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경제신문이나 동아일보 같은 신문에는 대공황이나 외환위기를 암시하는 기사가 1면에 실렸다. 나는 인터넷으로 한겨레밖에 안 읽으므로, 저 제목과 몇몇 문구만 대충 읽어 보았을 뿐이다.
1997년 우리나라가 겪었던 외환위기는 사실은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태국에 외환위기가 발생하자 일본 같은 나라에서는 비상이 걸렸던 모양이다. 일본은 태국에 투자한 돈이 많아서 그랬던 것 같다. 투자손실이나 환차손을 감수하고서라도 투자금과 대출금을 환수해야 했던 일본의 금융사들... 이건 산경 작가님의 [비따비]에도 조금 나온다. 펀드런(?)이 일어나면, 펀드를 청산해서 환불해줘야 하기 때문에 한국의 외환시장에서 일본계 투자금이 빠져나갔고, 한국에 추가로 대출하거나 투자하는 일이 없어졌다. 1996년에 발생한 150억 달러(?)의 경상수지적자와 300억 달러 규모라는 외환보유고로는 이것을 감당하기 어려웠다. 게다가 한국정부는 펀더멘탈이 튼튼하다고 구라까지 치고 있으니, 더 믿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한편 우리나라 종금사는 일본계 자금을 단기로 빌려와서 태국에 장기로 빌려주면서 이자를 따먹고 있었는데, 태국에서 외환위기가 발생하자 대출금을 환수할 길이 없어졌고, 일본에 돈은 갚아야 할 시기가 다가왔다. 그래서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구하느라 똥줄이 탔다고 하더라. 한은이 외환보유고를 풀면 사고 또 사서, 일본에 갚았다고 하더라. 종금사의 대출 규모는 몇 억 달러 안 되어서 외환시장에 핵심적인 영향을 준 것 같지는 않다.
미국은 뉴저지 주까지 5개 주를 외출금지령을 내린 모양이다. 기업이 멈추고, 소매점이 멈추고, 노동자가 멈추고, ...... 이렇게 생산과 소비가 동시에 줄어들면, 위기에 예민한 사람부터 펀드런이 일어나는 거겠지. 아직은 펀드런의 규모가 적지만, 어느 순간부터 폭증하는 상황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그리고 그 시간이 우리나라에게 외환위기 쓰나미가 닥치는 시간이 될 것 같다. 이 쓰나미는 우리나라의 잘못은 하나도 없이 당하는 쓰나미다. 주식하는 사람들이 ‘소나기는 피하라’는 격언을 따르듯이, 미국에서 펀드런이 일어나고, 한국에 외환위기가 닥치는 것이니까. 물론 이런 예상은 빗나갈 수 있으며, 나는 경알못이다. 그저 눈꼽만큼 줏어듣고 나름대로 분석한 것을 말할 뿐이다.
쓰나미가 닥치면, 현재 자신이 어디에 있느냐가 생사를 가른다. 쓰나미의 높이보다 높은 곳에 있으면 안전하다. 하지만 쓰나미에 휩쓸리는 높이에 있다면, 주변 사물이 흉기가 되어 몸을 다치게 하고, 어쩌면 죽음으로 이끌 수도 있다. 그래서 결단력 있고 발빠른 사람들은 비싼 아파트를 헐값에 급매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저 먼 바다에서 지진이 발생하고, 쓰나미가 발생할 수도 있는데, 마음을 놓고 해변가에서 놀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쓰나미가 올 수도 있으니 준비하라’고 외치는 사람도 있다. ‘불안을 조장하고 있네’라고 욕하는 사람도 있다. 물론 그러다가 쓰나미가 닥치면, 다 같이 쓸려나갈 것이다. 결과는 하늘만 알 뿐이다.
쓰나미가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소식들이 있다. 좋은 소식들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안심할 수가 없다. 우리는 일찌기 이런 경험을 해 본 적이 없고, 극복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모르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4조 달러를 퍼붓겠다고 했다는데, 효과가 있을라나 모르겠다.
우리 선조와 부모와 형제 세대들이 지난 75년간 쌓아 올린 경제가 바이러스 한방에 위험해졌다. 정말 무섭고 슬프고 괴로운 일이다.
Comment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