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ㅃㅏ에게 무시 받는 유방.
힘 꽤나 쓸 줄 알았지만 늘 빈둥거리고 곡식만 축내는 유방을 가족들은 돌아가며 잔소리를 해댔다.
“야, 이놈아. 성실한 네 형을 좀 본받아라 저리 열심히 사니 재산이 늘어나지 않던.”
특히 유방의 아버지가 항상 그의 형과 비교하여 유방을 허구헌날 혼냈는데도 유방은 달라지지 않았다.
유방은 여전히 일을 안한 채 배가 고프고 술이 고프면 형네 집에가서 해결을 하는데 본인도 모잘라 자기를 형, 형 하고 따르는 동네 백수들도 데려갔다.
이를 보다 못한 형수가 부엌으로 가 솥을 주걱으로 긁는 박박 긁었다.
유방은 형네 집에 곡식이 떨어졌구나, 하고 생각해 동생들을 돌려보냈는데...
알고 보니 솥에서는 김이 모락모락 핀 밥이 그득한기라.
이에 충격을 받은 유방은 제 가슴을 두들기고 울분을 한껏 토해내며 두 번 다시 형네 집을 찾지 않았다.
항우가 유방이 아버지를 잡아와 팽성을 포위하고 유방에게 말했다.
“배신자 놈아! 네놈 애비가 삶아 죽는 꼴 보지 않으려거든 성문을 열고 나와라!”
기둥에 꽁꽁 묶힌 처참한 몰골의 아버지를 본 내려다 본 유방은 고개를 돌려 항우를 향해 크게 소리쳤다.
“너와 나는 한때 의형제를 맺었으니 내 아빠가 곧 니 아빠! 패륜을 저지르거든 어디 맘대로 해보렴. 낄낄. 거, 남은 고깃국이 있으면 내게 한 대접 말아봐. 껄껄.”
이에 열받은 항우가 진짜로 유방의 아버지를 삶아 버리려고 하니, 그의 참모들이 말린다.
“천하만민의 비웃만 살 뿐 아무런 득이 없습니다. 분을 거두소서.”
훗날 항우를 발라버리고 결국 천하를 먹어 황제가 된 유방이 크게 잔치를 벌였는데 그 자리에는 유방의 아버지도 한 자리 차지하고 있었다.
젓가락으로 기름진 귀한 음식들을 이것저것 맛보던 아버지를 물끄러미 보던 유방이 말했다.
“아버님. 이제 저와 형님 중에 누가 더 부자입니까? 껄껄. 허구헌날 천하에 쓸모 없는 밥버리지라 혼내던 당신의 아들이 천하에서 가장 존귀한 존재가 되었습니다.”
음악과 떠들던 소리가 순간 끊겼다.
대소신료들은 손에 쥔 술잔과 젓가락을 내려놓고 싸한 분위기 속에 침묵만을 지켰다.
거들먹 거리던 황제의 모습에 불쾌해지다가 못해 화가 난 아버지는 얼굴이 씨벌개지고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급기야.
아버지는 아들을 향해 젓가락을 확, 집어 던졌다. 노려보며 콧방귀를 크게 끼고는 자리를 벌떡 일어나 나가버렸다.
무거운 침묵 속에 유방 혼자만 낄낄 거리며 술을 들이켰다.
곧 잔치는 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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