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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역대급 USB로 운수 좋은 날

작성자
Lv.84 고락JS
작성
18.03.10 17:40
조회
434


택배원 김 씨는 기분이 좋았다.

동료에게 들었던 고장 나서 아찔함을 느끼게 만들었다는  ‘걸어서 20층까지,’ 아파트의 엘리베이터는 수리가 된 상태였고, 어쩐 일인지 평소 사람만 보면 짖어대던 은행나무 집 불독은 오늘 따라 힐끗 쳐다만 볼 뿐 얌전하게 누워있었다.


택배 물품들은 어디 하나 막힘 없이 쑥쑥 목적지를 찾아갔고, 그 흔한 항의성 전화도 오질 않았다.


하지만 김 씨가 기분 좋은 이유는 비단 그런 것 때문만은 아니다.

토요일 저녁 때 주웠던 신비한 usb, 그 usb만 생각하면 아무리 힘들어도 절로 웃음이 지어졌다.


뭐, 재미있는 야구 동영상이나 들어있을까, 혹시 모를 바이러스를 조심하며 컴퓨터에 끼운 순간 김 씨는 황당한 광경을 목격했다.

나열된 숫자들의 향연, 그것들은 로또 복권 당첨번호들이었다.


세상에는 별별 취미들이 다 있다지만, 지나간 로또 복권 당첨번호들을 정리해서 저장해놓는 사람도 다 있다니!

어이없음과 황당함에 미묘한 표정을 짓고 있던 김 씨의 눈에 마침 이상한 숫자들이 눈에 띄었다. ‘어라, 이건 오늘 날짜인데?’


미래의 로또복권이라? 이건 참 재미있는 장난이었다.

‘한번 사볼까?’ 하지만 시간은 아슬아슬했다.

‘에휴, 어차피 장난질에 뭔.’


딴 짓을 하다가 열 시가 넘어 슬며시 복권 당첨번호를 조회해봤다.

‘어, 어디선가 봤던 번호 같은데?’

컴퓨터에 usb를 끼워 다시 확인한 순간, “억!” 김 씨의 입에서 감탄과 한숨의 감탄사가 튀어나왔다. 1등 당첨번호, 25억의 1등 당첨번호는 usb에 쓰인 그 번호 그대로였다.


경악, 아쉬움, 기쁨, 온갖 감정이 휘몰아친 주말을 끝내고, 혹시나 모를 생각에 정상적으로 출근을 해 업무를 끝마친 김 씨는 복권을 사기 전, 집으로 향해 usb의 당첨번호를 재확인하기로 했다.


일요일 내내 미래의 당첨번호들을 살펴보다보니, 번호들이 뒤죽박죽 되어서 이번 회 당첨번호가 전혀 기억이 나질 않았던 것이다.

“세전 60억이라,”

usb에는 당첨번호뿐 아니라 그 회의 당첨금도 적혀있었다.

한 6개월 뒤에 단독 당첨으로 170억 짜리가 하나 있었지만, 6개월은 기다리기에는 너무 긴 시간이었다.

그 힘든 택배일을 계속 하면서 6개월을 기다리다니.


매주 1등에 당첨되는 것도 좀 이상할 테니, 이번에 당첨된 후 6개월 후를 기약하면 될 터였다. 그 중간에는 서너번 3등 정도에 만족하고 말이다. 3등 정도는 누군가에게 선물로 줘도 될 테고.


“어, 왜 이리 안들어가지?”

이상하게 안 들어가는 usb를 끼워넣고 접속을 기다린 순간, 이상한 메시지가 하나 떠올랐다.


[ usb를 포맷해야 합니다. ]


“어, 안돼!”

어떤 방법을 써도 usb는 되살아나질 못했다. 회사를 때려치우고, 유능하다는 복구 전문가들을 찾아가서 복구를 부탁해봐도 소용이 없었다.


그리고 다가온 토요일 저녁, 김씨는 로또 추첨방송을 보면서 참을 수 없는 통한의 눈물을 흘렸다.

“왜 역대급 usb가 있어도 먹지를 못하니!”


[ 재미삼아 한 패러디 글입니다. 정담 규정에 맞을지 모르겠네요,

  패러디 대상이 된 작품의 작가님에게도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ㅜ_ㅜ ]





Comment ' 4

  • 작성자
    Lv.68 고지라가
    작성일
    18.03.10 17:52
    No. 1

    재밌어요 /ㅇㅂㅇ/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적안왕
    작성일
    18.03.10 18:12
    No. 2

    백업의 중요성.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8.03.10 19:18
    No. 3

    재밌게 보긴 했지만, 비극은 안좋아해서 릴레이로 이렇게 바꾸고 싶네요.

    "

    “왜 역대급 usb가 있어도 먹지를 못하니!”

    엄마 손을 잡고 돌아오는 길에, 아저씨의 목소리가 들렸어요. 계속 USB를 왜 못먹냐고요. 아무리 배가 고파도 USB는 못먹는건데 그렇게 배가 고팟을까요?

    "엄마. 저 아저씨 USB를 먹을려고 하는거야?"

    "옥희야. 조..조용히 해."

    엄마는 뭐에 성이 났는지 얼굴이 벌게져서 나무라는게 아니겠어요? 분명히 USB는 못먹는건데, 옥희도 아는걸 엄마는 모르나봐요. 엄마는 바보. 어쩔 수 없이 내가 가르쳐 줄 수 밖에 없나봐요. 아이 참. 이럴 때는 어른이 나서는건데, 엄마도 모르니까요.

    "아저씨. 아저씨. USB 먹으면 배탈나요!"

    "옥희야! 얘가 정말..."

    엄마는 화를 내면서 제 손을 붙잡고 데려가려고 했어요. 착한 일 했는데, 잘못한 것 처럼 말이에요. 옥희는 착한 어린이인데...

    뒤돌아보니 아저씨가 한숨을 길게 쉬었어요. 옥희도 엄마가 찬장 높은 곳에 과자 놓아두면 저렇게 한숨을 쉬는데, 그렇지만 아무리 먹고 싶다고 해도 USB는 분명히 맛도 없었을거에요.

    "저기요."

    "네? 아..죄송합니다. 애가 유별나서.."

    더 빨리 걸어가려는 엄마를 아저씨는 멈춰세웠어요. 옥희는 잘못한 것도 없는데, 혹시 어른들은 USB를 먹는 걸까요? 유치원 선생님이 먹는거 아니라고 했는데 말이에요. 배탈난다고 그랬는데, 어린이만 못먹는 걸까요?

    아저씨는 '아닙니다. 제가 소란피워서 죄송해서 그래요.' 라면서 '애가 놀라면 안될 것 같아서요.' 라고 말했어요, 착한일 해놓고 엄마한테 혼날 것 같아서 억울하기는 하지만, 놀라지는 않는데, 뭐가 놀란다는건지 생각해볼 때 쯤. 아저씨는 힘없이 웃으며 무릎을 굽혀 나랑 눈을 마주쳤어요.

    "꼬마야. 아저씨는 USB가 다쳐서 그런거에요. 먹을려고 그런게 아니란다."

    "USB가요? 다쳤어요? 음...그럼 호~ 해주면 낫는데.."

    뭐가 웃기다는 건지, 아저씨랑 엄마가 피식 웃었어요. 아! 약을 발라줘야 된다는 걸 말 안했구나.

    *

    힘내라 김씨!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84 고락JS
    작성일
    18.03.10 20:19
    No. 4

    적안왕/ 넵, 백업은 정말 중요하죠. <-_->

    고독사/ 음, 비,비극이 아닌 겁니까? ㅜ_ㅜ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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