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저는 작가라고 불리고 싶은, 지금은 그냥 구경꾼입니다만
굳이 지칭하자면 눈팅하는 글쓸이 정도가 되겠네요.
저는 현재 연재를 하고 있진 않지만 이곳 문피아에 첫 가입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글을 쓰고 싶은, 정확히는 제가 쓴 글로 완결하고픈 열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중간에 나와는 맞지 않는 길이라며 몇 년 동안 포기한 적도 있었죠.
이곳에 가입한지는 아마 10년이 조금 안 된 걸로 기억합니다. 사실 이곳 문피아나 다른 여러 소설 전문 사이트를 알기 전까지는 게임 사이트의 커뮤니티 같은 곳에 장난삼아 2차 창작물을 쓰고 있었거든요. 아마 그때 시절까지 합하면 글을 쓰기 시작한 건 대략 15년 전 정도가 될 겁니다.
저는 15년 전만해도 꿈이 없었습니다. 그저 학교생활을 하고, 친구들과 놀고, 배고프면 먹고, 그러다 자고. 그냥 흐르면 흐르는 대로 시간을 보내는 아이였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한 번, 그 날이 정확히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너무나 외롭고 심심하고 무료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주구장창 하던 어느 게임의 고수도, 특정 게임의 고인물도 아니었지만 왠지 모르게 모든 게 따분하고 지겨워서 실바람 같은 변덕으로 게임 사이트 내 커뮤니티에 2차 창작물을 썼었죠. 그때 제가 쓴 글을 제법 인기가 있었습니다. 물론 이건 개인적인 느낌이고 객관적으로 따지면 그렇게 호응이 좋지는 않았을 겁니다. 제가 만들어 낸 가상의 캐릭터는 인성 따위 개나 줘버린 완전 민폐 개진상 쌩양아치로 엄연한 게임 메인 스토리 이곳저곳을 기웃거렸고, 저는 그걸 토막소설이라 합리화하면서 마음가는대로 글을 썼으니까요.
어찌 보면 순전히 제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팬픽이라는 이름하에 낙서를 한 것뿐인데도 댓글을 달아주시는 사람들의 반응이 정말이지 흥미로웠습니다. 저마저도 얼마 걸리지도 않는 로그인이 귀찮아 눈팅을 하는데 저를 전혀 알지 못하는 분들이 제가 쓴 글에 작게나마 무언의 공감을 보여주시고 직접 댓글을 달아주시는 그 상황이 신기하면서 기뻤습니다.
이때부터 글을 쓰고 싶다는 꿈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굳이 따지자면 내 본연의 글을 쓰고 완성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자고 다짐한 것은 이보다 더 조금 지난 뒤입니다만, 적어도 제 안에 글심장이 처음으로 뛰기 시작한 것은 이때라고 자부합니다.
이곳을 알게 된 건 팬픽을 쓰던 곳이 제가 알지 못하는 무언가의 이유로 사라진 때였습니다. 그 사이트에서 같이 글을 쓰시던 분이 계셨었는데, 이곳 문피아와 다른 여러 다른 소설 사이트를 알려주셨죠.
저는 처음 이곳에 접속했을 때를 잊지 못합니다.
“우와! F5를 눌렀는데 글이 바로 올라오네?”
눈 깜짝할 새에 글이 갱신되는 모습이 흡사 처음으로 놀이동산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그 들뜬 기분도 얼마가지 못했습니다. 아무거나 클릭해서 들어간 남의 작품이 그렇게 눈이 부실 줄 몰랐거든요.
당시에는 글 쓰는 것에 별 의미를 두지도 않았고 어린 나이에 꿀 수 있는 여러 가지 꿈 중에 하나정도로만 생각했기에 제가 쓴 팬픽, 아니 그 낙서는 따로 저장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사이트와 함께 흔적도 없이 날아가 버려서 되찾아볼 수는 없지만 내용이 너무 단순하고 무식해서 참으로 허접했단 것은 기억합니다. 솔직히 지금 돌이켜보면 낯부끄러울 만큼 문장 하나 제대로 된 게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참으로 이상하게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게 제가 이전에 글을 썼던 곳과 다르게 이곳에는 선호작이나 추천 등과 같이 작가가 설렘을 가질 수 있는 무언가가 있어서인지, 아니면 여러 작품에 간간히 수준 높은 비평을 남기시는 어느 독자분의 댓글을 보고 부러워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도 무언가 인정받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들었던 것은 확실합니다. 물론 그때고 지금이고 여전히 글은 정말 형편없지만요.
