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원 김 씨는 기분이 좋았다.
동료에게 들었던 고장 나서 아찔함을 느끼게 만들었다는 ‘걸어서 20층까지,’ 아파트의 엘리베이터는 수리가 된 상태였고, 어쩐 일인지 평소 사람만 보면 짖어대던 은행나무 집 불독은 오늘 따라 힐끗 쳐다만 볼 뿐 얌전하게 누워있었다.
택배 물품들은 어디 하나 막힘 없이 쑥쑥 목적지를 찾아갔고, 그 흔한 항의성 전화도 오질 않았다.
하지만 김 씨가 기분 좋은 이유는 비단 그런 것 때문만은 아니다.
토요일 저녁 때 주웠던 신비한 usb, 그 usb만 생각하면 아무리 힘들어도 절로 웃음이 지어졌다.
뭐, 재미있는 야구 동영상이나 들어있을까, 혹시 모를 바이러스를 조심하며 컴퓨터에 끼운 순간 김 씨는 황당한 광경을 목격했다.
나열된 숫자들의 향연, 그것들은 로또 복권 당첨번호들이었다.
세상에는 별별 취미들이 다 있다지만, 지나간 로또 복권 당첨번호들을 정리해서 저장해놓는 사람도 다 있다니!
어이없음과 황당함에 미묘한 표정을 짓고 있던 김 씨의 눈에 마침 이상한 숫자들이 눈에 띄었다. ‘어라, 이건 오늘 날짜인데?’
미래의 로또복권이라? 이건 참 재미있는 장난이었다.
‘한번 사볼까?’ 하지만 시간은 아슬아슬했다.
‘에휴, 어차피 장난질에 뭔.’
딴 짓을 하다가 열 시가 넘어 슬며시 복권 당첨번호를 조회해봤다.
‘어, 어디선가 봤던 번호 같은데?’
컴퓨터에 usb를 끼워 다시 확인한 순간, “억!” 김 씨의 입에서 감탄과 한숨의 감탄사가 튀어나왔다. 1등 당첨번호, 25억의 1등 당첨번호는 usb에 쓰인 그 번호 그대로였다.
경악, 아쉬움, 기쁨, 온갖 감정이 휘몰아친 주말을 끝내고, 혹시나 모를 생각에 정상적으로 출근을 해 업무를 끝마친 김 씨는 복권을 사기 전, 집으로 향해 usb의 당첨번호를 재확인하기로 했다.
일요일 내내 미래의 당첨번호들을 살펴보다보니, 번호들이 뒤죽박죽 되어서 이번 회 당첨번호가 전혀 기억이 나질 않았던 것이다.
“세전 60억이라,”
usb에는 당첨번호뿐 아니라 그 회의 당첨금도 적혀있었다.
한 6개월 뒤에 단독 당첨으로 170억 짜리가 하나 있었지만, 6개월은 기다리기에는 너무 긴 시간이었다.
그 힘든 택배일을 계속 하면서 6개월을 기다리다니.
매주 1등에 당첨되는 것도 좀 이상할 테니, 이번에 당첨된 후 6개월 후를 기약하면 될 터였다. 그 중간에는 서너번 3등 정도에 만족하고 말이다. 3등 정도는 누군가에게 선물로 줘도 될 테고.
“어, 왜 이리 안들어가지?”
이상하게 안 들어가는 usb를 끼워넣고 접속을 기다린 순간, 이상한 메시지가 하나 떠올랐다.
[ usb를 포맷해야 합니다. ]
“어, 안돼!”
어떤 방법을 써도 usb는 되살아나질 못했다. 회사를 때려치우고, 유능하다는 복구 전문가들을 찾아가서 복구를 부탁해봐도 소용이 없었다.
그리고 다가온 토요일 저녁, 김씨는 로또 추첨방송을 보면서 참을 수 없는 통한의 눈물을 흘렸다.
“왜 역대급 usb가 있어도 먹지를 못하니!”
[ 재미삼아 한 패러디 글입니다. 정담 규정에 맞을지 모르겠네요,
패러디 대상이 된 작품의 작가님에게도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ㅜ_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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