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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도올 선생

작성자
Lv.99 만리독행
작성
23.08.06 16:43
조회
145

1. 때는 1990년 가을이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전문대 전자과를 다니던 시절입니다. 학교 도서관에서 이 책 저 책 건드려 보다가 우연히 [여자란 무엇인가]라는 책 제목을 보았습니다. 아주 도발적인 제목입니다. 그래서 읽기 시작했습니다. 이 책의 앞 부분은 도올 김용옥 선생의 고려대 강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강의에서 다루었던 이야기가 나중에 책으로 엮여져서 나온 것이죠. 스토리가 참 재미있었고, 글이 술술 읽혔습니다. 


2. 그 때부터 도올 선생과 관련된 책들을 찾아서 하나둘 읽게 되었습니다. 제일 대박인 건 [동양학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책이었죠. 이 책은 번역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학계가 번역을 경시하지 말라는 주장이 담겨 있었고, 쇼킹한 이야기도 담겨 있었습니다. 바로 격의불교와 공산주의에 나오는 ‘프롤레타리아:무산계급’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인도어로 된 불교 경전을 중국어로 바꾸려고 하다 보니, 쉽게 치환되지 않는 용어들이 있었는데, 이걸 억지로 치환할 수밖에 없었던 모양입니다. 색즉시공 공즉시색 같은 단어가 그런 것이죠. 그래서 인도어의 개념과 다른 공의 개념, 색의 개념이 등장하게 되고, 원래 불교의 사상과는 별개의 해석이 등장한 모양입니다. 프롤레타리아를 ‘무산계급’이라고 번역하는 바람에 중국 공산주의자들은 노동자와 농민이 혁명을 일으켜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정작 마르크스 공산주의에서는 혁명을 일으키는 데에 농민은 반대자/방해자가 된다고 적혀 있었던 모양입니다.. ㅎㅎ 


3. 도올 선생은 [신동아] 월간잡지에 시사에 관한 글을 연재하기도 했습니다. 이 글들을 모아서 나중에 [도올세설]이라는 책으로 엮어냈죠. 이 책에는 영화에 관한 이야기도 나오고, 그 때문에 영화 [장군의 아들] 시나리오 작가가 도올 선생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도올 선생은 시나리오를 부탁받아서 썼던 모양입니다. 시나리오를 쓰려고 김두한의 일생을 조사하게 되었는데, 온갖 구라가 전설로 바뀌어 김두한을 미화하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네요. 그래서 김두한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듀엘(대결)’에 초점을 맞추어 시나리오를 썼다고 합니다. 당시에는 흥행에 성공했고, 주연 배우도 엄청 유명하게 되었지만, 제가 이 영화를 보니 재미가 하나도 없더군요... ㅎㅎㅎㅎ


4. 도올 선생의 문제작 중의 하나는 [태권도철학의 구성원리]라는 책이 있습니다. 이 책에서 도올 선생은 태권도의 유래가 오키나와에서 시작되었으며, 카라테라는 이름으로 일본 본토에 퍼졌고, 이것이 일본에 유학한 사람들에 의해서 한국으로 도입된 과정과 발전한 과정을 설명합니다. 그리고 그동안 태권도가 우리나라 조상들이 남겨 준 무술이라는 구라를 낱낱이 드러내 버리죠. 


5. 도올 선생의 아내인 최영애 교수가 [루어투어 시앙쯔]라는 소설을 번역하고, 도올 선생이 책에 서문을 길게 쓴 책도 있었습니다. 루어투어는 낙타를 중국말로 발음한 것입니다. 시앙쯔는 사람 이름이고요.(상자의 중국어 발음) 이 서문에는 중국의 소설가 루쉰의 일화가 나옵니다. 루쉰은 청나라 말기의 사람인데, 의사가 되려고 일본으로 유학을 갔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강의에서 어떤 슬라이드를 보게 되었는데, 바로 사형 장면을 보고 있는 중국인들의 멍한 눈이었던 모양입니다. 아편에 취해서 멍해진 중국인들의 눈... 이걸 보고서 루쉰은 먼저 중국인들의 의식을 깨워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의사 공부를 때려 치우고 중국으로 돌아와서 소설가가 되었다고 합니다. [아큐정전]이라는 소설도 루쉰의 작품이라고 합니다. 한편 [루어투어 시앙쯔]의 작가인 라오서는 홍위병의 모욕을 견디지 못하고 물에 뛰어들어서 자살했다고 합니다. 


6. 기독교에 대한 책도 있습니다. [절차탁마 대기만성]이라는 책이었는데요, 내용은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신약성경에 나오는 빌라도의 원래 이름이 필라투스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그리고 헤롯 왕이 2살 이하의 아기를 죽이라고 했던 사건이 로마제국의 역사에는 기록되지 않아서 거짓말이라는 내용을 본 것 같습니다. 사해문서 등에 관해서도 나온 것 같습니다. 


7. 그 외에도 여러 책들을 출판하셨는데, 저는 23권만 읽었습니다.. 나중에는 더 이상 다른 책은 찾아서 읽지 않게 되었죠. 먹고 사니즘, 귀차니즘에 따라서요... 


8. 도올 선생은 나중에 TV에서 논어를 강의해서 센세이션을 일으켰습니다. 하지만 강의가 깔끔하게 완결되지 못하고, 중간에 때려치우셨죠. 대학교 철학과에 가서나 들을 수 있는 내용을 모든 국민이 들을 수 있어서 좋았는데, 참 아쉬웠습니다. 제일 인상적이었던 강의는 2개가 기억나네요. 학이시습지 불역열호아를 해석하는 강의에서 도올 선생은 이 말을 ’공자가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면서 자신을 기용해 줄 것을 호소하다가 결국 포기하고 노나라로 돌아와서 늙어 죽을 때쯤 자신의 인생을 회고하면서 한 말일 것이다‘라고 해석했죠. 또 하나는  ‘비파행’이라는 시를 번역한 강의였습니다.  


9. 얼마 전에 저는 유투브에서 도올 선생이 스님들에게 강연하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거기에는 기독교의 성경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죠. 모세오경 혹은 토라라고 부르는 5권의 성경(구약성경)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ㅎㅎㅎ 저는 기독교집안에서 태어나 자랐기 때문에 기독교인이었지만, 진화론을 알게 된 고등학교 2학년 이후로는 기독교인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도올 선생의 이 강연을 듣고 깜놀하고 말았습니다. 구약성경이 구라였다니!!! 


10. 요즘 열심히 중국웹소설을 스마트폰 앱으로 읽고 있습니다. 제가 자주 가는 플랫폼은 시리즈, 카카오, 원스토리 이렇게 3곳입니다. 문피아에서는 중국웹소설을 연재하는 게 적어서 아쉽습니다. 오늘도 유투브를 돌아다니다가 문득 도올 선생이 떠올라서 그 이야기를 하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이 글을 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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