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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제 과거의 어떤 사건 EP01

작성자
Lv.6 PolarAli..
작성
18.07.11 11:05
조회
460

최근 들어 다시 생각이 났습니다. ㅎㅎ

워낙에 예전일인데 말이죠...



스마트폰이 아니던 시절입니다. 당연히 GPS도 안달려있어서 폰을 잃어버리면 위치추적은 불가능했습니다. 기지국으로 몇 백미터 정도는 특정할 순 있는데, 그것도 부러 대리점가서 온갖 서류 다 띄어주고 난 다음에 받은 종이쪼가리로 본인이 직접 추측해야했답니다.


당시에 전 레몬색의 통통한 폴더폰을 썼어요. 좀 큰편이었지만 맘에 들어서 볼 때마다 귀엽다고 쓰담쓰담하고 그랬답니다. 그런데 그 폰과 함께 갑자기 이사를 해야했어요. 뭐 일킬로도 안되는 몇백미터 거리의 이사라 정말 구르마 빌리고 용달 1대로 친구들이 우르르 달라붙어 하루동안에 정신없이 했습니다.

포장이사도 아니고, 전날 당일에 짐을 싸다보니 실수가 많았지요. 이사간 새 집에는 없는 물건도 꽤 됐어요. 덕분에 저는 쉴새없이 철물점과 마트등을 오가며 물건들을 사야했습니다. 근데 너무 힘들었어요. 그래서 잠깐 버스를 이용했죠. 1~2 정거장 거리지만 산 물건을 들고 걷기엔 많이 피곤했거든요. 

그런데 헐... 저녁 때 보니 제 레몬통통폰이 없는 겁니다! 놀랐죠. 급히 전화를 했는데 첨엔 신호가 가더니 나중에 꺼지대요. 불길했습니다... 아, 누가 줏어서 껐구나..

뭐 잃어버렸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그 날 새벽 매우 불쾌한 일이 있었더라구요.

제 여자 후배 여럿에게 제 전화로 전화를 건 겁니다.  제가 혹시나 해서 발신정지를 안걸었거든요. 새벽시간이라 대부분 자고 있었는데, 한 두명이 받았어요. 둘 다 잠결이라 저인줄 알았대요. 대충 오빠, 네네- 하고 끊었대요. 특별한 내용은 아니고 안부 묻는 것 같은 뭐, 그런 거였대요. 다만 주변이 시끄럽고 다른 사람이 자꾸 통화에 끼어드는 인상을 받았다더군요.


매우.. 열받았습니다. 다행히 성추행같은 일은 아니나 여자들만 골라 전화한게 정말 기분이 나빴습니다. 게다가 이건 명백히 점유이탈물 횡령이고요.


근데 단서가 있었어요!

제가 발신기록을 떼봤더니 모르는 전화번호가 있는 겁니다. 

보니까 통화시간이 1분이상이었어요. 이 정도면 분명 통화를 한 것이지요.

전화를 걸었습니다.

여자였어요.

상황을 얘기하고 상대의 신분을 물었어요.

서울대 미대인가? 여튼 미술계통의 학생이었습니다.

영문을 모르고 제 얘기를 듣던 그 친구는 당일(제 후배들과 통화한) 새벽에 학교의 타과 선배오빠한테서 전화를 받았다고 하더군요.

그 오빠를 알려달라고 했습니다.

그 친구는 연락처를 알려주는 건 그렇고 연락하라고 하겠다고 선선히 얘기했습니다.

어찌되었을까요?

그 선배오빠놈은 저한테 전화를 안했습니다. 

결국 저는 며칠에 걸쳐서 그 미대생을 설득했습니다. 

그리고 서울대 학생게시판에 이 사실을 알렸습니다.

전화는 뽀릴 수 있는데, 날 사칭해서 내 여후배들한테 전화해!?

더구나 그 미대생이 그 오빠가 법대 다닌다고 알려줬습니다.

당연히 법대게시판에도 올렸죠.  


그렇게까지 하니까 전화가 오더군요. 

그리하여 만났습니다. 

저보고 여자애를 왜 그렇게 괴롭혔냐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폰을 돌려주며 이것도 인연인데 술이나 한잔 하자고 합디다.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난 됐다! 하고 폰 받아 왔습니다. 

거의 한달 가량 걸린 일이었습니다...

옆에서 상황을 전부 지켜본 친구들은 제 폰을 가져간 서울대생을 불쌍히 여겼어요.

하필 얘한테 걸려가지고..... 이런 분위기였죠. ㅎㅎ


저는 걔 인생에 빨간 줄까진 원하지 않았어요. 실수란 누구나 하니까요.

물론 살짝 고민은 했습니다. 

서울대에 법대까지 다니는 놈인데 경각심차원에서 더 혼내야하나..?

하지만 당시엔 그 아이를 직접 만났고, 그 놈이 아이답게 순진한...(?) 사과를 했고, 그 사과와 함께 무사히 돌아온 제 폰을 보고 그래, 이제 고만 하자 하고 말았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잘 모르겠어요.

다만 그 아이가 법관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단 생각은 듭니다....





Comment ' 7

  • 작성자
    Lv.6 PolarAli..
    작성일
    18.07.11 11:13
    No. 1

    아, 참고로 제 전화로 통화한 통화비도 이천원인가 받았습니다. ㅎㅎ

    찬성: 0 | 반대: 7

  • 작성자
    Lv.54 아메노스
    작성일
    18.07.11 11:22
    No. 2

    이것도 인연인데라니.... 와 역겹네요.

    찬성: 5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6 PolarAli..
    작성일
    18.07.11 14:05
    No. 3

    네.. 제가 그렇게 느꼈습니다. ㅎㅎㅎ

    찬성: 1 | 반대: 2

  • 작성자
    Lv.20 파란펜촉
    작성일
    18.07.11 12:19
    No. 4

    설대 법대면 사회를 이끌어 갈 사람이 될 톈데 아무렇지 않게 남의 물건을 쓴다는 것에 소름 ㅜㅜ

    찬성: 4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6 PolarAli..
    작성일
    18.07.11 14:06
    No. 5

    심지어 자기 행동이 점유이탈물 횡령죄라는 사실도 정확히 인지하면서...
    술 먹고 그럴 수도 있지요! 라더군요.

    찬성: 0 | 반대: 2

  • 작성자
    Personacon 신상두부
    작성일
    18.07.11 12:58
    No. 6

    왠지 그 넘이 판사임관해서 여자들 몰카 찍다 신문에 났으나 집안이 다 법관집안이라 유야무야 넘어갔던 그 놈같은... 나이대가 얼추 맞을거 같아여..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6 PolarAli..
    작성일
    18.07.11 14:05
    No. 7

    ㅎㅎ 나이는 틀릴 겁니다. 판사집안도 아닌 것 같고요.

    찬성: 0 | 반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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