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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다양성과 관용

작성자
Lv.99 만리독행
작성
19.12.19 14:03
조회
108

  시골읍에서 살던 1992년 4월에 운전면허를 따고, 장롱면허임에도 불구하고 겁없이 옆 도시로 자동차를 몰고 갔습니다. 도로연수를 받지 않고, 그냥 면허만 딴 상태였으니, 무척 잘못된 행동이었습니다. 아무튼 옆 도시를 가 보니, 운전을 버벅이게 됩니다. 가야할 길 표지판도 봐야 하고, 바로 앞의 신호등도 봐야 하고, 백미러도 봐야 하고, .... 평소에 조수석에 앉아서 보던 것과는 다른 세상을 보게 되었습니다. 조수석이나 뒷좌석에 탔을 때는 큰 빌딩이나 간판, 지나가는 예쁜 아가씨, 먼 곳의 경치 같은 것을 보았거든요. 그리고 그 순간 하나의 깨달음을 얻었죠.


  제가 말하는 깨달음이란 남이 가르쳐주지 않아도 스스로 알게 되는 것을 말합니다. 깨달음은 책에서 본 적도 없고, 누구에게 들은 것도 없는데, 갑자기 스스로 알게 되는 지식이죠.


  그 때 제가 깨달은 것은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자리에 있는 운전석과 조수석의 두 사람에게 보이는 것도 다르다. 사람은 각자의 위치와 방향에서 세상을 보게 되고, 이 모습들은 서로 다를 수밖에 없다. 하나의 세상이지만, 사람들은 각자 서로 다른 모습의 세상을 보고 자라게 된다. 그러니 사람들의 생각도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고, 이를 다양성이라고 봐야 한다. 내가 본 모습만이 진리이자 참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고, 다른 사람이 본 모습도 얼마든지 참일 수 있다고 생각해야 잘한 것이다. 나는 다른 사람의 다양한 생각을 존중해야 한다’입니다.


  예를 들어, 서울에는 남산이 있죠. 남산은 하나뿐입니다. 그런데 북쪽에서 남산을 볼 때, 남쪽에서 남산을 볼 때, 동쪽에서 남산을 볼 때, 서쪽에서 남산을 볼 때 모습이 다 다릅니다. 사람이 서 있는 위치와 방향에 따라서 남산의 모습도 다 다르게 보인다는 얘기입니다.


  이 깨달음을 얻기 전에는, 저와 생각이 다른 사람을 만나면, 저는 그 사람의 생각이 잘못되었고, 제 생각이 옳다고 주장하려고 했더랬습니다. 그러나 깨달음을 얻은 뒤에는 ‘다른 사람의 의견은 각자 나름대로 존중받아 마땅하다. 비록 내가 그 의견에 동의하지는 않을지라도 함부로 비하하거나 멸시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것을 다양성을 인정하는 ‘관용’이라고 생각합니다.


  천동설을 믿는 사람과 지동설을 믿는 사람, 창조설을 믿는 사람과 진화론을 믿는 사람은 서로 의견이 180도 다릅니다. 이 두 사람은 각자의 생각이 옳다고 믿고 있죠. ‘나는 너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고 반대하지만, 네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는 것은 인정하며, 너의 의견을 존중하겠다’고 관용을 발휘하면, 두 사람은 공존할 수가 있습니다. ‘내 의견은 옳으니까, 너는 그렇게 생각해서는 안 되며, 네 의견은 존중하지 않겠다’고 관용을 발휘하지 않으면, 두 사람은 공존할 수가 없습니다.


  다양성을 인정하고, 관용을 발휘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인 듯합니다. 인간은 존엄한 존재이며, 이 존엄을 지키기 위해서는 자유와 평등이 필요하고, 다양성을 인정하는 관용이 필요하다는 말입니다.


  저는 나이가 많아질수록 관용이 조금씩 늘어났습니다. 그래서 제 의견과 반대되는 의견이 나오더라도 화를 내는 일이 적어졌지요. ^ ^ 억지로 남을 설득하려고 들지도 않게 되었습니다. 그냥 제 의견을 말하는 정도에 그쳐도 마음이 만족스럽더군요. 이 마음 이 경계를 잊지 않아야 되겠지요? ^ ^


Comment ' 4

  • 작성자
    Lv.31 에리카8
    작성일
    19.12.19 22:10
    No. 1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역지사지와 타인유심여촌탁지를 명심하고 살아야 하지만, 아직은 깨달음이 어린 사람인지라 자신만이 먼저 일때가 많습니다.

    반대의견도 과격하지 않고 사람의 마음을 헤아려 표현을 순화 한다면 서로가 화평하리라 생각합니다.

    현실의 삶에 무게가, 힘든일이, 이기적인 마음이, 재화가 사람을 조급하고 경쟁하고 이기고 싶게 만든다고 생각해요.

    여유로운 마음으로 쓰신 글을 읽으며 저도 저를 다시 생각해 봅니다.
    내일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찬성: 3 | 반대: 0

  • 작성자
    Lv.64 天劉
    작성일
    19.12.20 19:34
    No. 2

    천동지동이랑 진화창조론은 일부러 드신 예인가요? 나는 너의 의견을 존중하겠다. 내말이 맞고 니가 틀렸지만. 이 느낌인데..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99 만리독행
    작성일
    19.12.20 22:21
    No. 3

    지금 일어나는 다툼을 언급하게 되면, 느닷없이 정치글이나 종교글로 오해를 받기 때문에 과거의 유명한 일을 언급한 것입니다. 천동설을 믿던 사람들의 눈에는 이 세계가 그렇게 굴러가는 것으로 보였을 겁니다. 그들이 설령 잘못된 것을 봤냐 하더라도, 억지로 상대방의 의견을 바꾸게 하려면 결국 말싸움 몸싸움으로 번지게 되지요. 요즘도 종교전쟁 비슷한 것이 일어나고 있잖아요? 다툼을 피하려면 '오, 저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라고 서로 관용의 태도를 보이는 게 좋지요.

    찬성: 1 | 반대: 1

  • 작성자
    Lv.66 킹칼라
    작성일
    19.12.21 19:28
    No. 4

    좋은 말씀입니다.
    하지만 세상은 탐욕과 이득을 쫒는 늑대들의 땅인가 합니다.
    내가 산 부동산 값은 올라가야 되고 내가 살 부동산 값은 떨어져야합니다. 서로 다른 기준과 다른 시점이 이득의 굴레로 들어가는 순간 아비규환이 아닌가 합니다...탐욕과 생존의 선에 서있는 짐승들에게 관용은 생존을 장담 못할 이야기이고 마지막 승자가 된 이후에 부릴수 있는 사치일 뿐이다 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아파합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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