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무협소설을 읽을 때 가끔 고구마를 먹는 듯한 장면들이 나왔습니다. 오해 때문에 헤어지고, 오해 때문에 애정이 변하고, 오해 때문에 연인이나 부부가 파경을 맞이하고, .... 솔직한 말, 충분한 말만 있으면 이런 오해는 피할 수 있을 텐데, 무협소설의 등장인물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죠.... 그래서 비극이 되기도 했습니다.
중국판타지소설 중에 언정소설이라고 부르는 장르가 있습니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로맨스소설 또는 여성이 주인공인 소설 정도로 이해하면 될 듯합니다. 정확한 장르 특성이 뭔지는 모르겠네요. 언정소설을 지금까지 읽은 경험으로는 주로 고대 중국의 어느 나라에서 사건이 벌어집니다. 그리고 이 시대의 사람들은 솔직하게 말하는 것보다는 말조심을 하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바로 이 말의 부족 때문에 서로 오해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저는 그걸 볼 때마다 고구마를 먹은 듯한 답답함을 느끼곤 합니다.
사람들의 의사소통은 정말 중요한데요, 이걸 잘하는 방법이나 요령 같은 걸 모르겠습니다. 누가 가르쳐 주는 사람도 없고, 좋은 책도 없으니, 저는 그저 솔직하게 말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을 모르겠네요.... 그러나 솔직한 것만으로는 의사소통이 충분히 잘 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저는 아버지의 양계장 일을 도우러 고향으로 돌아갔다가 9개월만에 포기하고 되돌아 온 경험이 있습니다. 30년의 나이 차이 때문에 생긴 격차가 있었습니다. 제가 뭔 말을 하면, 그 말이 아버지의 화를 돋우게 됩니다. 제가 맞다고 생각해서 드리는 말씀이 아버지가 생각하기에는 얼토당토 않은 뻘소리인 부분이 있었던 거죠... 결국 서로를 설득하지 못하고, 화가 난 채로 대화가 중단됩니다. 이런 대화가 반복되니, 결국 같이 일하는 게 무리라는 결론이 나옵니다. 저도 부모님 곁에서 효도하면서 살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의사소통이라는 면에서 성공할 수가 없었습니다..... 사고방식이 너무 다르면, 서로 의견을 말하고 듣는 것조차 어렵다는 것을 새삼스레 깨닫게 됩니다. 저는 좀 더 현명하게 대응했어야 하는데, 마음에 여유를 두고 천천히 의사소통을 시도했어야 하는데, 그 때는 성격이 급해서 금방 포기하고 말았네요.... 이제 와서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솔직한 말, 진실한 말....
이리강 작가님의 [성역의 쿵푸]에 나오는 천녀사신명 노래의 가사가 떠오르네요...
거짓 없는 말 참된 말로 일만 개의 진실한 말로,
별을 걷고 칠성을 밟으며 하늘의 글도 살폈어.
나의 말은 천사처럼 변치 않으니 나와 같이 노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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