가, 15세 이용가, 19세 이용가로 4등급제이다.
이 등급의 세분화 차이에서 문제가 발생하는데, 문피아에서 선독점을 하고 나면 다른 플랫폼으로 가야 한다.
작가가 문피아에만 유통하겠다고 고집부리지 않는 한(그럴 일은 없다), 네이버로도 가고 리디북스로도 가고 카카오페이지로도 가고 기타 다른 플랫폼으로도 가야 한다.
그런데 거기는 4등급제이다.
문피아는 19세 아니면 전체 이용가이다.
전체 이용가란 무엇인가?
EBS 유아 프로그램 같은 것이다.
방귀대장 뿡뿡이, 엄마 까투리, 뽀로로, 딩동댕 유치원 같은 것이다.
물론 무협, 판타지 같은 폭력적이고 간간이 선정적인 장르가 EBS 유아 프로그램처럼 밝고 맑고 깨끗한 수준일 리는 없다.
그럼에도 19세 아니면 전체 이용가밖에 없기 때문에 노골적인 성애, 너무나 잔인한 폭력이 아니면 모두 전체 이용가 등급인 것이다.
이게 다른 플랫폼으로 갈 때 문제가 된다.
19세는 아니어도 전체 이용가로 하기에는 문제가 있는 경우가 있다.
(폭력성 쪽은 관대한데 비해 성적 표현은 상당히 엄격하다.)
매니지로서는 등급 문제로 다른 플랫폼으로 건너갈 때 마찰이 생기는 것을 해소하고자 할 것이다.
그때 작가는 차라리 등급을 높여 (19세 이용가는 아니지만) 15세나 12세로 할 수도 있다.
그런데 등급을 높이면, 판타지 무협의 특성상 수위가 지나치게 높은 것이 아닌가 하는 선입견을 독자들에게 줄 것이라는 우려, 혹은 이벤트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하는 우려, 혹은 독자수의 감소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를 가질 수 있다.
그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등급을 높게 설정하겠다고 할 수 있다.
그러면 해소되는 문제가 아닐까?
(미성년 여성의 몸매를 부각시키는 표현이 전체 이용가일 가능성은 별로 없을 것이다.)
남성향과 여성향에 차별을 두는 것이 문제라는 사람들이 있는데, 네이버 시리즈 여성향 작품들 중 남자가 상의를 벗고 있는 작품들은 (모두 검토해 본 것은 아니지만) 상당수가 ‘15세 이용가’라고 표시돼 있다.
부디 차분하게 문제를 탐색해 보는 지혜와 인내를 발휘하기를 기대해 본다.
미움과 적의가 넘쳐나는 사회는 지켜보는 사람들도 피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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