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을 읽고 싶으면 적어도 종이책 한권 분량만큼을 사서 읽어야했던 과거의 소비 방식에서는 가질 수 없었던 선택의 자유가 플랫폼으로 오면서부터 대폭 늘어났습니다.
구매 최소 단위가 한권에서 한 화로 줄어들면서 독자도 조금 읽다가 하차하는 게 가능해졌고 읽지 않은 부분이라도 한권 분량만큼은 지불해야했던 기존 종이책에 비해 확실히 이득이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작가 역시 쓰다가 수익이 안나면 연중을 하고 다른 글을 쓰기 시작해도 된다는 자유도가 생기게 된거죠. 물론 연중이 빈번한 작가는 평판에 손해를 좀 보긴 하겠지만 현재까진 평판을 잃어서 줄어든 수익보다는 차라리 연중 후 새연재를 통해 얻는 수익이 더 나은 경우가 많은가봅니다.
독자가 작가에게 작가정신을 기대하는 것은 당연한 요구지만 그건 마치 교통 법규가 느슨한 나라에서 시민의식을 강조하는 것만큼 공허하게 들릴 때가 있습니다.
전통적 시스템의 기준으로 볼 땐 턱없이 부족해보일 수 있는 작가적 소양이라도 신 플랫폼에선 얼마든지 수익 창출이 가능합니다. 한 예로 개연성이나 맞춤법은 작가들이 종종 독자들로부터 지적받는 사항이지만 인기작이라도 개연성이나 맞춤법이 엉망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럼 작가들은 반대로 이렇게 생각하기 쉽습니다. 독자 다수는 생각보다 개연성과 맞춤법을 작품 선택의 기준으로 삼지 않는게 아닐까?
개연성과 맞춤법 교정은 시간을 소요하는 일입니다. 말하자면 생산자 입장에선 시간이라는 원가를 상승시킬 요인이죠. 원가는 상승하는데 그만큼 이윤을 더 추구할 수 없는 시스템 하에서 작가들에게 작가적 양심이나 소양만 강요한다고 해결이 될까 싶습니다.
공허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작가마다 추구하는 바가 다릅니다. 돈걱정이 적고 자기만족으로 글을 쓰는 사람일수록 원가 생각 안하고 퀄리티에만 집중할 수 있습니다. 글이란게 꼭 투자시간에 비례하여 퀄리티가 나와주는 분야는 아니지만 경험상 퇴고는 여러번 할수록 글은 확실히 정돈됩니다. 문제는 전업 작가들이 그만큼 본인의 수익을 잃는 것을 감수할 만한 동기가 부여되는지에 대해서는 고민할 필요가 있겠죠.
최소 이정도까지는 지켜줬으면 하는 선이 있다면 그건 개인이 아니라 시스템이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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