그런 희망을 가지고 글을 쓰고 올렸습니다. 게임하는 시간도 줄이고 어떤 때는 밀린 숙제가 쌓여있는데도 밤까지 설쳐가며 설정놀음으로 얼룩진 스토리를 써내려갔습니다. 이때는 창작의 고통이란 걸 전혀 모르던 때라 -지금도 그렇습니다만- 옅은 두통이 오면 하이고, 내가 적성에 안 맞는 걸 억지로 하려고 해서 아픈가보다 하고 글 쓰는 걸 멈췄습니다. 문득 시계를 보면 5, 6시간이 훌쩍 지나있었으니 그리 착각할 만도 했지요.
어쨌든 그렇게 해서 첫 글을 올렸었는데 정말 암담했습니다. 보는 분이 진짜 아무도 없었거든요. 물론 아니야, 처음에는 누구나 그렇지, 꾸준히 올리다보면 보는 사람이 생길거야 하고 스스로를 다독여 요일을 정하고 시간도 정하며 몇 편을 더 올려봤지만 진전이 없는 건 매한가지였습니다. 그러다 문득 뇌리가 스쳤습니다. 글의 완성도나 노력의 정도를 떠나서 내가 이렇게 뭔가를 적극적으로 하려고 했던 적이 있었나? 되짚어보게 되더군요. 그러면서 희열이 솟아올랐습니다. 아, 나는 진짜로 글 쓰는 사람을 꿈꾸고 바라고 있구나. 하고 말이죠.
저의 첫 장래희망은 과학자였습니다. 참으로 두루뭉술하죠? 그 다음으로 기억하는 장래희망은 경찰관, 소방관, 운동선수..., 그러다 한창 큭큭 애처로이 방황하는 어둠에 다크여 하던 중2병 시기에는 우연히 ‘사람은 삶앎이다.’라는 걸 알게 되어 장래희망 란에 ( 삶앎 )이라고 쓴 적도 있었습니다. 정말로 나는 왜 사는 걸까? 하며 공백으로 제출해서 교무실에 불려간 적도 있었죠. 그리고 지금 제 꿈은 장르문학작가입니다. 거창하게 갈 것도 없이 내가 직접 쓴 글로 완결하고 싶습니다.
지금 당장에 제 아이디를 검색해보시면 아시겠지만 저는 여태껏 완결 한 번 내본 적이 없습니다. 아니 제대로 된 시작조차 해본 적이 없죠. 재능이 없어서, 노력이 부족해서, 혹은 게을러서, 아니면 다짐에 비해 실제로는 글을 쓰고 싶다는 욕심이 그만큼 못미처서, 다르게는 끈기가 없어서, 그마저도 열정이 식어버려서 등등 여러 가지 핑계로 글 쓰는 것을 미뤘고, 지금도 미루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한편으로는 안심했습니다.
아직 발 한 번 제대로 내딛어본 적 없고,
막상 글을 시작한들 남들보다 분명히 느릴 테고,
과연 나도 온전한 작가가 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앞서면서도
언제든지 글을 시작할 수 있는 곳이
존재한다는 생각에 안도했습니다.
그래서 미루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네요.
여기는 정말 글이 한시도 꺼지질 않네
하고 혀를 내두른 적도 있었으니까요.
제 글쓰기는 이곳과 시작을 같이 하지는 않았습니다만
작가라 불리기를 소망하는 한 사람으로서
초보 작가 분들이나 작가를 꿈꾸시는 분들이
어떤 마음가짐으로 글을 쓰시는지 압니다.
남들이 보면 왜? 라고 의아해할 정도로
여러 작가들과 작품들을 비교하고 고민하면서
어떤 고통을 감내하시려는지 압니다.
감히 글 하나 제대로 써 본적 없는 녀석이 주제넘게 공감하려 드느냐?
하실 분들도 계시겠지만 최소한 떳떳하게 작가가 되고 싶어 하심을 압니다.
요새 표절이나 조작과 관련해서 요란법석합니다.
미적지근한 대응에 대해서도 말이 많죠.
저는 공모전에 참가중이지도 않고, 연재중이지도 않습니다만
이런 게으름뱅이인 저조차 작가가 되기를 희망하시는 분들이
언제 어디서든 출사표를 던질 수 있는
이곳이 금이 가고 있다는 걸 느낍니다.
저는 글쓸이 입니다. 저와 같은 글쓸이 분들도 계실 테고
앞으로도 수많은 글쓸이 분들이 이곳을 찾아오실 겁니다.
글 쓰는 재주가 없어서 엄청나게 늘어졌습니다만,
저는 이곳이 부디 그런 글쓸이, 혹은 작가 분들이
창작 외에 다른 걱정일랑 없이 편안하게
글을 시작할 수 있는
편안한 보금자리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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