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꼬마 시절에 [서유기]를 읽었지만, 이걸 판타지소설이라고 인식하지는 않았습니다. 오늘날 생각해 보면, 이건 명백히 판타지소설인데도 말입니다. 아무도 이걸 판타지소설이라고 가르쳐 주지 않았으니, 그냥 소설의 하나로만 받아들였던 것 같습니다.
SF소설은 제가 무척 좋아하는 장르입니다. 아시모프의 로봇 시리즈라든가 [해저 2만리] 같은 작품을 제일 먼저 접했습니다. 쥴 베르너(?)는 좋아하는 작가가 되었죠. 그런데 가난한 시절에 살았고, 국내에는 번역된 SF소설이 얼마 없었습니다. 그래서 제 평생 소원 중의 하나가 ‘영어를 배워서 SF소설 마음대로 읽기’였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 이후로 공부와 담을 쌓는 바람에 이 소원은 영영 성취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ㅜ ㅜ
마이클 크라이튼의 [쥬라기공원], [콩고], [안드로메다 스트레인] 등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은하영웅전설]과 [B.E]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이상하게도 [듄]은 재미가 없어서 몇 페이지 읽다가 던졌습니다. [파운데이션] 시리즈를 사서 읽었고, [라마] 시리즈도 읽었습니다. [스타십트루퍼스]에 열광했고, [은하전기] 시리즈도 애독했습니다. 더 많이 읽고 싶었지만, 쉽게 찾을 수가 없었죠. 그리고 다른 재미난 만화나 무협소설들이 무진장 있었기 때문에 그쪽으로 넘어갔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 [앰버 연대기]라는 판타지소설을 읽게 되었습니다. 로저 젤라즈니의 상상력에 경의를 표합니다. 그리고 이 작품 저 작품 찾아서 읽었습니다. 지금은 딱히 줄거리도 잘 기억이 안 나지만, 읽을 당시는 흥미있게 읽었습니다. 이 때쯤에 한국에도 판타지소설이 많이 나왔고, 동네 도서대여점에 많이 진열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제 선택은 항상 일본만화나 무협소설이었죠. 여기서부터 제가 부끄러운 이야기입니다... 저는 한국판타지소설 한 두 권을 몇 페이지 들춰보고 나서 ‘수준이 낮아서 못 보겠네’라고 깔보았던 것입니다... 로저 젤라즈니의 상상력을 보고 감탄하던 시절이라서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한 두 권 몇 페이지 보고서 섣부르게 판단한 것이었죠... 정말 부끄러운 이야기입니다. 좋은 작품이 얼마나 많은데, 고작 한 두 권 몇 페이만 들춰 보고서 전체를 평가했는지....
그 뒤에 어쩌다가 다른 사람의 소개 글을 읽고서 전민희 작가님의 [룬의 아이들]로 한국판타지소설에 입문하게 되었고, 푹 빠졌습니다. 그 뒤로는 무협소설 대신에 한국판타지소설만 죽어라 읽게 되었습니다. 제가 전에 추천 리스트를 만든 것이 있는데, 거기에 보면 여러 작품이 언급되어 있습니다. 물론 추천 작품 외에도 많이 읽었고, 많이 중간에 던졌습니다...
요즘은 시리즈나 카카오페이지에 연재되는 중국선협소설에 푹 빠져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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