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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작성자
Lv.99 만리독행
작성
23.07.01 13:54
조회
88

 야마오까 소하찌 선생의 소설 [대망]에는 혼다 사꾸자에몬이라는 사람이 나옵니다. 도꾸가와 이에야스는 5개 지역을 차지하고 영주 노릇을 하고 있었는데, 5개 지역의 위치가 도요또미 히데요시에게는 불리한 위치였습니다. 그래서 도요또미 히데요시는 도꾸가와 이에야스에게 관동8주를 주면서 원래의 영토와 맞바꾸라고 강요했습니다. 일본에서 영주는 이런 식으로 영토를 교체 당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영토를 교체하게 되면 영주와 휘하의 무사들은 새 영토로 이사를 가는데요, 이렇게 되면 대대로 쌓아 올린 충성스러운 백성이 없어지게 되고, 익숙한 전투 요지 대신에 낯선 전투 요지를 갖게 되고, 기존의 영지에서 살던 무사들의 반란/소동도 진압해야 하고, 새 영지의 백성들에게 충성을 새로 받아야 하고, 새 영지의 성을 배분하는 과정에서 가신들의 불평불만이 생겨나게 됩니다.


도요또미 히데요시 입장에서 보면, 군사력이 강한 매제 도꾸가와 이에야스를 좀 더 멀리 치워 버릴 수 있고, 오사까와 에도 사이에 자신이 신뢰하는 영주를 배정해서 도꾸가와 가문과 다른 가문의 결탁을 저지할 수 있고, 감시하기에도 편리했습니다. 새 영토를 안정화하는 데에 시간이 걸리고 노력과 돈도 많이 들 테니, 도꾸가와 가문을 약화시키는 역할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천에 하나 만에 하나 영토 내에서 반란이 일어나거나 대소동이 벌어지면, 그 핑계를 대고 도꾸가와 가문을 좀 더 적은 영토로 바꿔 버릴 명분도 생겨날 수 있었습니다. 


이 영토 이전을 앞두고 도꾸가와 가문의 무사들은 자신에게 배정될 성이 어디일까, 녹봉은 얼마나 올려 줄까 기대가 높았습니다. 만약 기대보다 못한 대우를 받게 되면, 실망이 생길 것이고, 다른 무사가 높은 대우를 받게 되면 질투가 생겨나고 실망이 생길 것이고, 이런 실망이 충성심 약화와 가문 내 단결력 약화로 이어질 것입니다. 혼다 사꾸자에몬은 바로 이 점을 걱정했습니다. 도꾸가와 가문이 살아남으려면, 절대적인 충성심으로 단결해야 하는데, 다른 사람들의 시선은 영지 분배와 녹봉 인상에 쏠려 있었으니 말입니다.... 혼다 사꾸자에몬은 ‘도꾸가와 가문의 입장‘에서 이번 영지 이전을 봐야 한다고 말합니다.(정확한 워딩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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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것은 소설에서 나오는 이야기이고, 실제의 사실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는 전혀 모릅니다. 


저는 이 대목을 보면서 아주 감탄했습니다.  ‘어느 입장에서 사안을 생각해 보기’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안이 다른 의미로 보였기 때문입니다. 혼다 사꾸자에몬이 영지 이전 사안을 ‘도꾸가와 가문의 입장’에서 본 것처럼, 우리도 그리 해야 합니다.  


맹자의 ‘역지사지’라는 말이 있습니다. 입장을 바꿔 놓고 생각해 보라는 의미로 흔히 쓰입니다. 저는 이 역지사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상대의 언행을 이해하게 될 수 있고, 더 나은 협상을 하게 될 수 있고, 사태를 다른 각도에서 이해하게 될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것’은 ‘다른 사람의 입장을 지지하는 것’과는 별개입니다. 예를 들어서, 저는 멕시코 사람들이 불법으로 미국에 밀입국하는 것을 왜 그러는지 이해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불법 밀입국을 지지하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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