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달리기"와 "개던지기" 두 표현은 둘 다 명사 + 동사에서 유래한 명사에서 나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달리기는 개가 달리는 것을 표현한 말이고, 개던지기는 개를 던지는 것을 표현합니다. 개는 달리다의 주어이고, 던지다의 목적어입니다. 주어인지 목적어인지의 판단은 개가 달릴 수 있는 반면 개가 던질 수는 없다는 현실 인식에서 나옵니다.
영어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집니다.
steak dinner는 steak가 dinner이고 steak는 그 자체가 dinner입니다. steak knife는 steak를 써는 용도를 가진 "도구" knife입니다. table knife는 식탁"에서" 쓰는 knife입니다.
영어에서 두 단어가 모여 합성어를 이루는 경우가 많은데, 앞 단어가 주어일 수도 있지만 목적어일 수도 있고 장소를 나타내는 말일 수도, 동사일 수도 있습니다. 그 관계는 현실에서 주어나 목적어 등 어떤 것으로 해석되어야 하는 지에 달려있고, 그 단어가 나온 위치에 달려 있지는 않습니다. moonshine, sunshade, killjoy, maneater...
그러나, 어떤 단어의 구성요소가 특정 역할로 인식되어 의사전달에 아무런 혼란도 일으키지 않는 데에는 사회구성원들의 합의가 먼저 선행되어야 하겠죠. 보통은 암묵적으로 일어나는 일이지만, 이데올로기에 따라 누가 시작했느냐가 첨예한 경우에는 분명한 선긋기가 필요하다고 보입니다.
남침이라고 하다가 갑자기 북침이라고 하면, 남침이란 말을 쓰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남침으로 알았는데, 실은 북침이었다고 오해하기 십상입니다. 북쪽에서도 드디어 남조선 사람들이 북조선을 침공한 사건으로 인정했다고 말꼬리를 잡을 가능성이 농후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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